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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26년 쓰레기 대란이 걱정된다

소각장과 매립지가 턱없이 부족하여 쓰레기가 갈 곳이 없다.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내년 직매립 금지 시행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쓰레기는 문명의 불가피한 산물이다. 인간은 자원을 투입하여 활동을 하고 원하는 걸 얻는다. 쓰레기는 불필요해져 버려지는 자원이다. 자원과 쓰레기는 뿌리가 같다. 사람에게 필요 하냐 여부로 나뉜다. 재활용되면 쓰레기도 자원이 된다. 자연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자연의 구성물은 대부분 순환되기 때문이다. 지구 생태계는 본래 ‘순환’을 전제로 하며, 순환은 진화가 이끄는 가장 효율적인 체계다. 그동안 인류는 급성장에 취해서 순환보다는 ‘선형’에 집중해 왔다. 지금은 선형에서 순환으로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선형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기대할 수 없다.


폐기물 종량제는 우리나라 자원순환 역사에서 괄목할 만한 전환점이었다. 1995년 1월 1일 전국적으로 시행되었고 음식물 종량제는 2013년부터 RFID 기반으로 확대되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돈을 내야 했다. 공짜로 버리는 행태에서 배출하는 사람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급증하는 생활폐기물은 당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폐기물 종량제는 자원순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배출량이 약 20% 감소했다. 재활용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어느덧 선진국수준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쓰레기가 비용이라는 생각이 사회 내부에 확고해졌다.


종량제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다. 폐기물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다.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쓸 만한 건 분리하여 다시 사용한다. 나머지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그런데 소각장과 매립지가 거의 포화 상태다. 2015년부터 가동했던 수도권 매립지는 잔여 용량이 10% 미만으로 2026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예상되고 있다. 수도권에는 인구 절반이 살고 있다. 소각장과 매립지 확충은 난항 중이다. 당장 수도권 매립지 신규 부지 확보는 인천시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진전이 없는 현실이다. 이런데 내년 1월 1일부터 ‘직매립 금지’가 시행된다고 한다.


직매립 금지는 생활폐기물을 별도의 선별·소각·재활용 과정 없이 바로 땅에 묻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제도이다. 종량제 봉투 채로 매립할 수 없고, 수거된 종량제 봉투를 뜯어 선별하는 과정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목적은 매립량을 최소화하고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생활폐기물 매립 비중을 현재 40%에서 10%이하로 줄이겠다고 한다. 취지와 방향에 완전 공감한다. 그럼에도 종량제에 맞먹는 어려운 시험대라고 본다. 자원 순환 체계의 질적 도약을 가져오고 순환경제로의 본격적 진입을 의미한다. 문제는 준비 상황이다. 시행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종량제 봉투를 뜯어 선별하는 과정은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종량제봉투에 음식물·비닐·플라스틱·금속 등을 함께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종량제 봉투 제도가 누진적 요금 부담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는 있었으나 분리배출의 질을 높이는 데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여 자동 선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람이 일일이 분류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선별장에서는 여전히 수작업 분류가 필수인데, 악취·오염·위험성 때문에 인력 확보가 어렵다. 기술은 진보 중이지만, ‘혼합배출’이 전제되는 한 자동화 효율은 여전히 낮다. 인건비와 설치비가 막대한데 재원 마련도 뾰족한 수가 없다.


선별로 끝이 아니다. 선별 후 남은 건 소각을 해야 하는데 소각장이 문제다. 소각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200곳에는 자체 소각장이 없다. 10여 곳에서 신규 소각장 건설이 추진 중이지만 주민 반대로 진행율이 대부분 30% 미만이다. 지금도 부족한데 새롭게 확보도 여의치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소각되지 못한 쓰레기는 결국 갈 곳이 없어진다. 매립지도 소각장 못지않게 답이 없기 때문이다. 버리는 걸 막는다 해도 막상 처리할 시설이 없다.


사회적수용성과 인식 부족도 문제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했지만 국민 대다수는 아직 모른다. 직매립 금지가 갖는 의미와 영향에 대해 아는 시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이다. 소각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소각장 건설이 난관에 빠져 있다. 어찌해서 국민들이 인식하고 지역 주민들이 합의해 준다 해도 시설에 투입할 돈이 없다. 지방재정만으로 충당하기 어렵고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기금도 없고 관련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민간투자도 수익성 측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아 적극적이지 않다.


이렇게 미흡한 상황에서 내년 직매립 금지 시행 강행은 자칫 쓰레기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시행 유예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충분히 준비하고 시행해야 대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행했다가는 파국이 불을 보듯 뻔하다. 30년 전 폐기물 종량제 성공 사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폐기물 종량제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 기간만 4~5년이 걸렸다. 시행을 앞두고 긴밀한 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끌었다. 반면, 이번 직매립 금지는 준비 기간이 1년 남짓밖에 되지 않고 국민들의 공감대 또한 훨씬 못 미친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꿰어 바느질을 할 순 없는 법이다. 이번 직매립 금지 시행은 폐기물 종량제 못지않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대한민국 자원순환 경제 전환에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권역별 소각·재활용시설 확충, 세부적인 법·기술 기준 표준화, 주민 수용성 확보, 전국 단위 구체적 로드맵 수립, 중앙정부 컨트롤타워 및 재정 지원 체계 구축 후 해도 늦지 않다. 정부는 이 요구 사항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 미증유의 쓰레기 대란이 오면 호미를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다. 행정 편의와 나라의 안위를 맞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그대로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품을 선별한 후 남은 잔재물만 소각해 그 소각재만 묻도록 하는 제도다. 기후환경에너지부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4자 협의를 통해 제도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로 정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수도권 3개 시도가 현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 중인 연간 약 51만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대안이 필요하다. 사진_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위키커먼즈)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그대로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품을 선별한 후 남은 잔재물만 소각해 그 소각재만 묻도록 하는 제도다. 기후환경에너지부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4자 협의를 통해 제도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로 정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수도권 3개 시도가 현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 중인 연간 약 51만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대안이 필요하다. 사진_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위키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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