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머스크 씨 너무해! 사이버트럭 구입 실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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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6일
- 5분 분량
인류 배출 온실가스의 16%가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운송과 교통수단에서 발생한다. 전기자동차는 2030년에 도로 위 차 중 15%를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는 화물 운송용 대형 트럭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장시간 운행이 가능한 배터리 개발, 긴 충전 시간 단축이 문제다. 수소 트럭 개발이 답 중 하나다. 나아가 전기 선박, 전기 항공기 등 앞으로 기술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2025-09-26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남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최근 매일매일 울산 이야기쇼인 '매울쇼'에서 방송하고 있다.
출퇴근, 여행, 택배... 이동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해마다 82억 톤
인간은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이 중 82억 톤은 우리가 어딘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는 무언가를 옮기는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2050년까지 운송 및 교통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항공, 트럭, 해상 운송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운송 및 교통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까요? 사람이 이동하기 위한 승용차와 버스 등의 여객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약 45%, 화물을 운송하는 트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약 30% 가량입니다. 비행기와 선박이 각각 10% 안팎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기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아주 적습니다.
인류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물건을 생산하고 거래합니다. 이 물품의 90%는 해상으로 운송됩니다. 그리고 항구로 들어온 물품들은 차량으로 소비자의 집 앞까지 배송됩니다. 윤택한 삶의 많은 부분은 운송과 교통에 기반합니다. 우리는 출퇴근을 하고, 여행을 하고, 택배를 받습니다. 인류는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머스크 선생, 이야기가 다르지 않소!
“사이버트럭(Cybertruck)을 예약하신 고객님, 기간 내 주문을 확정해 주십시오.” 저는 2020년 여름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주문했습니다.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러 사이버트럭의 한국 출시가 결정되었습니다. 마침내 5년 전에 주문한 사이버트럭을 구입할 시기가 왔습니다. 하지만 5년 사이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발표 당시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은 3만9900 달러였습니다. 이런저런 부대비용이 들더라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6000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이버트럭의 실제 출시 가격은 1.45억 원이었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저는 짧은 고민 끝에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가격의 차가 되어버린 사이버트럭의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사이버트럭 같은 이상한 차를 왜 주문했냐고요? 2020년 당시 아내님과 저는 각자의 방식으로 숲에 관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숲에 관한 고민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목재로 온실을 짓거나, 나무로 카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기묘한 디자인의 스테인레스 트럭은 제 눈에 움직이는 광고판처럼 보였습니다.
‘사이버트럭의 겉에 물감으로 이런저런 나무와 새, 꽃과 작은 생명들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짐도 많이 실어야 하고, 온실가스도 적게 배출하고 싶었으니 사이버트럭은 꽤나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적어도 그 때는 그랬습니다.
2030년, 도로를 달리는 차량 중 15%가 전기차
저는 전기차 구매에 실패했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전기차를 구입합니다.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에 17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25%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 시장이 전기차 판매 증가를 주도하고 있지만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의 전기차 판매량 또한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2030년 신차 판매의 8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유럽 또한 2030년 신차 판매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름값이 싸고 전기차 지원이 부족한 미국의 경우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비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미국 시장 또한 2030년이 되면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30년에는 세계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 중 15%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물 운송용 전기트럭이 필요해
테슬라는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를 만들고 판매합니다. 세단도 있고, SUV도 있습니다. 승용차 외에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 사이버트럭과 장거리 화물 운송용 전기트럭인 세미(Semi)도 판매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슬라가 판매하는 승용차 또는 테슬라의 주식(!)에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인류의 거대한 숙제는 승용차가 아니라 화물 운송용 전기트럭인 세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전기차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대와 기아에서도 다양한 전기차를 만들고, 벤츠나 BMW, 폭스바겐 같은 해외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전기차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전기 트럭은 없습니다. 소형 전기트럭은 있으나, 대형 전기트럭은 없습니다. 컨테이너나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전기트럭을 만드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긴 거리, 긴 충전시간... 대형 전기트럭용 배터리 기술이 필요해
대형 전기트럭을 만드는 일은 왜 어려울까요? 전기차에는 큰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승용차처럼 차체가 가볍고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경우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체가 무겁고,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대형 전기트럭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커다란 트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무거운 짐을 실으면 배터리가 더 빨리 소모되니까 더욱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긴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니까 더더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대형 전기트럭에 배터리를 잔뜩 장착하면 차량은 더 무거워지고 급기야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긴 충전시간도 문제입니다. 내연기관 트럭은 주유소에 들러 몇 분 내로 기름을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배터리를 장착한 트럭은 충전을 위해 한참 동안 멈춰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트럭커들은 100~120㎞/h 의 속도로 하루 최대 11시간을 운전합니다. 약 1000㎞ 정도를 달릴 수 있는 셈입니다. 테슬라 세미는 40톤 가량의 화물을 싣고 700㎞ 정도를 달릴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더 가볍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고속 충전 기술혁신과 인프라 구축, 무인 운전이 가능할 정도의 자율 주행 기술이 필요합니다.
수소 연료전지 트럭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대형 전기트럭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소 연료전지 트럭에 주목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니콜라(Nikola)는 수소 연료전지 트럭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소 트럭은 전기 트럭보다 배터리를 적게 실을 수 있으므로 차량 중량을 줄이고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또한 수소 트럭은 주유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트럭처럼 몇 분 내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는 단순히 트럭만 파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수소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니콜라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니콜라가 개발했다는 수소 트럭의 영상은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2023년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니콜라의 실패가 수소 트럭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차는 다양한 수소차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엑시언트라는 수소트럭을 출시했고, 유럽과 북미의 친환경 대형 트럭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공학자들은 전기 트럭과 수소 트럭이 가진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운송수단은 천천히 우리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송과 교통 분야의 혁신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기 항공기, 전기 선박... 전기 운송 수단을 향한 기술 혁신
“아빠는 원피스에 나오는 열매 중에 어떤 열매를 먹고 싶어?”
만화에 심취한 어린 딸이 물었습니다. 저는 갓 에넬이 먹은 번개번개 열매가 좋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전기 항공기, 전기 선박 또한 대형 전기트럭과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운송수단이 크고, 재충전 없이 더 멀리 운전해야 할수록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집니다. 배터리는 크고 무겁습니다. 드론이 아닌 항공기를 띄우기 위한 배터리는 얼마나 무거워야 할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큰 배가 며칠씩 대양을 가로질러 항해하려면 짐 대신 배터리를 싣거나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천천히 움직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소수 국가에서 운용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추진 잠수함에 디젤엔진 대신 원자로를 이용해 동력을 생산하는 핵엔진이 들어간 것 또한 비슷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상상 속의 번개번개 열매를 먹은 전기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전기 항공기도 꿈이 아닐지 모릅니다. 한심한 상상이나 하고 있는 아저씨지만 인류의 기술 혁신을 위해 애쓰는 공학자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양심이라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2030년에는 저도 전기차를 살 수 있는 훌륭한 아저씨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는 세르비아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전기공학자입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핵심 인력으로서 오늘날 사용되는 교류 전기 인프라를 보급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니콜라 테슬라의 성(姓)을 사용했습니다. 수소자동차 회사인 니콜라 또한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 유명 유튜브 ‘사장 남천동’의 진행자 오창석 작가는 본인의 SNS를 통해 니콜라에 투자한 후 -99.66%의 손해를 보았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 원피스는 1997년부터 연재 중인 일본 만화입니다. 전설의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해적들의 이야기인데, 작중에 등장하는 악마의 열매를 먹으면 초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무고무 열매를 먹으면 고무인간이 되고, 두뇌두뇌 열매를 먹으면 천재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만큼 다양한 열매가 존재합니다. 글에서 언급한 갓 에넬이라는 캐릭터는 전기를 만들 수 있고, 그 전기로 하늘을 나는 배를 작동시키기도 합니다.







수소경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