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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의 마지막 숲 | ④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반도 산림 협력

2025-05-30 배재수

새 대통령에게 산림 분야 남북 협력 사업, "남북한 맞춤형 REDD+ 사업"을 제안한다. 북에게 REDD+ 사업은 헐벗은 산림을 복구하고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확보하여 NDC 달성과 결과 기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대북 협력사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남 역시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고 남북의 긴장은 줄이며 NDC 달성에 감축 실적을 활용할 수 있다.


배재수 박사는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1997년 일제의 조선 산림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속성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이용과 보전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2005년~2010년 기후변화협약 협상에 산림 부문 정부 대표로 참여했다. 2008년 이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정을 위한 작업반에 참가하여 산림 부문 온실가스 흡수량을 산정하고 감축 대안을 제시했다. 2010년~2012년 국제임업연구소(CIFOR)에 파견되어 REDD+ 연구를 수행하고, 2011년~2016년 인도네시아 롬복을 대상으로 REDD 사업 타당성 연구를 추진했다. 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이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요인』(공저), 『조선후기 산림과 온돌: 온돌 확대에 따른 산림황폐화』(공저), 『일제강점기 산림정책과 산림자원의 변화: 빈약한 산림자원, 과도한 목재생산』(공저), 『광복 이후 산림자원의 변화와 산림정책: 녹화 성공과 새로운 도전』(공저)이 있다.


통일은 이익이 아니라는 인식


지금까지 나는 21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기후변화와 산림, 임업, 산촌 이야기를 하였다. 마지막 주제는 남북 산림 협력이다.

먼저 우리 국민의 통일 의식이다. 북한은 2023년 12월 말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으로 대남 정책을 전환했다.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개별 국가로 가입하기는 했으나 남북한 모두 내부적으로는 언젠가 하나가 될 국가라 여겼던 원칙이 깨진 것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작년 7월에 수행한 「2024 통일의식조사」 결과는 최근 남북 관계의 긴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

통일의 필요성에 긍정적 답변인 ‘매우 필요하다’와 ‘약간 필요하다’라고 답한 사람은 2007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36.9%였다. 반대로 부정적 답변은 35.0%로 가장 높았다. 통일의 가장 큰 이유 역시 ‘같은 민족이니까’라는 응답은 2007년 50.6%에서 2024년 37.7%로 낮아졌다. ‘남북 간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19.2%에서 38.0%로 두 배나 증가하여 통일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로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33.9%로 가장 높았고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가 27.9%로 다음이었다. 국민은 통일이 국가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이익이 된다는 답변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통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도 응답 추세(2007~2024). 출처_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2024 통일의식조사」
통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도 응답 추세(2007~2024). 출처_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2024 통일의식조사」

인류 공통의 문제인 기후변화를 남북 상호 이익의 관점에서


남북 관계의 개선과 긴장 완화는 역대 모든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국정 과제다.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가 군사적 대치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안정과 번영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북 관계는 단순히 남과 북이 논의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남북 문제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라는 열강의 이해 관계 속에서 논의되는 복잡한 사안이다. 남북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높은 수준의 정치・외교적, 군사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남북 문제를 다룬 경험은 남북 산림 협력, 특히 2008년 조림 CDM을 활용한 남북 산림 협력 사업이었다. 이후 산림과 임업 부분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연구를 수행하면서 산림 전용과 황폐화를 막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REDD+ 활동을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 과제로 고민했다. 앞으로 다룰 내용 역시 변화된 국민의 통일의식을 반영하여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상호 이익의 관점에서 북한의 산림을 활용하여 대응하자는 제안이다.


2008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한국은 '청정개발체제(CDM)'만 참여 가능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가보자. 당시는 기후변화협약의 교토체제가 운영되고 있던 시기로, 2008년은 교토의정서 제1차 공약기간(2008~2012)이 막 시작되던 해였다. 교토체제는 교토의정서에 근거를 둔 기후변화 대응 체제였다. 교토의정서는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부속서Ⅰ국가(OECD 회원국, 동유럽 시장체제전환 국가, 유럽경제공동체 국가)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는 비부속서Ⅰ국가(개발도상국)로 나누고, 부속서Ⅰ국가는 협상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받았다. 제1차 공약 기간 5년 동안 EU는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8%, 미국은 –7%(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일본은 –6%, 아이슬란드는 +10%의 감축 목표를 받았다. 과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나라는 더 많은 감축 목표를 부여받았고 아이슬란드처럼 적게 배출한 나라는 10%를 더 배출해도 되었다. 우리나라는 당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부속서Ⅰ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토체제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비용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이행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 공동이행,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를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도 추진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서로 다른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여 서로 이득을 보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A국가는 1톤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100원이 들고 B국가는 50원이 든다고 가정하자. A국가는 B국가가 100원 미만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 실적을 사서 자국의 감축 목표를 비용 효율적으로 이행하고 B나라는 감축 목표보다 더 많이 줄여 돈을 버는 제도이다. 공동이행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받은 선진국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이전하는 제도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비부속서Ⅰ국가라 배출권거래제와 공동이행제도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개도국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는 CDM이 유일했다. CDM은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하고 그 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가져와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하는 제도였다. 본래는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수행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만을 인정했는데, 중국, 인도, 한국과 같은 개도국이 스스로 감축 실적을 만들어 선진국에 판매하는 방안도 허용되었다.


CDM 사업 중 '재조림' 사업이 많았다


CDM 사업은 14개나 되는 다양한 사업 범주가 있는데, 산림과 임업 부문에서는 신규조림과 재조림 활동만이 포함되었다. 교토의정서 3.3조는 신규조림(afforestation), 재조림(reforestation), 산림전용(deforestation) 활동을 규정하였다. 세 활동 모두 인위적 활동이기에 이로부터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또는 흡수량은 그대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CDM 사업의 범주에 산림전용 방지 활동이 제외되었다. 그 이유는 배출권시장을 교란할 만큼 다량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측면과 아직 산림전용으로부터 발생하는 배출량과 감축 실적을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신규조림은 사업 착수 연도로부터 50년 전에 산림이 아닌 토지에 나무를 심는 활동으로, 재조림은 1989년 12월 31일까지 산림이 아닌 토지에 나무를 심는 활동으로 정의되었다. 1990년은 기후변화협약이 정한 기준연도였기에 재조림의 기준을 그 이전으로 설정한 것이다. 신규조림과 재조림 활동은 감축 실적의 가격, 세부 규칙과 절차에 차이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대상지를 찾기 어려운 신규조림 사업보다는 재조림 사업이 많이 활용되었다.


기업은 '기한부 배출권'이 발행되는 조림 CDM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림 CDM 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비영속성(non-permanence)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산림은 나무로 이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도 죽는다. 때로는 기껏 심어 가꾼 나무가 산불로 한순간에 재로 변하기도 한다. 즉, 에너지 효율화 사업처럼 사업의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 이보다 큰 문제는 CDM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라는 점이다. 개도국은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국가가 아니기에 감축 목표가 없다. A라는 선진국이 B라는 개도국에 나무를 심어 공약기간인 5년마다 감축 실적을 발행하여 자국(A)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활용했는데, B나라에 심은 나무가 사업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 불이 나 모두 타버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진국이 받은 감축 실적이 실질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림 CDM 사업으로 발생한 감축 실적의 배출권을 일정 기간만 사용할 수 있는 기한부 배출권으로 설정하였다. 기한부 배출권이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배출권과 달리 짧게는 5년, 길게는 최대 30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배출권이다. 은행에서 잠시 빌려 감축 목표 달성에 사용하되 만기가 되면 상환해야 하는 빚과 같았다. 즉, 조림 CDM 사업을 수행하는 부속서Ⅰ국가(선진국)는 교토의정서 공약기간인 5년마다 감축 실적을 배출권으로 발행하여 자국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다음 공약기간 또는 사업기간 종료 시점에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출권을 사서 되갚아야 했다. 기업은 불확실한 기한부 배출권이 발행되는 조림 CDM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명박정부가 남북 협력 사업으로 '조림 CDM'에 주목했지만, 실행은 없었다


2008년 이명박정부는 이전 김대중정부의 대북 사업을 ‘퍼주기 사업’으로 규정했다. 이명박정부는 새로운 대북 사업을 찾던 중에 국민적 수용성이 높은 비정치적 활동이고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국제적 맥락에도 맞으며 남북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조림 CDM을 새로운 남북 협력 사업으로 주목하였다. 당시 나는 조림 CDM 사업을 설명할 때 “남북 산림 협력의 마중물이 될 수는 있지만 기한부 배출권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업의 참여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말을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니었기에 조림 CDM 사업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결국 조림 CDM 사업은 내부 논의만 무성한 채 이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2015년 파리협정,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자발적 NDC 제시로 바꿈


2015년 기후변화협약은 교토체제를 대신하여 파리체제가 만들어졌다.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과 자발적 감축국으로 나누어 부담을 달리한 교토체제로는 지구 평균 지표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C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중국, 인도, 한국과 같은 비부속서Ⅰ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실질적 참여 없이는 지구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다. 폭우가 내리는데 반쯤 찢어진 우산을 쓰고 비를 막는 격이었다. 또한 주권을 가진 국가에게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게 하고 지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도리어 선진국의 도전적인 감축 목표 설정을 막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2015년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하고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정하여 이행하는 파리협정을 맺게 되었다.


2019년, 북한은 '2030 NDC'를 16.4%로 상향하며 비정치적인 산림 분야 협력을 원하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 NDC를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했다. 2030년에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이 목표 안에는 국내에서 감축하지 못한 3750만 톤의 국외감축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즉, 국내에서 줄이지 못한 감축 목표를 국외의 감축 실적을 가져와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인 북한 역시 2019년에 상향된 2030 NDC를 제출했다. 북한은 2016년에 2030년 배출전망치(BAU) 218백만 톤의 8%를 감축하겠다는 사전 NDC를 제출했다. 2019년에 다시 제출된 북한의 NDC는 세 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2030 NDC를 기존 8%에서 16.4%로 상향했다(조건 없는 감축). 둘째, 국제사회의 긍정적 협력(positive cooperation)이 있다면 36%를 추가 감축하겠다는 조건부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셋째,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산림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상향된 NDC는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하고 유엔 제재를 고려하여 비정치적인 산림 분야를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참고] 북한의 상향된 2030 NDC


2030 NDC 달성 위해, 남도 국외감축 실적이 필요하고, 북도 지원과 협력 요청 중


현재 상황은 2008년과 달라졌다. 남북한 모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담긴 2030 NDC를 제출했다. 이런 까닭으로 산림의 비영속성을 다룬 기한부 배출권이라는 장애물은 사라졌다. 더욱이 북한이 스스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산림 분야에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북한의 최종 지향점은 산림 너머에 있겠지만 시작은 산림부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2030 NDC 달성을 위해 국외감축 실적이 필요하다. 산림 분야는 비정치적, 비군사적 남북 협력 의제로 국민적 수용성이 여전히 높다. 「2024 통일의식조사」에서 확인하였듯이 국민은 남북 사이의 긴장 완화를 원하고 일방적 수혜 제공이 아니라 국가와 나에게 이익이 되는 남북 협력을 바란다. 결국 인류의 공통 현안인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고 남북의 긴장을 줄이며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산림 협력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나는 기후변화협약의 파리협정에서 인정하는 대표적 산림 사업인 REDD+ 사업을 그 대안으로 제안한다.


남북 협력에 'REDD+'(산림전용 방지, 산림황폐화 방지, 산림 보전 활동) 사업이 대안이다


REDD+ 사업이란 산림전용을 방지하는 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RED(Reducu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를 바탕으로 한다. 매년 1%의 산림이 감소하는 나라가 노력하여 산림전용률을 0.5%로 낮추었다면, 전용되지 않은 0.5%의 산림에 포함된 탄소량을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기후변화협약의 협상 과정에서 산림 상태를 유지하나 숲의 질이 하락하는 산림황폐화(Degradation)를 방지하는 활동(D), 조림처럼 산림탄소축적을 늘리고 산림을 보전하는 활동(+)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즉 RED에서 REDD로, 다시 REDD+로 발전해 온 산림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다.

단순하게 북한에서의 RED 사업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성영상으로 산정한 북한의 연평균 산림전용 면적(7.63만 ha)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추정한 ha당 산림탄소축적(147.03tCO2)을 바탕으로 북한의 산림전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면 매년 1122만 톤(tCO2)이다. 산림전용률을 반으로 줄이면 매년 561만 톤의 감축 실적을 얻을 수 있고, 이 양은 우리나라의 2030년 국외감축 목표인 3750만 톤의 15%에 해당한다. 여기에 산림황폐화를 방지하고 황폐지에 나무를 심는 활동까지 포함하면 감축 잠재량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 REDD+ 사업을 실제 이행하려면 산림면적과 탄소축적의 변화를 산정하는 기술적 문제부터 감축 실적의 남북 간 배분과 이전 방안과 같은 협상의 문제, 유엔 제재, 근본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이행 의지와 사전 준비 등 해결해야 할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북한 REDD+ 사업을 남북 산림 협력 의제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REDD+'로 남북 모두 이익이 생긴다


먼저 당위성이다. REDD+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는 활동이고 파리협정에서 인정하는 산림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다. 북한 REDD+ 사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크며, 남북한은 감축 실적을 분배하여 NDC 달성에 활용할 수 있다. 즉, 남북한 모두 이익이 생긴다. 더욱이 REDD+는 기후변화협약이라는 국제기구가 감축 실적을 최종 승인하고 감축 실적을 확인한 후 보상하는 제도이다. 과거 대북 지원 사업이 실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업 결과가 목표한 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북에 필요한 4가지 REDD+ 참여 조건, 남북이 협력할 과제


다음은 북한의 준비 정도이다. 현재 북한은 국제기준에 맞는 REDD+ 사업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기후변화협약은 개도국이 REDD+ 사업에 참여하여 결과 기반 보상(Results-Based Payment)을 받으려면 ①REDD+ 국가전략 또는 실행계획 수립, ②국가 산림배출기준선 또는 산림기준선 설정, ③REDD+ 활동의 국가 산림 모니터링 체계 구축, ④안전장치(safeguards) 준수 관련 정보제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참여 조건(elements)을 충족해야 한다. ④번은 REDD+ 사업으로 원주민과 지역사회, 생물다양성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4가지 참여 조건 모두 REDD+ 사업의 결과 기반 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남북한 협력 과제라 생각한다. 개도국 대부분이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으로 부족한 참여 조건을 맞추고 있다. 북한 역시 ‘긍정적 협력’이라는 표현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였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북한의 REDD+ 사업의 준비 정도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한 REDD+ 사업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지향점이 명확한 단계적 접근이어야 참여의 필요성이 커지고 성과가 난다. 최종 목표는 북한에서 REDD+ 사업을 추진하여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만들고, 이를 결과 기반 보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단계로 앞에서 든 4가지 참여 조건을 충족하는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2단계로 도 단위에서 REDD+ 시범 사업을 추진하며 마지막 3단계로 감축 실적을 ‘결과 기반 보상’과 연결하는 것이다. 모든 과정에서 남북한의 협력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협력과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1단계는 실질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FAO와 북한 스스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준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요청한 녹색기후기금(GCF)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2003년부터 스위스가 북에 시도한, '경사지관리 프로그램'의 성과


나는 스위스가 북한의 식량 부족과 산림황폐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경사지관리 프로그램에 주목한다. 2003년 스위스 개발협력청의 제안으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경사지관리 프로그램은 점차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10년이 흐른 2013년에는 산림법을 개정하여 ‘임농복합경영’으로 법제화되었다. 황폐된 산림을 복구하면서도 동시에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임농복합경영은 북한의 필요를 충족하는 맞춤형 접근 방식이었다. 스위스는 북한 주민들이 수종과 농작물에 대한 계획권과 판매권을 가질 수 있도록 경사지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는데 북한 정부는 파격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새 대통령에게 '남북한 맞춤형 REDD+ 사업'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북한에게 REDD+ 사업은 어떤가? 헐벗은 산림을 복구하고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확보하여 NDC 달성과 결과 기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국제 질서에 자연스럽게 진입하고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대북 협력사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성공한다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고 남북의 긴장은 줄어들며 우리 역시 NDC 달성에 감축 실적을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정부는 한반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남북의 맞춤형 REDD+ 사업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21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마지막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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