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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AI와 민주주의: 기술은 어떻게 권력 공유의 인프라가 되는가

2025-06-05 김복연 기자

Decidim과 vTaiwan은 AI를 활용해 시민 제안의 자동 분류, 의견 분석, 실시간 시각화 등을 통해 대규모 시민 참여와 정책 숙의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소수 의견도 반영하고, 공통 합의점을 도출해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한다. AI 기반 디지털 공론장은 시민이 정책 설계와 감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절실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민주주의다. 이 단언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다. 극단기후가 빈발하고, 생태계는 회복력을 잃어가며, 기후 불평등은 전 지구적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맞서는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 디지털 공론장이며, 그 중심에는 바르셀로나의 Decidim과 대만의 vTaiwan이 있다. 이 두 플랫폼은 기술과 숙의 민주주의, 그리고 점차 진화 중인 AI의 가능성이 만나는 현장이다.


바르셀로나의 'Decidim' 플랫폼, 우리가 결정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Decidim은 오픈소스로 개발된 시민 참여 플랫폼이다. 이름 그대로 "우리가 결정한다"는 뜻을 지닌 이 플랫폼은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고, 투표하고, 그 결과를 추적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공공 예산, 도시 계획, 교통 체계, 기후 전환까지 수많은 의제가 Decidim을 통해 시민의 손을 거쳤고, 일부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이 플랫폼의 강점은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시민은 더 이상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정책의 설계자이자 감시자가 된다.


Decidim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 중 하나는 참여예산제도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Decidim 플랫폼을 통해 공공 예산의 사용처에 대한 제안을 제출하고, 다른 시민들과 토론하며,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시민들은 예산 집행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도시계획 프로젝트가 있다. 시민들은 새로운 공원 조성이나 도로 개선과 같은 도시 개발 계획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설계안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최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이러한 참여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을 시민들의 필요와 선호에 맞게 조정하는 데 기여한다.


최근 바르셀로나시는 Decidim에 AI 기반 기능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견 자동 분류와 정서 분석 기능이다. 수천 건의 시민 제안을 AI가 주제별로 묶고, 공감 또는 우려의 정서를 판별함으로써, 정책 결정자에게 보다 구조화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소수 의견이 묻히지 않도록 하고, 감정적 흐름까지 고려하는 숙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vTaiwan, 공공을 위한 기술 설계의 진화



vTaiwan 작동원리. 이미지 vTaiwan 공식웹사이트
vTaiwan 작동원리. 이미지 vTaiwan 공식웹사이트

대만의 vTaiwan은 디지털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 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특히 이 플랫폼은 Pol.is라는 AI 기반 의견 분석 도구를 통해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군집화하고 시각화한다. Pol.is는 중복되거나 감정적인 언어를 자동으로 제거하고, 시민 의견 간의 연결성과 중심성을 도출한다. 결과적으로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공통 기반을 중심에 놓고 토론이 이어지게 만든다.


vTaiwan은 시민 토론의 내용을 자동 요약해 정책 제안서 형태로 전환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제안의 정부 수용 여부와 이행 단계를 추적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서, 시민과 정부 간의 책임의 사슬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2015년 '우버(Uber) 합법화'에 대한 논란에서 vTaiwan은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해 Pol.is를 활용했으며,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일반 시민이 모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실질적인 합의 기반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시민 다수의 우려(근로 환경, 세금 문제 등)를 반영하여 규제안을 재설계했고, 이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AI와 민주주의: 기술은 어떻게 권력 공유의 인프라가 되는가


기후위기를 넘어설 새로운 민주주의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 vTaiwan과 Decidim의 사례를 보며  하나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것은 공론화가 통치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숙의 과정을 통한 교육된 판단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도 더 이상 권력을 집중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나누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AI 시대에 걸맞는 민주주의는 정부와 국민 간의 책임과 구속력 있는 권력 공유일 것이다. 이 구조에서 AI는 '참여의 도구'일 뿐 아니라, 그 참여가 실질적인 정책 영향력을 갖게 하는 제도적 설계의 주요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기후와 민주주의, AI로 잇다


기후위기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회적 신뢰, 즉 민주주의다. 그리고 이 민주주의는 이제 단지 투표와 제도로 구성되지 않는다. 정보 접근성, 숙의 역량, 정책의 투명성, 그리고 기술의 공공성을 포함한 확장된 개념이 되어야 한다.


Decidim과 vTaiwan은 이 확장의 실험이다. 이 두 플랫폼의 공통점은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AI를 통해 높였다는 점이며, AI가 단순한 보조 기술을 넘어 시민이 정책을 이해하고 정부의 이행을 감시할 수 있도록 통역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즉, AI 기반 플랫폼은 시민이 정부의 정책 이행을 추적할 수 있게 하고, 동시에 시민 자신도 숙의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정부-시민 간 권력과 책임의 실질적 공유로 이어진다.


기후 데이터를 읽어 내고, 시민의 말을 모으고, 정책의 책임을 추적하는 이 기술은 잘만 설계된다면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심화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거기에는 기술과 이익보다 사람과 생명이 우선한다는 의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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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08. Juni

"기후위기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회적 신뢰, 즉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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