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 ④ 농가 지원과 가짜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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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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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2 김현권
농업 재해법과 농업 보험법이 개정되었지만, 임차농은 임대차 계약을 맺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부재지주, 재촌지주 등 가짜 농민이 직불금 부당 수령을 넘어 재해보험까지 대리 가입하고 의료보험 혜택도 크게 받는다. 왜 가짜 농민이 가려지지 않을까? 임차농도, 이장도, 보험조사원도 말을 못한다. 답은 사업자 등록이다.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농업 재해법과 농업 보험법이 개정되었지만
농업 재해법과 농업 보험법이 개정되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농업이 가장 먼저 보고 있다. 재해의 발생빈도도 높고 피해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개정된 법은 재해가 발생한 시점까지 투입된 생산비의 전부 또는 일부 보상의 근거를 마련했다. 농업인이 노력한다고 회피가 가능하지 않은 거대 재해, 즉 불볕더위와 태풍 등에서 농가의 보험료 할증을 면할 수 있게 했다. 최소한의 기초 안전망에 해당하는 필요한 입법 활동이라 평가할 만하다.
지주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고, 재해보험까지 가입한다
하지만 국회의 노력이 꼭 선한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마을회관에서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요즘 재해보험을 지주가 대신 가입한다는 것이다. 실제 영농에 종사하지 않는 지주가(부재지주도 있고 재촌지주도 있다) 공익형 직불금을 받기 위해 임차인에게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농업경영체 등록에 자경으로 허위로 올리고 직불금을 중간에서 가로챈다.
직불금 수령은 곧 자경을 증명하게 되므로 이후 농지의 양도세 감면 조건과도 연결되어 가짜 농민의 직불금 부당 수령은 생각보다 많다. 최근 유기농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지주의 임대차 계약서 작성 거부로 인해 유기농 인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대거 발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한술을 더 떠서 재해보험까지 지주가 가입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마을회관의 뜨거운 화젯거리라 했다. 가보니 실제 나이 든 농민들은 모두 지주의 입장이었다. ‘이렇게 하면 돈이 된단다’, ‘나는 들었다. 너도 들어라’. 이미 마을에만 여럿이 재해보험을 대리로 들고 있었다.

"들 자격도 없다"
좀 더 확인이 필요했다. 동네에서 가장 농사를 많이 짓고 있으나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해서, 나라에서 주는 직불금은 거의 받지 못하는 지인을 찾았다. 마침, 새벽부터 자두를 따서 출하 준비를 마치고 간식을 먹고 있었다. 지인은 지난봄에 서리 피해를 크게 보아 올해 수확할 물량이 별로 없다. 먼저 올해 자두 가격이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딸 것이 없는데 가격이 무슨 소용이 있나?’ 예측한 답이 돌아왔다. ‘재해보험은 들었나?’, 부부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안 그래도 며칠 전 밭에 일하는데 보험 조사원이 왔다 갔다. 우리는 안 들었다. 들 자격도 없다.’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지인은 서둘러 다시 들로 나갔다.
2024년 농가당 보험료는 24만 5천 원, 보험금 수령액은 419만 원
농업재해 보험법은 2001년에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사과와 배만 가입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76개 품목으로 늘었다. 가입 농가는 2001년 8천 명을 시작으로 2024년 59만 3천 명으로 늘었다. 정부 지원도 늘어 2024년 한 해만 5355억이 들어갔다. 2024년에 호우, 불볕더위, 가뭄 등이 발생했다. 피해를 본 농업인은 총 1조 271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 가입 농가의 41.3%에 해당하는 24만5146 농가가 혜택을 보았다. 20년은 39.3%, 21년은 32.5%, 22년은 41.9%, 23년은 38.0%의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수령했다. 24년 농가당 평균 보험료는 24만 5천 원, 농가의 보험금 수령액은 평균 419만 원이었다.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위 통계로 보아 이 보험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보험 농사를 짓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논란은 적지 않았다. 피해 금액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품목에 따라 재해의 영향이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나기도 해 어디까지 피해로 산정할지 애매한 것도 문제였다. 결국 농민들 처지에서 피해를 산정하고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곧바로 보험 농사를 짓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왜 가짜 농민이 가려지지 않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먼저 왜, 부정 가입을 하는 가짜 농민이 가려지지 않는지 살펴보자. 재해보험이나 직불금이나 마찬가지다. 당사자는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까? 현실은 고발할 수 없는 관계이다. 위 지인도 지주와 한 마을에서 60년 이상을 같이 살았다. 논밭을 얻어 부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엄밀히 따지면 그가 지급한 몫이 더 크겠지만 도움도 적지 않게 받았다. 그는 ‘배은망덕’해 지지 않을 것이다.
마을 이장은 왜 역할을 못 할까? 이장이 부정한 관계를 모를 리 없다. 농지의 실소유자가 누군지, 누가 경작하는지 훤하게 알고 있고 농업경영체의 등록과 확인 과정에 이장은 역할이 있다. 한 번은 현직 이장에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원수질 일이 있나?’,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이장도 선거직이다. 마지막으로 보험 조사원이 있다. 농산물 품질관리원 조사원이 있다. 업무 아닌가? 그들이 교통사고 보험 조사원처럼 매의 눈으로 보았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답은 사업자 등록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개인의 양심과 용기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지인의 작업장에도 포장 상자마다 이름, 농장 주소, 전화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요즘 모든 농산물 거래는 모두 실명제다. 출하할 때마다 영수증이 발행된다. 답은 사업자 등록이다. 모든 거래에 사업자 등록번호가 들어가면 된다.
출하만이 아니다. 매입은 연중 일어난다. 비료를 사고 농약을 거래하고 포장 상자를 제작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오고 가는 돈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구멍가게를 내도 사업자 등록하고 태양광 20kW 발전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 이 기본적인 걸 농민은 하지 않으니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업자 등록하면 가짜 농민은 발붙일 곳이 없다. 거래자료를 인공지능에 넘겨주면 손쉽게 가려줄 것이다.
농민이 어려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2024년 농업소득이 천만 원 아래로 내려갔다. 기상이변으로 농사 짓기 갈수록 힘들어지니 안전망 구축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어선 안 된다. 불법과 탈법으로 연결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직불금 부당 수령이 어제오늘 얘기인가? 그걸 방치하니 재해보험의 대리 가입이라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경영체에 얼마나 많은 가짜 농민이 숨겨져 있을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농가인구는 200만 3천5백 명, 농가는 97만 3천7백 호이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농가인구는 2020년 대비 약 15%가 줄었다. 곡선이 가파르다. 반면에 농업경영체는 2024년 182만 3천4백 개로 역대 최고다. 2000년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직불금이나 재해보험이나 정부 지원은 모두 농업경영체 등록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경영체 등록이 파이프라인인 셈이다. 지원은 늘고 검증 수단인 사업자 등록이 빠지니 비정상적으로 늘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182만 농업경영체에 얼마나 많은 가짜 농민이 숨겨져 있을까? 얼마나 많은 정부 예산이 해마다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갈까?
농지대장이 부실하다
농민의 경작 기준인 300평도 너무 낮다. 텃밭 농사와 정부 지원 농업인은 구분되어야 한다. 농지 관리도 보다 체계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2022년 농지를 농가별(인별) 관리에서 필지별 관리로 바꾸었다. 농지원부가 없어지고 농지대장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농지대장이 제공하는 정보는 빈약하다. 직접 한 필지의 대장을 발부해 보았다. 해당 농지의 임대차 현황이 나온다, ‘다년생 식물재배’로 이용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 언제부터 무슨 작물을 재배하는지 없다. 이 외에 농지취득자격증명 및 이용 실태조사. 농지전용 현황 등이 기록되는 칸이 있으나 모두 빈칸이다. 대장을 통해서는 무슨 목적으로 어떤 자료를 관리하겠다는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업경영체 등록과 농지 대장이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사업자 등록은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에도 기여할 것이다.
가짜 농민 양산 또 다른 이유는 의료보험
가짜 농민이 양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의료보험이다. 농민 신분을 획득하면 국민연금도 달라진다. 실익은 의료보험이 크다. 퇴직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 지역의 각종 사업자가 어떻게든 농지 300평을 구해서 농민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장에서 다 아는 얘기다. 정부가 방치하고 있으니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다.
국민 세금의 엄밀한 관리에 예외란 없다
도덕적 해이는 늘 우리 가까이 있다.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는 것과 보험을 대신 드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도가 범죄를 조장하면 그건 죄악이다. 어부가 출항을 하는데 이웃집에서 보험을 들고 본인이 수탁자로 이름을 올린다면 그걸 이웃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마을회관에 그 어른들이 생각 없이 그랬다 하더라도 해서 안 될 일인 것은 분명하다.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방지해야 한다.
모든 농민은 사업자이다. 매입 매출이 증빙되어야 재해보험을 보다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투입 대비 효과도 커진다. 마을의 노인회도 장부 기록이 의무이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의 엄밀한 관리에 예외란 없다.
농업이나 임업이나 부재지주와 부재산주가 문제군요...해결책이 시급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