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리포트12 | 산불 대응 관련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 Theo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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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6 최민욱 기자
2025년 3월 말 경상도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약 10만 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8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불길은 열흘 이상 지속되며 주택과 시설물 수천 곳이 소실되었다. 임산물 피해 신고가 수천 건에 이르렀고, 국가문화재 수십 건이 훼손되었다. 이번 산불은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면서 산불 대응을 위한 법제, 제도, 인력, 장비, 예방, 복구 체계 전반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본 기사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5월 2일 발행한 '최근 산불대응 관련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의 요약·정리이다.
산불 발생 추이와 대형화 경향

국내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최근 10년간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산불은 주로 봄철에 집중되며, 전체 발생 건수의 65%가 해당 시기에 일어난다. 4월에 발생 건수가 가장 많지만 3월에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피해 면적이 더 크게 나타났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최근 산불은 규모가 대형화되고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이로 인해 피해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2010년대와 비교하면 2020년대의 산불 피해 면적은 약 7.8배 증가했다. 피해 면적이 100만㎡ 이상인 대형 산불 발생 건수도 3.7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겨울과 봄철 기온 상승, 강수량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산불 대형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불 위험 시기가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확장되는 경향도 확인되고 있다.
산불 대응 주관 기관의 법적 지위 혼선
대형 산불 대응 과정에서 지휘 체계 혼선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산불 대응 주관 기관을 정하는 법령 상의 규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은 산불 재난 관리의 주관기관을 산림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불 현장의 실제 지휘는 「산림보호법」에 따른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중·소형 산불은 특별자치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또는 국유림관리소장이 현장 통합지휘본부장을 맡는다. 대형 산불의 경우 시·도지사가 지휘권을 가진다.

기본법과 산림보호법이 규정하는 주관 기관이 서로 달라 체계적 정합성이 부족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느 기관이 주도권을 가질지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발생한 산불에서도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간 지휘와 협조가 일원화되지 못해 초기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법률 간 규정을 일치시켜 산불 대응 지휘 체계의 법적 위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경보 체계와 단계별 발령 기준의 현실성 문제
현재 산불 경보 발령 체계는 피해 면적, 풍속, 지속 시간에 따라 ‘초기대응’ 단계와 산불 1단계, 2단계, 3단계의 총 4단계로 구분된다. 초기대응 및 산불 1단계, 2단계에서는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 또는 국유림관리소장이 지휘를 담당한다. 산불 3단계가 되면 시·도지사가 지휘권을 갖게 된다.
산불이 발생 초기부터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대되는 경우에는 시·군·구 차원의 초기대응 단계에서 제한된 인력과 장비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 초기 대응 단계에는 약 50명 내외의 인력과 관할 헬기만 투입된다.
긴급 상황에서 타 기관의 지원이 지연되면, 초기 진화에 실패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이에 경보 단계와 발령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4단계로 세분된 대응 단계를 2단계 또는 3단계로 간소화하고, 산불 발생 초기부터 기초지자체가 아닌 산림청, 지방산림청, 소방청, 광역 지자체 등이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령 간 지휘권 불일치 문제를 함께 개선하면 신속한 상황 전파와 자원 동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산불 진화 인력·장비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
대형 산불이 잦아지고 있음에도 진화 인력과 장비 인프라가 부족하다. 산림청이 산악 지형과 신림 환경에 이해도가 높고 산불 진화 전문 장비를 보유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운영하고 있으나 전국 500여명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이 전문인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산림청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1만여명 규모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이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고령의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교육 및 훈련 시간이 10시간 남짓의 실질적인 산불 진화 역할 수행에 제한적인 조직이다.
동시다발적 대형 산불 발생 시 대응 가능한 전국 단위의 진화 인력과 장비 확보 여부 또한 불확실하다. 소방청은 약 6만 명의 전문 소방대와 구조 조직, 의용소방대를 보유하고 있다. 화재 대응 능력은 뛰어나지만 산불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대형 진화 헬기가 부족하다. 복잡한 산림 지형에 대한 숙련도도 낮은 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의 지형에 밝아 산불 대응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체 보유한 전문 인력, 헬기, 장비는 충분하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20% 내외에 그쳐 지속적인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 대형 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진화 인력을 충원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산림청, 소방청, 지방자치단체 간 인력과 장비를 상호 지원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불 피해 보상 제도의 범위 제한과 특별법 필요성
대규모 산불은 산림 피해에 그치지 않고 인명, 주거, 기반 시설, 농작물 등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피해를 야기한다. 그러나 현재의 피해 보상 및 복구 제도는 이러한 복합 피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농어업 재해 복구 및 보상은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이루어진다. 하지만 산불은 「농어업재해대책법」에서 정한 재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산불로 인한 피해는 해당 법률에 따라 복구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임산물에 대한 보상은 「농어업재해보험법」을 통해 일부 가능하다. 현재 가입 가능한 품목은 표고버섯 등 8개 품목에 불과하다. 산림 내 나무(임목)는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산불을 사회재난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민 구호, 주택 복구비 지원, 세금 감면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고 지원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 지수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이로 인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충분한 지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재 기준에 따르면 주택 피해 시 최대 5천만 원, 추가 지원이 있을 경우에도 1억 5천만 원이 상한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도 사회재난에 해당하는 산불의 경우에는 별도 추가 국비 지원이 어려운 구조다.
산불로 인한 복합 피해를 종합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법은 생계 지원, 주택 및 농림시설 복구, 지역경제 회복, 재난 대응 체계 정비를 포함하는 통합 지원 체계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복구뿐 아니라 피해 원인 조사, 대응 체계 개선을 포괄하는 민관 협력 기반의 제도 마련도 법률에 근거해 추진할 수 있다.
산림 내 내화수림 조성의 정책적 필요성과 한계
산불 확산 요인 중 하나는 소나무 위주의 산림 구조다. 전국 산림 면적의 약 68%가 소나무 숲이며, 경상북도는 82%, 경상남도는 87%를 차지하고 있다. 소나무는 송진이 많고 가지가 밀집해 있어 불에 잘 탄다. 이에 비해 참나무 등 활엽수는 상대적으로 화염 확산에 강한 특성을 지닌다. 산림청은 인공조림 비율이 전체의 6.8%에 불과하며, 현재의 소나무 분포 대부분이 자연림이라는 입장이다.
산불에 취약한 수종 비중이 높은 현실은 피해 확산에 구조적 취약성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도로변, 민가 인접 지역, 산불취약지역 중심으로 내화수종을 식재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조성된 내화수림 면적은 누적 1540헥타르에 불과하다. 연평균 예산 30억 원으로 전국 400헥타르 규모의 수림대 조성에 그치고 있다. 사유림이 전체 산림의 70%를 차지하고, 임업인은 경제성이 높은 수종을 선호한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내화수림 확대의 실질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내화수림 확대를 위한 국고 보조금 확대가 필요하다. 공익직불금 도입 등을 통해 사유림 소유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내화수림 조성은 산불 확산 차단에 기여할 수 있지만, 강풍에 의한 비화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전략적 입지 선정과 함께 경제적 유인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실화 및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제재 체계의 실효성 부족
산불 발생 원인 중 인위적 요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화, 방화, 불법 소각 등 인적 요인은 산불 전체 발생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산림 보호를 위한 처벌 및 제재 체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산림 방화 시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실화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는 형량이 미미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이 많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검거된 방화·실화자 1131명 중 형사 처벌을 받은 비율은 20.3%에 불과하다. 벌금형 평균액도 281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형벌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법정형 외에 실제 양형 기준 적용 현실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산불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위원회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형량과 비교할 때 제재 수준은 낮은 편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형 기준의 재검토와 일관된 적용이 필요하다.
예방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수준도 낮다. 산림 내에서의 금지행위 위반 시 과태료는 최고 100만 원이고, 경미한 위반은 30만 원 이하다. 반면 자연공원에서의 금지행위는 최고 200만 원까지 부과된다. 산불 예방을 위한 규제 수단 강화를 위해 과태료 상한을 현실화해야 한다. 위반 행위에 대한 주민 신고포상금제 도입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지역 주민이 위반 행위를 감시하고 신고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방·처벌 체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향후 대응체계 개편 방향
기존 산불 대응체계는 개별 기관별 대응에 머물러 있었다. 예방, 진화, 복구에 이르는 전 주기적 대응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복되어 왔다. 대형 산불이 빈발하면서 각 단계의 연계성과 일관성 확보가 요구된다. 먼저 예방 및 감시 단계에서는 지역 사회와 산림청, 기상청, 지방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조기 경보, 예보의 정밀도를 높이고 위험 지역에 대한 사전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 설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진화 단계에서는 권역별 통합 산불대응센터 설립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산불 대응센터는 관계 기관의 인력과 장비를 공동으로 운용하며, 상황 판단과 지휘 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조직이다. 동해안 지역을 시작으로 시범 운영이 예정되어 있으며, 향후 전국 단위 확대가 추진된다. 복구 단계에서는 피해 조사, 생계 지원, 지역 경제 회복 등을 포괄하는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피해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을 병행하기 위해 민관 합동 산불조사기구 설립도 제안되고 있다. 대응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법·제도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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