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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력량보다 전력망이 더 큰 문제다

대한민국 전력 시스템은 지금 ‘전환기’에 놓여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량 계획’에서 ‘전력망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계획’으로 진화해야 한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말고 행동해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이렇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조선, 방산,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이 불붙기 시작했고 코스피 지수는 최초로 4000을 넘었다. 1년 이내 5000 돌파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확대되는 산업 규모에 맞게 전력량을 어떻게든 늘리면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핵심은 발전량이 아니라 ‘전력망’에 있다.


발전량은 태양광·풍력·원자력·가스 발전소 등에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만들어 내느냐이다. 전력망은 생산 된 전력을 어디에서 어디로, 어떤 용량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냐다. 전력은 생산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산업·도시로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만 실제 사용이 가능하다. 발전과 송배전망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어느 한 부분이라도 병목이 생기면 전체 시스템 용량은 제한된 다.


전력망이 전력량보다 기저인 이유는 전력망은 단기간 확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전소는 3~7년이면 지을 수 있지만, 초고압 송전선로는 주민 반발, 환경영향평가, 부지 확보 문제 등 사회적 갈등 요소가 많아 8~15년까지도 걸린다. 우리나라는 특히 국토가 좁고 송전탑 설치에 대한 지역 반발이 강해, 송전망 확충 속도가 발전설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왔다. 밀양 765kV 송전탑 사건은 대한민국 전력망 갈등의 대표적 사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특성은 전력망 문제를 앞당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이 수백 메가와트를 요구할 정도로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며, 전력 품질 요구도 매우 높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수도권·도시 인근 산업단지에 들어서기를 원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들이 이미 전력망이 포화 상태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최근 수도권의 신규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에 대해 ‘접속 지연’, ‘망수용 한계’를 통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발전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력을 가져오는 전력망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급증할수록 전력망 포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병목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지역에 따라 분포가 비대칭적이며, 대개의 경우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에 설치된다. 하지만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도시로 보내는 송전망이 부족하다면, 발전량이 충분해도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제주도에서 풍력발전이 남아돌아도 송전망이 부족해 출력 제한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발전량 자체보다 전력망이 전체 시스템의 병목 지점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전력망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제약을 넘어 국가 에너지 구조 전체의 효율과 비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력망이 부족하면 자연히 지역 간 전기요금 격차가 커지고, 발전소 건설과 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지며, 재생에너지의 활용률도 낮아진다.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발전만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국가 전체 전력 시스템의 비용을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이미 설치된 전력망을 최적화해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신규 송전망 건설은 8~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수요는 2030년 이전부터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규 송전망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존 송전망은 설계 당시보다 낮은 가동률로 운영되는 구간이 많다. 이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 여유 때문인데, 최근 기술 발전으로 실시간 계통 감시(EMS), 동적 라인 정격(DLR), 고온 초전도재 패선, 그리고 송전선의 고효율 애자·도체 교체 등을 통해 기존 망의 전송용량을 20~50%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공사 기간이 짧고 사회적 저항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기존 전력망 확충·고도화 전략은 한국 전력계통이 당면한 현장 문제, 특히 전력망 혼잡과 산업입지 제약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실효적이며 사회적 비용이 적은 중단기 해법이다. 그렇다고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장기적 전력망 재설계까지 이어지기 위한 과도기적 전략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방안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려면, 기술 투자, 규제 개선, 지역 수용성 관리, 전력망 장기 계획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한다. 단기적 효과에 안주하지 않고, 중기적 고도화와 장기적 신규 설비 확충이 균형 있게 추진될 때 한국의 전력망은 미래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응 가능한 체질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전력망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지산지소(地産地消)다. 전력망 문제는 단순히 송전선이 부족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전력 시스템의 불균형 구조가 문제다. 발전은 지방·해안에 집중되고, 소비는 수도권·대도시에 집중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송전망 혼잡, 출력제한, 전력 손실, 주민 갈등, 신규 송전선 건설 지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핵심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하나의 단순한 구조에 귀결된다. 바로 전기를 너무 멀리 보내야 하는 구조다. 이 구조적 문제를 벗어날 수 있는 접근이 지산지소다.


정부는 지난 11월 27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적용되는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을 새로 세우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전력 시스템은 지금 ‘전환기’에 놓여 있다. 산업 급성장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송전망 혼잡과 출력제한 문제가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 두 압력이 전력계통을 흔들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계획은 기존의 ‘전력량 중심’을 넘어 ‘계통 중심·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첫 번째 계획이 되어야 한다. 제12차 전력수급계획은 ‘전력량 계획’에서 ‘전력망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계획’으로 진화해야 한다.


2025년 3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거 공고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서 계획한 <주요 지역간 융통선로 계획(안)>이다. 녹색선은 345kV 신설, 빨간 선은 HVDC 신설 구간이다.  "신규 송전망 건설은 8~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수요는 2030년 이전부터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규 송전망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존 송전망은 설계 당시보다 낮은 가동률로 운영되는 구간이 많다. 이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 여유 때문인데, 최근 기술 발전으로 실시간 계통 감시(EMS), 동적 라인 정격(DLR), 고온 초전도재 패선, 그리고 송전선의 고효율 애자·도체 교체 등을 통해 기존 망의 전송용량을 20~50%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플래닛03 "사설, 전력량보다 전력망이 더 큰 문제다") 사진_'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71쪽
2025년 3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거 공고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서 계획한 <주요 지역간 융통선로 계획(안)>이다. 녹색선은 345kV 신설, 빨간 선은 HVDC 신설 구간이다.  "신규 송전망 건설은 8~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수요는 2030년 이전부터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규 송전망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존 송전망은 설계 당시보다 낮은 가동률로 운영되는 구간이 많다. 이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 여유 때문인데, 최근 기술 발전으로 실시간 계통 감시(EMS), 동적 라인 정격(DLR), 고온 초전도재 패선, 그리고 송전선의 고효율 애자·도체 교체 등을 통해 기존 망의 전송용량을 20~50%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플래닛03 "사설, 전력량보다 전력망이 더 큰 문제다") 사진_'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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