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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답하다 | 이윤 | 퍼포머 | 소외된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성 도시를 꿈꾸다

2025-06-12 최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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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머 이윤은 연세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한 후 미국 스미스 칼리지에서 퍼포먼스와 안무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문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텍스트 기반 퍼포먼스 작업을 전개하며, 역사적 아카이브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기억들을 재료로 삼아 소외된 목소리들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작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발행한 김기영 감독의 검열 자료 컬렉션을 활용해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검열된 부분들로 제작한 퍼포먼스가 있다. 현재 아트선재센터에서 홍영인 작가의 "다섯 극"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DMZ의 두루미와 인간 존재를 교차시키는 작업을 통해 분단 현실과 생태적 상상력을 연결하고 있다. 역사에서 소외된 여성 노동운동가들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기생들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억눌린 기억과 사라진 존재들을 무대에 되살리는 것이 그의 예술적 과제다. 최근에는 모더나이제이션 과정에서 희생된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관심을 확장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적 개입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기후 공포


현재 잠원동에 거주 중이다. 한강공원이 가까워, 일상적으로 한강 수변과 데이트 코스로 인기 있는 거리를 거닐곤 한다. 이른 아침,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시작하기 전의 거리를 산책하거나, 조깅 중 한강 수변에 밀려 올라온 쓰레기들을 마주칠 때마다, 감각적으로 전이되는 일종의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공포가 요즘 영감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지만, 안무가이자 퍼포머로서 이런 것들이 감각적으로 전이되고 피부로 느끼고 폐로 느낄 때 정말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플래닛03을 통해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세 가지 기준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연간 가장 더운 날의 온도 변화, 연평균 총 토양층의 수분 변화, 연간 가장 습한 강수량의 변화를 통해서 지구 온난화 수준을 측정하고 수치화한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인간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데이터화할 수 없고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들로도 느끼곤 한다. 예술가는 바로 이런 감각적 정동들을 재료로 공연과 퍼포먼스, 무용을 만든다.


손으로 잡힐 수 있고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고 데이터로 수치화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게 명확하게 있으면 좋겠다. 그런 영역 바깥이 사실상 예술이 점유하고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모든 사람의 삶에 존재하는 이런 감각들을 집약적으로 리서치하고 아카이브하고 서사화하고 구성해서 사람들에게 감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다. 현대인들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찌꺼기들과 잔상들을 목격하며 "더 불편하더라도 어떻게 다양하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작업으로 발전시킨다.


실질적 자전거 도로, 레저가 아닌 교통 인프라로


미국에서 지낼 때 주된 교통수단이 자전거였다. 파이오니어 밸리는 자전거 인프라, 문화, 정책이 잘 결합된 자전거 중심 지역이었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 일상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함을 경험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가 정책적으로 권장되고 있지만, 도심에서는 자전거야말로 가장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레저 중심의 자전거 도로를 중점적으로 짓는 것 같다. 자전거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 속에 녹아있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강에서 주말에 타는 자전거가 아니라, 일상에서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연결된 자전거 도로가 필요하다. 도심에 끊기지 않는 자전거 도로와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기반이 잘 갖춰진다면 자전거가 진정한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의 전환


모든 환경이 인간 중심적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자연과 생태계가 소외된다고 생각한다. 현대화 과정에서 인간의 이익과 편의를 우선시하면서 다른 생명체들의 존재는 고려되지 않았다. 작업하면서도 느끼는 것은 가장 소외된 것이 지금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연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제는 기후위기가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대기오염이나 환경 변화가 바로 그런 신호라고 본다.


수십 년간 자란 나무가 건물과 건물 사이 빈 공간을 메우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안정화된 작은 생태계이다. 사진. Planet03
수십 년간 자란 나무가 건물과 건물 사이 빈 공간을 메우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안정화된 작은 생태계이다. 사진. Planet03

다양성이 전제된 공존을 위한 도시설계


현재 재개발 대상지에 거주하고 있다. 개발이 시작되면 앞으로 십수년간 완전히 공사 현장이 될 예정이다. 이 동네에서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오래된 나무 주변에는 다양한 곤충들과 새들이 서식하고, 계절마다 다른 꽃과 열매를 맺으면서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재개발과 함께 사라지면서 도심의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랑 상상이 든다. 시민으로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재개발 시에도 기존 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새로운 건물들 사이사이에도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이 개발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물리적 실체


환경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재생에너지와 데이터 저장에도 관심이 생겼다. 클라우드를 사용할 때 그런 것들이 다 진짜 클라우드에 있는 게 아니라 사막 어딘가 땅에 저장되어 있고 하드 드라이브들이 돌아가고 있으며, 이런 것들이 물리적으로 돌아가면서 에너지와 자원, 물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이 되었다. 지금, 동시대를 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거의 모든 생활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어떻게 가시화하고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런 것들을 찾아본다.


예술가로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물리적 실체를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아카이브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작품 발표도 결국 어딘가에서 물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드러내고 상상하게 하는 것도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일상의 관점에서 바라본 기사를 기대해


미국에서 공부하던 당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대거 해고되었고 그곳에 들어가는 인력들을 없앤 것을 목격했다. 예술가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환경 정책 변화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행동이 있었다.

미국에서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것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국립공원이나 보호 지역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복원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공간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구 전체의 생태계 복원력이 약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플래닛03의 기사 중에서도 특히 그린피스 보고서와 보호 지역 정책 기사가 흥미로웠다. 국립공원이나 습지 보호 지역, 해양 보호 구역 등의 면적 확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각적 자료인 그래프와 인포그래픽이 정책적, 과학적 수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플래닛03에서 정책 위주의 기획 기사에서 나아가 생활에서 와닿을 수 있는 관점의 기사를 내줬으면 한다. 인문학적, 철학적, 윤리적 접근을 통한 "지구와 정치" 주제가 흥미로웠고, 기후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했다.


생물 다양성에 대한 구체적 영향 가시화


앞으로 플래닛03에 기대하는 것은 생물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 종 다양성에 대한 취재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도심 속에서 그런 생물 다양성이 보존되는지, 인간들이 그런 생명들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지 아니면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이나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들이 다른 생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전기차도 타기 시작했고,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들을 만들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미치는 영향이 뭔지 모르니까 지속가능한 실천이 추상적으로만 와닿는다. 구체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취재를 통해서 더 드러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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