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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기후 재난의 시대, 도시 생태하천을 복원하자

2025-05-28 김복연 기자

기후위기 시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 하천 복원이 도시 안전과 환경 보전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완충 습지, 다단계 수변 구조, 자연형 수로 등 다양한 생태 하천 기술들이 홍수 저감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물의 문명, 그리고 되돌아오는 강


고대 이집트의 사람들은 나일강의 범람을 두려움이 아니라 생명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물이 밀려오면 그들은 곡식을 심고, 수확을 예측하며, 사회를 계획했다. 그들에게 강과 비는 예측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 예측은 물리적인 통제를 넘어선, 자연의 리듬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인간은 자연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하기 시작했다. 강은 더 이상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물은 흐름이 아닌 저장과 배분, 산업화와 국토계획의 수단이 되었다.

이 전환은 단지 기술의 진보로 끝나지 않았다. 예측 가능했던 자연은 통제의 욕망 앞에 예측 불가능한 위기로 되돌아왔다. 기후위기라는 이름의 이 전 지구적 혼란은, 인간이 쌓은 콘크리트 제방 위로 격렬히 역습해 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을 예측 가능한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방법은 분명하다. 자연을 강제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되돌려주는 것. 생태 하천으로의 복원은 그 첫걸음이다.


생태 하천, 통제가 아닌 공존의 전략


생태 하천은 단순히 하천에 나무를 심고 물고기를 풀어놓는 ‘미화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복원하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경계를 그리는 사회적 기술이다. 기후위기가 촉진하는 국지적 홍수, 예측 불가능한 가뭄, 비정형적 강수는 기존 하천 관리 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생태 하천은 이러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의 핵심 전략이다.

과거처럼 직선으로 흐르는 물길, 콘크리트로 쌓인 하천변은 속도만 빠르게 할 뿐, 유량과 유입량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재해를 더욱 키운다. 반면 생태하천은 강변을 넓히고 습지를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완충지대’를 형성한다. 이것은 제방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제방과 자연의 제방이 이중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생태하천의 핵심은 바로 ‘여백’이다. 물이 넘칠 수 있고, 식생이 되살아날 수 있고, 도시와 물 사이에 완충지로 작동할 수 있는 시간과 구조를 가진. 이는 단지 생태적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정책, 인프라의 작동 방식을 전환하는 ‘도시 안전의 전략’이 된다.


2018년 환경부 생태하천 복원사업 콘테스트에서 우수하천 선정된 모전천의 모습. 사진 문경시
2018년 환경부 생태하천 복원사업 콘테스트에서 우수하천 선정된 모전천의 모습. 사진 문경시

기후위기 시대의 물정책, 다시 강을 생각하다


오늘날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한강은 과거와 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그것은 더 이상 일상과 휴식이라는 낭만적 공간이거나 성공적인 삶을 대변하는 마천루의 배경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을 결정짓는 존재다. 2022년과 2023년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 호우는 서울시민들에게 한강의 새로운 위상을 각인시켰다. 반포대교는 침수됐고, 올림픽대로는 한동안 폐쇄되었다. 한강 공원도 물에 잠겨 드러난 나무의 윗부분으로 그곳이 공원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강을 통제해 왔던 도시 계획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제 강을 다시 예측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처럼 수치와 계산으로만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과 리듬, 생태와 기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생태하천은 강을 다시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공존의 기술’이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 들 때, 자연은 반격한다. 하지만 자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숨통을 틔우면, 우리는 강을 예측할 수 있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쌓아야 할 제방은 더 높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 사회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다시 그리는 새로운 윤리적 구조물이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 안전을 위한 생태하천 기술들


기후위기와 도시 홍수 위협이 증대하는 가운데, 자연과 기술이 어우러진 생태하천 복원은 안전한 도시 환경 조성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생태하천 기술들은 홍수 저감은 물론 생물다양성 회복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며 미래 물 관리의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홍수저감형 완충습지(Floodplain Wetlands)는 하천 주변 저지대에 물이 일시적으로 고이도록 해 홍수 피해를 완화하는 자연 완충 시스템이다. 수변 식생대가 유속을 늦추고 토양으로 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보충하는 동시에 침수 범위를 국지적으로 흡수해 하류로의 피해 확산을 방지한다. 국내 사례로 성남시 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대표적이다. 탄천은 원래 콘크리트 복개 구조물이었으나 복원 후 습지와 자연호안 조성, 유량 분산과 생태다양성 증진을 동시에 이루었다. 2010년 집중호우 당시에는 인근 지역보다 침수 피해가 적어 홍수 저감 효과가 입증되었다.


생태 하천 복원도. 이미지 환경부
생태 하천 복원도. 이미지 환경부

다음으로 다단계 수변 완충구조(Terraced Riverbanks)는 하천 제방을 단순히 높게 쌓는 대신 계단식으로 설계해 평상시 시민들의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수위 상승 시에는 의도적으로 침수 구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전 갑천 누리길 조성 사업이 대표적 모델로, 하천 좌우 제방을 다단계 공원 형태로 조성해 홍수 시 1~2단계 구간 침수로 홍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주변 도시 열섬현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확인됐다.


자연형 수로(자연형 하천유로)는 하천을 인위적으로 직선화하지 않고 본연의 S자 곡류를 복원하여 흐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이는 유속 저하와 침식 방지, 그리고 수생 생물들의 이동 경로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원 남천의 생태하천 복원 사업에서는 도심 내 직강화된 구간을 곡류화하고 습지와 자갈톱(산란장)을 조성함으로써 어류, 조류, 곤충류 등의 생물종 수가 5년 만에 3배 증가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생태 제방(Ecological Levee)은 제방 내측은 높고 견고하게, 강 쪽 외측은 완만하게 설계해 제방 붕괴를 방지하면서도 홍수 시 물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생태 연결통로를 확보한다.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도 크다. 해외 사례인 네덜란드의 ‘Room for the River’ 정책은 제방 일부를 후퇴시켜 자연스러운 범람지를 조성하고, 도시 계획과 연계해 홍수에 안전한 도시환경을 구현했다. 이 정책은 2000년대 중반부터 30여 개 이상의 하천 구간에 적용되며 기후위기 시대 유럽 내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형 보(Weir) 및 여울 조성 기술은 기존의 콘크리트 보를 철거하고 자연 여울 형태로 재설계해 어류 소상을 가능하게 하며 수질 정화와 수생태계의 적응력을 높인다. 서울 중랑천 중류 구간에 적용된 이 기술은 하천 생물을 위한 이동 통로를 확보하고, 하천 환경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생태하천 기술들은 홍수 저감과 생태계 복원을 동시에 이루어 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물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후위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도시의 안전과 환경 보전을 위한 ‘재난을 피하는 기술’로서 생태하천 복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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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6월 03일

생태하천 복원이 왜 필요하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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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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