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유지의 비극’과 ‘공유부(富) 배당’
- sungmi park
- 2025년 7월 25일
- 3분 분량
공공 자원, 공공 자산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상생의 길이 보인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당면한 기후위기는 ‘공유지의 비극’의 전형(典型)이다. 공유지, 즉 커먼즈(commons)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 자원을 말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하지만, 공유 자원 남용으로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현상이다.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경제학자 게릿 하딘(Garret Hardin)이 마을 목초지를 예를 들어 1968년 발표한 학문적 개념이다.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국가의 규제나 시장의 자유화가 아닌 공동체의 개입과 관리를 해법으로 제시했고,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공유지의 비극은 세상에 회자되었다.
지구는 커먼즈이고 기후위기는 공유지 비극의 대표적인 사례이니, 엘리너 오스트롬이 제시한 해결책에 세간의 관심이 컸다. 그녀의 주장은 공유지의 비극이 운명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협력의 문제임을 실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법도 나왔고 노벨상의 권위까지 더해져 공유지의 비극인 기후위기는 어렵지 않게 극복 가능 함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오스트롬의 대안은 소규모 지역공동체에는 적합성을 보였지만, 국가나 세계 단위로 규모가 커지면 유효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지금은 이론의 하나 정도로 여겨진다.
기후위기는 ‘복합위기’다. 환경문제를 넘어서 경제, 사회, 보건, 안보, 정치 등과 상호 연결되고 증폭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온 상승’이 아니라 폭염,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식량위기, 물 부족 등 다양한 재난을 동시다발로 유발한다. 경제, 식량, 에너지, 건강, 이주, 안보 등 시스템 간 복잡한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팬데믹, 전쟁, 경제위기, 에너지 위기, 공급망 위기 등 기존 위기와 중첩되며 서로를 강화시킨다. 대기, 해양, 생태계는 국경이 없으니 지구 차원의 문제이며 가난한 국가일수록 타격을 크게 받는다.
하나의 해법으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지표면 평균온도 상승 억제는 상징적 목표이지만, 사실 결과에 가깝다.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소에 따른 탄소중립은 여러 정책이 상승 작용해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경제, 복지, 에너지, 식량, 도시 정책까지 함께 묶어서 바꾸는 ‘총체적 전환’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영역 간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세만 올리게 되면 서민들에게 에너지 빈곤이 심화된다. 복합위기에는 복합대책을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행 주체 또한 마찬가지다. 국가, 시장, 공동체 포함 국가 간 연대와 협력도 같이 가야 한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지역공동체, 국제사회에는 각자 주어진 일이 있다.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인 복합대응이 가능하다. 모든 일이 더워진 지구를 단순히 식히기만 하는 거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구생태계는 비선형 복잡계이고 인간 사회도 이에 못지않다. 명쾌하되 정교한 해법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이러한 해법으로 ‘공유부 배당’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부응이 부쩍 커지고 있다.
공유부 배당(共有富 配當)은 국민 또는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기여한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모두의 것이지만 혼자 소유하지 않는 것”이 공유부의 기본 가치다. 시장 자본주의 안에서 분배의 한계를 조정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얼핏 ‘기본소득’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원의 공공성과 소득 분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사회적 보편 안전망인 기본소득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할 수 있고, 시장 자본주의의 ‘브레이크’라기보다는 ‘안전벨트’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기후위기와 맞물려 공유부 배당은 돈을 나누는 정책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전환과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정규 등 불안정한 노동 조건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서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기 힘든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탄소 배출 감소에 따라 기존 산업구조가 재편되어야 하는데,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공유부 배당은 포용경제로 전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된 가치를 지역에서 재분배할 수 있게 하여 ‘지역소멸’를 완화하는 순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단위 공유부 배당의 시행 사례는 없다. 입법 논의 중이다. 전국 범위는 아니지만 전라남도 신안군의 해상풍력 바람연금과 태양광 햇빛연금은 국내 대표적인 공유부 배당 사례다. 신안군은 2018년 10월, 대한민국 최초로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했다. 바람연금은 1인당 최대 연 600만원 배당 가능한 모델로 설계되어 있고, 햇빛연금으로는 1인당 최대 분기당 45만원 배당받고 있다. 수혜 인구는 1만775명으로 신안군 주민의 28.2%에 달한다. 이는 2023년 기준이고 현재는 인구의 40%를 넘고 있다.
공유 자원이 비극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선택이 비극으로 귀결되어 왔다. 공유 자원은 사적 재산으로 둔갑되고 이기적 욕망의 대상이 되어 갈취되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 자원도 인간의 탐욕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극심한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인류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찬란한 멸종’을 맞을지도 모른다. 공유지의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공유부 배당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행이다. 지구가 살고 인류가 사는 ‘상생의 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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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부 배당을 계속 확대하여 기본소득사회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