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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인프라, 숲 | 산림 부문 투자는 '탄소 주권'을 위한 정책적 수단

2025-10-16 최민욱 기자

숲이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다. 과거 숲은 보전과 휴양의 공간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재난을 완화하는 자연기반해법의 중추로서 기능적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기능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경제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 바로 ‘산림 탄소크레딧’이다. 숲의 탄소 흡수량을 과학적으로 계량화하고, 이를 인증하여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금융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로써 숲은 단순한 자연 자산을 넘어,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성능을 극대화해야 하는 새로운 사회기반시설, 즉 ‘기후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국제 탄소시장의 출범, '탄소 자산'이 된 산림


2024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협정 제6조의 세부 이행규칙이 최종 타결되었다. 이에 따라 유엔(UN) 차원의 국제 탄소시장이 공식 출범하고,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교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림 기반 감축 활동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수단으로 격상되었다.


특히 파리협정 제6.4조 메커니즘은 사업 유형 중 하나로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REDD+)’를 명시했다. 그동안 자발적 탄소시장에 머물던 산림 프로젝트가 공식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발행된 감축 실적(A6.4ER)은 국가 간에 이전할 수 있으며, 각국은 이를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개발도상국의 산림 보전 활동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신력 있는 탄소크레딧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관련 사업 모델과 방법론의 대규모 확산도 기대된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숲의 경제적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과거 개발도상국 원조(ODA)의 대상이던 산림은 이제, 감축 실적 확보가 필요한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탄소 자산’이 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기후 재원 조달 전략을 수정하고 있으며, 산림 부문 투자를 단순한 지원이 아닌 탄소 주권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후 대응 숲 청사진,'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


대한민국 정부는 숲을 기후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산림청이 수립한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은 ‘산림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과 녹색 성장 기여’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 계획은 2027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1%에 해당하는 3000만 톤의 탄소 감축을 산림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외를 아우르는 6대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국내 전략으로는 ▲산림 탄소 흡수 능력 강화 ▲신규 탄소 흡수원 확충 ▲목재 및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흡수원 보전 및 복원 사업이 포함된다. 국외에서는 ▲국제 및 남북 협력을 통한 감축 실적 확보가 추진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산림 탄소 정책 지원 체계 구축 전략도 병행된다.


이번 계획은 전통적인 숲 가꾸기와 조림을 넘어, 도시숲 조성, 목조 건축 확대, REDD+ 사업, 산림탄소상쇄제도와 같은 시장 기반 접근까지 포함하는 통합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숲을 단일 기능이 아닌 다차원적 기후 인프라로 관리하려는 정책적 방향을 보여 준다.


이 가운데 ‘산림 탄소 정책 지원 체계 구축’ 전략은 산림의 탄소 감축 성과를 시장과 직접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주요 과제로는 산림탄소상쇄제도 활성화, 기업의 ESG 경영 연계, 그리고 측정·보고·검증(MRV) 체계의 고도화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MRV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정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ESG 경영 수요가 만난 산림탄소상쇄제도


국내에서는 산림탄소상쇄제도가 기업의 ESG 경영 수요와 맞물리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조림, 숲 가꾸기, 목제품 이용 등의 활동을 통해 확보한 산림의 추가 탄소 흡수량을 정부가 인증하고, 이를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조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사회공헌 성격이 강했다. ESG 경영이 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이 제도는 신뢰도 높은 국내 탄소 상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업이 자체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실질적 도구로 활용되며 실용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수요 변화에 대응해 제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 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ESG 밋업데이’를 개최해 산림탄소상쇄제도를 기업 전략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민간 탄소 거래 플랫폼과의 연동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보다 쉽게 산림 탄소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신뢰’에 달려 있다.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려면, 해당 크레딧이 실제로 대기 중 탄소를 추가로 감축했다는 과학적 증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측정·보고·검증(MRV) 체계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금과 기술만으론 부족한 REDD+ 사업의 리스크 관리


국내 산림만으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경 밖으로 눈을 돌려, REDD+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개발도상국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탄소 축적 증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제1차 국외산림탄소축적증진 종합계획’을 수립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030년까지 국외 산림 부문에서 50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확보한다는 명확한 목표도 설정되었다. 현재 산림청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메콩강 유역 국가에서 REDD+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동티모르 등과는 공적 개발 원조(ODA) 사업과 연계한 신규 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외 감축 사업의 실행은 이상적인 계획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캄보디아 툼링 지역 REDD+ 시범 사업은 복잡한 현지 현실과 제도적 이상 사이의 괴리를 보여 주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65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위성 데이터와 현지 조사에 기반한 시민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지 내 산림의 37% 이상이 오히려 불법 벌채와 플랜테이션 전환으로 파괴되었다. 이처럼 ‘서류상의 성공’과 ‘현실의 실패’ 사이의 괴리는 REDD+ 사업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를 나타낸다. 캄보디아 사례는 현지 관리와 거버넌스 통제 실패가 어떻게 사업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그린워싱’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결국 REDD+ 사업의 성공은 단순한 자금·기술 지원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현지의 사회·경제적 조건, 정치 구조, 제도적 역량에 대한 이해와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강력한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국제 감축 사업 전반의 신뢰성 확보는 불가능하다.


탄소 흡수원으로 진화하는 도시숲


기후변화 대응의 최전선은 인구와 기반 시설이 집중된 도시다. 이 도시 공간에서 숲은 탄소를 직접 흡수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간접적으로도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한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바이오매스 형태로 저장하는 직접적인 탄소 흡수원이다. 또한 여름에는 건물에 그늘을 제공해 냉방 에너지 수요를 낮추고, 겨울에는 찬 바람을 차단해 난방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발전소의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 온실가스 배출을 간접적으로 감축하는 데 기여한다.


울산 북구의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기후 대응 도시숲인 울산숲 조성 준공식. 사진.울산사진DB
울산 북구의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기후 대응 도시숲인 울산숲 조성 준공식. 사진.울산사진DB

정부는 이러한 도시숲의 다기능적 가치를 인식하고, 생활권 녹색 공간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 현상 완화를 목적으로 ‘기후대응도시숲’ 332.7ha를 조성했다. 이와 함께 ‘도시바람길숲’을 25개 도시에, ‘자녀안심그린숲’을 149개 소에 설치해 기후 대응과 생활환경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2025년에도 도시숲 조성 사업은 계속된다. 정부는 기후대응도시숲 152ha 조성에 755억 원, 도시바람길숲 19개 도시 조성에 370억 원, 자녀안심그린숲 60개 소 조성에 61억 원의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2027년까지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을 1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국가 목표도 수립했다.


도시숲에 대한 투자는 하나의 비용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이다. 탄소 감축 효과와 더불어, 미세먼지 저감, 폭염 대응, 주민 건강 증진 등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도시숲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도시 기후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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