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특별인터뷰] 박성미 | '시민회의' 실험, AI기술 활용으로 숙의기능 강화해야

2025-11-05 김복연 기자

방송미디어와 시민사회 영역을 경험하고 인공지능을 연구한 박성미 AI경영학회 상임이사는 시민회의를 ‘소집의 기술’이 아니라 ‘공론의 축적과 지식의 순환구조’로 볼 것을 제안한다. 공론의 상시성·투명성을 보장하는 설계가 먼저 이뤄져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참여 메커니즘인 '시민회의'가 AI·RAG 기반 디지털 공론장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장기적이고 가변적인 기후 대응 의제는 데이터·시뮬레이션이 시민에게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며 공론의 결과물은 데이터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ree

박성미 | AI경영학회 상임이사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방송제작자로 30년가량 활동했다. 사단법인 산과자연의친구를 통해 생태보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24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AI와 RAG 기반 디지털 공론장: 가능성과 과제」라는 논문으로 공학석사를 취득했다. 시민형AI, 기후시민 공론장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으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NGO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시민회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


기후위기 대응을 시민과 함께하자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 되고 있다. 기후·에너지·산업 전환처럼 손대는 순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의제를 다루려면, 결정의 과정을 투명하게 열어 두고 시민을 초기에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걸 행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대응을 위한 ‘시민회의’, ‘시민총회’, ’시민대회’ 등의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예산과 일정으로 굴러가는 행정의 시간과, 이해해야 움직이는 시민의 시간이 제대로 포개질 수 있을까.


시민이 들을 내용을 어떻게 유지·순환시킬지


박성미 이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AI와 RAG 기반 디지털 공론장: 가능성과 과제」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이 지점을 겨냥했다. 그의 연구는 겉으로 보기에 기술 논문이지만, 내용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가 경영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시민을 부르는 형식이 아닌, 시민이 들을 내용을 어떻게 유지·순환시킬지에 훨씬 더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모여서 말하는 장”이 아니라 “이해하고 숙의하는 장”을 어떻게 만들까에 주목하고 있다.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가


연구는 기존 시민회의가 거둔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몇 가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패턴을 짚는다. 새로운 시민이 들어올 때마다 설명을 다시 해야 하고, 토론이 끝나면 공론의 과정은 사라지는 구조를 지적한다. 기후정책처럼 단일년도 사업이 아닌 의제에서는 이게 치명적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바뀌고, 국제 논의가 바뀌고, 에너지 가격이 바뀌면 시민이 참고해야 할 정보도 바뀐다. 그런데 공론장은 그렇게 빨리 자주 정보가 갱신되지 않는다. 결국 행정 쪽은 “다시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시민 쪽은 “이게 어디까지 반영되나”라는 의심이 반복된다.


누적된 토론 위에 진전되는 경험을 살려야


해법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회의는 한시적이지만, 공론은 상시적이어야 한다는 것. 이 상시성을 기술이 떠받치게 하자는 게 논문의 골자다. 거대언어모델(LLM)과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을 활용하면 방대한 기후·에너지 자료들은 시민 눈높이로 자동 요약해 제공하고, 새로운 정책 초안이 나오면 그 파장을 간단한 시뮬레이션으로 보여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이 매 회기마다 PPT와 브리핑 노트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아도 되고, 시민도 ‘이번에만 듣고 끝’이 아니라 ‘누적된 토론 위에 진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론’의 근거를 사전에 공개해 두는 방식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AI기술이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왜 이런 식으로 묶어 보여 주는지, 토론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정리하는지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바로 여기에 AI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그는 이를 ‘시민형 AI’라 칭한다. 실제 운영 단계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면 행정은 오히려 편해진다. 자료 선정과 요약 과정이 투명하면 “정부가 편한 자료만 보여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고, 토론의 흐름을 나중에 정책 문서로 옮길 때도 출처를 설명하기가 수월해진다.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공론의 근거를 사전에 공개해두는 방식’인 셈이다.


RAG와 휴먼클로닝, 디지털트윈 


흥미로운 대목은 그의 연구가 시민을 대체하려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모든 사람을 매번 부를 수 없으니, 시민 데이터로 보조선을 하나 더 그어두자”는 발상에 가깝다. 설문과 인터뷰로 시민들의 기후 태도와 정책 선호를 수집해 에이전트에게 입혀 놓으면, 실제 회의에 참여한 인원보다 조금 더 넓은 의견 지형을 가늠할 수 있다. 완벽한 대표성은 아니지만, “이 정도 방향의 응답이 더 많았다”는 교차 확인은 가능하다. 공론을 수치화해 위원회나 상위 심의기구에 올려야 하는 행정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높은 방식이다.


정책 반영이 되지 않으면 이벤트일 뿐


박성미 이사의 접근은 시민회의를 ‘이벤트’로 만들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맞닿아 있다. 시민을 한번 모으는 것보다, 한번 모인 시민의 이해도를 다음 시민에게 넘겨 주는 구조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는다면, AI를 초기 설계에 올려놓는 게 낫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붙이면 게시판 수준에 머문다. 정보의 맥락이 자동화하지 못하니 매번 사람이 땜질하고, 그때그때 참여한 시민의 수준에 따라 공론의 깊이도 출렁인다. 결국 “참여는 있었으나 정책 반영은 제한적이었다”는 익숙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뿐이다. 


들어올 문을 만드는 것보다 들어 온 시민이 머무를 공간을 만들어야


기후시민회의를 고민하는 행정은 시민이 들어올 문을 만드는 일과, 들어 온 시민이 머무를 공간을 만드는 일 가운데 무엇을 먼저 둘 것인가. 후자가 중요하다. 사람을 부르는 것은 행정이 잘해 온 일이다. 이제는 그 사람이 말한 것을 데이터로 붙들고, 그 다음 사람이 그 위에서 말하게 하는 일에 기술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기후위기처럼 길게 이어질 의제일수록 ‘설명 가능한 공론’이 행정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의회는 ‘다음’이 있어야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후시민회의를 만드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회의 구조를 짤 때 동시에 “이 회의에서 나온 정보와 토론을 어떻게 자동으로 정리하고 다음 회기에 다른 시민에게 보여 줄 것인가”를 같은 문서 안에 넣는 일. 그리고 그 과정을 시민이 확인할 수 있게 여는 일. 이것만으로도 시민회의는 ‘좋은 자리였다’에서 ‘다음에도 쓸 수 있는 제도’로 한 칸 옮겨 앉는다. 기후정책의 무게를 감안하면, 이번에는 그 한 칸이 필요해 보인다.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