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⑦ 기후질병 | 급증하는 환경성 질환, 개인이 아닌 공공의 과제로
- planetssong03
-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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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김성희 기자
환경성 질환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 환경의 변화가 도시 불평등 구조와 맞물리며 나타나는 복합 재난이며,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제다. 기후위기로 인해 환경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생물학적·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불균등하게 집중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의료 접근을 넘어, 기후-건강-도시를 통합해 연결하는 구조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흔드는 기후위기
재채기 한 번, 피부의 붉은 발진이 나타나면 우리는 보통 ‘비염’, ‘예민한 피부’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체질'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이 작은 고통들은 단순한 유전이나 체질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가 바뀌고, 공기가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우리 몸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사망자의 23%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부터 비롯된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도 환경성 질환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그 영향이 뚜렷하다. 건강보험 진료 통계를 보면, 환경성 질환 환자 중 약 25%가 10세 미만 아동이다. 이제 질병은 단지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문제라는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이 알레르기 질환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가 겪는 재채기, 피부염, 천식 발작은 기후변화의 얼굴이다.
기후가 아픈 시대, 건강 위기의 시작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5~2029 글로벌 기후 업데이트」는 앞으로 다가올 5년을 ‘역대 가장 더운 시기’로 예고한다. 1850~1900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은 1.2~1.9℃ 상승한다고 전망하며, 최소 한 해 이상은 1.5℃를 초과할 확률이 86%에 이른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3.5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겨울철 기온은 1991~2020년 대비 2.4℃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후 역시 이미 경고 신호를 보냈다. 2023년 3월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3.3℃ 높아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고, 9월 평균기온은 2.1℃ 상승해 서울에서는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한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는 가을까지 이어지고, 장마철 폭우와 가뭄이 번갈아 찾아오면서 계절의 흐름은 과거와 달라졌다.
기온 상승은 대기와 수권, 빙권, 생물권에 연쇄 변화를 일으킨다. 해빙은 줄어들고, 강수 패턴은 바뀌며, 특정 지역은 극심한 건조에 시달리는 반면 다른 지역은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는 420ppm을 넘어섰고, 메탄(CH₄) 농도도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메탄은 1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28배, 20년 기준으로 80배 더 강한 온난화 효과를 내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 이러한 기후와 환경의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인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는 병원 대기실에서도,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노인들의 일상에서도 확인되는 현실이 됐다.
기후위기가 만든 새로운 대기, 인간의 면역과 호흡 공격해
예측 가능했던 건강의 영역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성질의 변화는 이제 인간의 면역·호흡·피부 건강을 전방위로 위협하는 복합 질환의 토양이 되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증가하고, 대기정체와 맞물려 미세먼지와 함께 공기 중을 부유한다. 오존은 강한 산화력을 지녀 기도의 점막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며, 미세먼지와 결합하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여름철 고온과 정체된 공기가 겹칠 경우, 비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되고, 건강한 사람들조차 호흡곤란과 두통을 호소한다.
동시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식물의 생장과 꽃가루 생산을 촉진시켜, 알레르기 비염과 아토피 피부염, 천식의 유병률을 끌어올린다. 꽃가루는 더 오래, 더 강하게 떠다니며, 계절성 질환의 발병 시기와 지속 기간을 변화시킨다.
아토피 피부염, 기후변화에 반응하는 피부의 경보
기후위기로 인해 공기의 성질이 변하면서 호흡기 건강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 역시 그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은 폭염, 산불,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등 10가지 기후 위험 요인이 아토피 피부염을 포함한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의 발작과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온다습한 기후, 자외선 노출 증가, 미세먼지, 기후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피부의 면역 반응을 자극해 증상을 더욱 심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 자외선과 오염물질은 산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산불에서 발생한 초미세입자와 유해가스는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며 체내 염증 반응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후재난으로 인한 이주, 위생 인프라 붕괴 등도 피부 회복력을 떨어뜨려 질환의 만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2005년과 2017년의 기후 노출 지도를 아토피 유병률과 비교하고, 2053년까지 더 많은 인구가 기후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피부 너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깊숙이 침투한 일상의 건강 위협이다.
통계로 드러난 환경성 질환의 급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환경성 질환 환자 수와 진료비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대비 2023년 환경성 질환 환자 수는 40% 이상 늘어났으며, 2023년에는 총 876만1340명이 진료를 받았다. 이는 국민 100명 중 약 17명꼴로, 통계가 집계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불과 2021년의 613만9528명에서 2년 만에 43%나 급증한 것이다.
질환별로 보면,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가장 많다. 2023년 비염 환자 수는 약 740만 명으로, 2021년 대비 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천식 환자 수는 66만여 명에서 102만여 명으로 53.7% 늘었고,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약 97만6000명을 기록했다.
진료비 증가 폭은 환자 수 증가를 훨씬 웃돈다. 최근 10년간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의 전체 진료비는 64.9% 늘었고, 1인당 진료비는 1만684원이 올랐다. 천식의 경우 전체 진료비는 등락을 반복했지만, 1인당 진료비는 매년 상승해 2014년 대비 5만9668원(79.8%)이 증가했다. 아토피 피부염의 진료비 상승은 더욱 두드러진다. 환자 수 변화 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체 진료비는 344.6% 증가했고 1인당 진료비 역시 12만5432원(334.5%) 올랐다.
환경성 질환의 직격탄, 가장 먼저 맞는 건 아이와 노인

환경성 질환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결코 균등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인한 대기질 악화, 알레르기 유발 요인의 확산은 특히 사회적·생물학적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환경성 질환 환자 중 약 4명 중 1명이 10세 미만의 아동이며,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14.5%에서 2023년에는 18.6%에 달했다고 밝혔다.
성장기 아동은 폐와 면역체계가 미성숙한 상태로,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 대기오염물질, 꽃가루, 급격한 온도·습도 변화는 이들의 호흡기와 피부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며, 특히 실외활동이 잦은 유아나 초등 저학년 아동은 자가 보호 능력까지 낮아 더욱 위험하다. 반면 고령자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고농도 미세먼지나 오존 노출이 건강 악화와 직결된다. 문제는 발병 이후다. 노인의 경우 회복력도 낮아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률 또한 높다.
‘숨 쉬는 것’조차 계급이 나뉘는 시대
환경성 질환은 공간과 계층 간 불평등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주거 형태가 열악할수록 질환 발생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반지하나 노후 빌라, 환기 어려운 다세대 주택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실내 곰팡이와 습기, 실외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이중으로 노출돼 있다. 주거 취약 지역은 대개 도심 산업단지나 교통량이 많은 대로변 인근에 밀집돼 있어, 오존과 미세먼지의 노출 빈도도 높다. 여기에 의료 접근성 격차는 질환의 만성화와 악화를 부추긴다.
저소득층 환경성 질환자는 의료기관 이용 빈도가 낮고, 치료 개시 시점도 지연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단순한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적 천식으로 악화되거나, 삶의 질 전반을 떨어뜨리는 장기 질환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통계를 보면, 알레르기성 질환과 아토피성 질환의 진료비는 최근 10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그 부담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은 환경성 질환을 단지 의학적 영역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게 만든다. 깨끗한 공기와 건강한 주거환경, 그리고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게 보장돼야 할 기본권이다. 현재의 기후 환경은 ‘숨 쉬는 것조차 계급이 나뉘는 시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도심 내에서도 환경 질의 격차가 존재하고, 같은 도시라도 동네별 질병 발생률과 의료 접근성, 회복 수준은 뚜렷하게 다르다. 결국 환경성 질환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 환경의 변화가 도시 불평등 구조와 맞물리며 나타나는 복합적 재난이며,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제다.
맘 놓고 숨 쉴 수 있는 도시를 위하여
환경성 질환의 확산을 억제하고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녹지공간 확대를 통한 환경 회복력 강화다.
한국산림휴양학회지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10년간 통계 분석 결과, 1인당 녹지면적이 1.35㎡ 이상이거나 녹지율이 2.64% 이상인 지역은 결막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천식 지속상태의 환자 수가 유의하게 낮아, 도시 녹지 확충이 환경성 질환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녹지가 대기오염물질을 흡착·제거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며, 신체 활동과 심리적 안정에 기여하는 등 복합적인 건강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아토피성 피부염은 녹지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은 지역보다 중간 수준의 녹지에서 발병률이 가장 낮아, 무분별한 녹지 확대보다는 계절별 꽃가루 농도와 수종 특성을 고려한 식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은 수목을 선별하고, 개화기 전후 가지치기와 청소를 통해 꽃가루 농도를 줄이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환경성 질환 대응은 생활권 내에서 접근 가능한 녹지를 확대하고, 호흡기·안과 질환 예방에 기여하는 녹지 네트워크를 조성하며, 계절성 알레르기 대응 시스템과 결합된 도시 식생 관리 계획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대기질 개선, 기온 완화, 미세먼지 저감 등 녹지의 환경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학적 설계가 뒷받침될 때, 도시 녹지는 시민 건강을 지키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한 환경은 이미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결과가 환경성 질환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대응의 핵심은 기후와 건강을 연결해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다. 녹지공간 확대, 대기질 개선, 취약계층 보호, 시민 참여가 함께 작동할 때, 기후위기 시대에도 숨 쉴 수 있는 도시와 건강한 일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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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질병 대응은 당연히 국가가 국민에대해 갖는 책임입니다. 국민건강의료보험 체계 안에 기후질병을 포괄적으로 포함시킬 구체적 노력와 전략이 필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