공유부 시대 ⑦ㅣ사회가 만든 공유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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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금민, 유승경
지식과 인공지능을 공유부로 보는 관점에서, 지식의 누적적 특성과 AI 수익의 사회적 귀속 필요성을 논한다. 자동화 시대 새로운 사회계약과 기술 성과 분배 방식을 말한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운영위원장,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최근 디지털 자본주의,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공유부 기금 등이 관심사이며,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으로부터 기본소득의의 의의를 끌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Financing Basic Income-An Exploratory Study of the Korean Case(공저, 2022), 『모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다』(공저, 2021),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공저, 2021), 『이럿타로 경제에 눈뜨다: 쉽게 읽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공저,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020), 『진짜 민주주의』(2012), 『사회적 공화주의』(2007) 등이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 대안을 묻다 [유튜브]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 및 금융 관련 연구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석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MMT 논쟁』(2021), 번역한 책으로는 『주권화폐–준비금 은행제도를 넘어서』(2023), 『기본소득과 주권화폐–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2021), 『경제 위기는 반드시 온다–금융 위기 200년사를 통한 경제 위기 예측과 대처법』(2020),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2020),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2019), 『세계화의 종말–위기의 자본주의와 포스트-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전망』(2012_)이 있다. 연구보고서는 『탄소세 도입 정책동향과 경기도 시사점』(책임연구)이 있다.
과학·기술·인공지능은 공유부일까
공유부(commons)라고 하면 흔히 토지, 대기, 해양과 같은 자연자원을 떠올린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독점해서는 안 되는 자원들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공유부는 더 이상 자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이 함께 만들어 왔고, 함께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 전체가 손해를 보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자연적 공유부에 대비해 ‘사회가 만든 공유부’, 혹은 ‘인공적 공유부’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글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식은 공유부인가? 그렇다면 오늘날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 역시 공유부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또한 그렇다면, 인공지능 공유부 논의는 어디까지 나아가야 하는가.
지식은 왜 개인의 절대적 소유가 될 수 없는가?
지식이 공유부라는 생각은 윤리적 주장 이전에 사실에 가깝다. 지식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누적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과학자도, 어떤 기술자도 완전히 새로운 출발선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 논리, 개념, 실험 방법, 언어는 이미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기술은 백지 상태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기존 지식의 재조합이거나, 수정이거나, 비판의 결과로 나타난다. 심지어 가장 혁명적인 과학적 전환조차도 완전한 단절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축적이 일정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도약이다.
이 점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뉴턴의 유명한 문장이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개인의 겸손이 아니라, 지식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다. 개인의 성취처럼 보이는 발견도 실제로는 긴 역사적 연쇄 속의 한 장면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식은 처음부터 개인의 소유로 설계된 적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이미 존재하는 공통의 토대 위에서 출발한다.
지식 공유는 왜 사회를 더 발전시키는가?
지식을 공유부로 보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지식의 성격 때문이다. 지식은 대표적인 비경합적 자원이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수학 공식이나 과학 이론을 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그것을 사용할 수 없게 되지는 않는다. 지식은 나눌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된다.
이 때문에 지식은 공유될수록 사회 전체에 더 큰 이익을 만든다.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수록 더 많은 개선과 응용이 일어나고, 그 결과 다시 새로운 지식이 축적된다. 이러한 선순환은 지식을 공유부로 다룰 때만 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지식을 만든 사람은 소유자라기보다 기여자에 가깝다. 그의 노력은 분명히 보상받아야 하지만, 그 보상이 지식에 대한 영구적이고 배타적인 소유권일 필요는 없다. 그는 원래 존재했던 공통의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배열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를 다음 세대에 넘겨 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지식의 배타적 사유화는 단순한 분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 생산의 조건 자체를 바꾸는 문제다. 과도한 특허 보호나 사실상 무기한에 가까운 저작권은 다음 세대가 더 낮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만든다. 이는 미래의 지식 생산을 스스로 제약하는 선택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나 오픈소스(Open Source) 운동의 배경에는 이와 같은 보편적 접근권으로서의 지식 공유부 관점이 놓여 있다.
열린 지식에서 닫힌 기술로
그럼에도 오늘날의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술 혁신의 개방적 공동체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지식과 기술은 보편적 접근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기업 경쟁의 수단으로 취급된다.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연구 성과는 ‘공개할 수 없는 자산’이 된다. 기업은 기술을 닫고, 국가는 지식을 관리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이해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류 전체의 누적적 혁신을 제약한다. 개방적 연구개발 생태계의 폐쇄화 경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공지능 개발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 국가 간 패권 전쟁은 지식 생산의 열린 생태계를 위축시킨다.
인공지능 공유부 논의의 중심은 수익 분배 문제
바야흐로 인류는 인공지능을 빼놓고는 화학, 기술, 제조, 금융, 안보, 에너지, 광물 등 어떤 문제도 논하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했다. 인공지능은 제조, 서비스, 의료,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낳으며, 삶의 일상적인 영역까지 변화시키는 이 시대의 범용기술이 되었다. 특히 제조업에서 지능형 로봇의 개발과 함께 진행되는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은 완전자동화와 일자리 없는 사회에 대한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을 공유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많은 논의는 여전히 ‘누가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접근권의 문제에 머물러 있다. 오늘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수익을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가?
인공지능 공유부 문제를 연구개발 접근권보다 수익권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성은 연구개발 조건의 변화와도 관련된다. 인공지능의 연구개발은 막대한 GPU, 대규모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7년, 병렬연산을 가능하게 해 주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가 등장한 이후 연구개발의 조건이 변했다. 인공지능 개발은 소수의 거대 기업과 국가만이 감당할 수 있는 장치산업이 되었다. 이 조건에서 “모두에게 개방하자”는 주장만으로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수익권 문제는 인공지능 공유부 논의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을 공유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두 가지 이유
그러나 인공지능을 공유부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데이터 없이는 인공지능은 개발될 수도 없고 운영, 개선될 수도 없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데이터 기반의 패턴 인식과 귀납적 학습에 의존하는 연결주의 인공지능(Connectionist AI)이며 인간 활동의 디지털 기록, 즉 데이터에 의존한다. 데이터는 개인과 사회의 집합적 활동의 결과이므로 인공지능을 공유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둘째, 2017년 이후 기업과 국가 주도로 개발된 생성형 인공지능은 1958년 로젠블랫(Frank Rosenblatt)의 퍼셉트론(Perceptron)부터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의 심층학습 연구까지 많은 선구자들에게 빚지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인공지능 기술 역시 축적된 공통 지식 위에서 개발된 것이다.
인공지능 공유부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
이 점에서 보면, 고정자본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보상하고도 남는 인공지능 수익 중의 일부는 사회 전체에 귀속시켜야 한다. 이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 연구가 로봇기술과 만나고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으로 발전하면서 자동화는 이미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고도의 자동화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에너지 문제, 생태적 제약과 같은 현실적 한계도 존재하며 과도기에는 일자리 보호의 이슈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과 소득의 연결은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공유부의 수익 분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논의되고 소득분배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수익의 분배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조세를 활용하고 세수를 기본소득으로 나누어 주는 방식과 인공지능에 대하여 공유지분을 인정하고 수익을 기본소득으로 돌려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첫 번째는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의 주장이며 두 번째는 제임스 미드(James Meade)의 공유지분권 모델을 인공지능에 적용한 것이다. 인공지능 혁명 이후 일자리와 무관한 소득이전은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인공지능 공유부 개념은 기술 발전의 성과를 사회 전체의 혁신에 연결하는 장치이며 그 효과는 단순한 소득재분배 이상이다. 인공지능 공유부의 보편적인 무조건적 배당은 기술이 작동하는 사회적 조건을 바꾸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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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누구나 기본소득을 말한다. 그리고 걱정한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출발한 듯하다. 하지만 공유부의 역사는 깊고 넓다. 공유부는 공기와 바다, 토지와 광물이라는 자연 자원을 넘어, 일테면 탄소배출권, 인공지능의 바탕이 된 데이터, 화폐와 금융시스템, 행정·사법·의회제도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지탱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인프라들로 확장한다. 그야말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물려받고, 사회적 협력으로 발전시켜 온 문명의 기반이 바로 공유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부는 누구의 것인가?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 필자들은 [공유부 시대] 연재를 통해 불평등과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언어로서 ‘공유부'의 철학과 역사를 살펴보고 경제학의 언어로, 사회 정의의 언어로 전진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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