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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리포트12 ⑤ 태풍 | 태풍은 국경을 넘는다, 지구 공동체의 의무

2025-07-24 김복연 기자

태풍은 국경을 넘는 기후재난으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기상청과 연구기관들이 데이터 공유, 기술 교육 등의 노력을 통해 국가 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태풍, 국경을 넘는 재난의 얼굴

2022년 8월 31일 오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태풍 힌남노. 사진 NASA 지구 관측소 사이트
2022년 8월 31일 오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태풍 힌남노. 사진 NASA 지구 관측소 사이트

태풍은 개인이라는 감각을 지워버리는 재난이다. 바람이 집을 뒤흔들고, 유리창이 깨지고, 거리의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순간, 우리는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 놓인다. 태풍은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여러 나라를 연쇄적으로 강타하고, 삶터 전체를 무너뜨린다. 해양과 대기의 거대한 에너지 불균형이 만들어 낸 이 재난은 단순한 기상현상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구 시스템이 불안정해졌다는 경고이며, 한 나라의 대응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초국경적 재난의 전형이다.


고수온 해역, 태풍을 키우는 연료


최근 들어 태풍은 더욱 위협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전체 발생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강한 태풍의 비율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북서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고수온 해역을 지나며 급격히 세력을 키우는 태풍들이 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 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 유럽중기예보센터(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 ECMWF), 한국해양과학기술원(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and Technology, KIOST) 등은 이러한 변화가 ‘슈퍼태풍의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태풍은 단지 예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 시스템의 이상을 읽고, 위성 자료와 해양 정보를 결합해 조기에 감지하고, 지역과 국가, 나아가 세계가 협력해 공동 대응해야 하는 복합 재난의 얼굴이 되었다.


기상청의 글로벌 협력: 데이터와 기술의 연결


기상청은 미국 NOAA, 유럽 ECMWF, 일본기상청(JMA) 등의 글로벌 예보센터들과 TIGGE(THORPEX Interactive Grand Global Ensemble) 등 국제 플랫폼을 통해 수치예보모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앙상블 분석 및 공동 검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NOAA 위성 관측 데이터를 포함한 국제 위성 감시 체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ECMWF의 확률예보(EPS) 모델 분석을 통해 AI 기반 예측 시스템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아세안 기술 공유 허브

세계기상기구지역훈련_RTC서울. 사진 기상청
세계기상기구지역훈련_RTC서울. 사진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기술 공유 허브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WMO(세계기상기구)로부터 ‘아세안 예보교육훈련센터(RTC)’로 지정된 이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의 기상전문가를 대상으로 매년 태풍 예측, 영향예보, 조기경보 시스템 활용에 관한 기술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훈련은 단기 워크숍을 넘어서 현지 기상청과의 공동 훈련 시뮬레이션, 현장실습까지 포함하며, 한국의 기상 예측 역량을 국제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해양 데이터를 공유하는 KIOST의 국제 연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태풍이 바다로부터 어떻게 강해지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 정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4년 NOAA, 대만 국립대, 프랑스 소르본대와 함께 북서태평양 고수온 해역의 슈퍼태풍 원인 규명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며, 고수온이 어떻게 극한 기상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데 기여했다.


NDMI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재난 기술 외교


국립재난안전연구원(National Disaster Management Research Institute, NDMI)은 2007년 일본·대만 연구기관과의 MOU를 시작으로 DRR(Disaster Risk Reduction, 재난위험감소) 다국 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ESCAP/WMO 태풍위원회 내 DRR 워킹그룹(WGDRR) 활동을 통해 매년 워크숍과 훈련을 주도하며, DRR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orea Water Resources Corporation, K-water)는 태풍 등 극한 기후가 유발하는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리핀 라오악 강 유역에 AI 기반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러한 스마트 수자원 관리 기술은 재해에 대한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함께 살아남기 위한 기술, 태풍 대응은 외교다


태풍은 점점 더 강해지고,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뜨거워진 바다는 태풍의 연료가 되고, 고수온 해역은 그 연료의 밀도를 높인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위성 분석과 수치예보모델이 정밀해지고 있지만, 예보만으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드러나는 것은 정보와 대응, 사회적 취약성의 간극이며, 기술 이전의 사회적 약속이자 정책의 문제다.


결국 태풍은, 대응을 통해 공동체의 수준을 드러낸다. 예보가 고립된 경고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보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대응은 서로를 보호하는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 더는 한 국가의 기술력만으로도, 한 개인의 대비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우리는 국경을 넘어 연결되고, 협력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태풍은 우리가 얼마나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그 협력은 과학과 기술을 넘어선 정치이자 연대이며, 결국 ‘함께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다. 태풍 대응은 더 이상 개인의 준비가 아닌, 국가 간 공동체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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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l 28

태풍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기후재난이 지구차원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국가간 공동체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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