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순형 교수 | 수요·계통 빠진 재생에너지 100GW, 정치 선전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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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7 최민욱 기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얼마나 많이 짓느냐로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늠하는 방식은 한계에 왔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하는 에너지이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전력계통과 수요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아무리 늘어나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은 제한된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 설비 경쟁이 아니라 전력계통과 수요 설계 경쟁이다.

이순형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에너지안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전기기술사이다. 전력계통 운영과 신재생에너지 접속 문제, 분산형 전원 기술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주도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 표준모델 실증’ 연구의 책임자로서 농촌 기반 에너지 전환의 현장 모델을 설계했다. 2020년 은탑산업훈장, 2024년 전라남도지사 표창과 대한전기학회 춘계학술대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대표 강의는 ‘전력계통’, ‘에너지변환공학’, ‘신재생에너지공학’ 등이며, 저서로는 『신재생에너지공학』과 『계통연계기술』 등이 있다. 전라남도 정책자문위원회 전략산업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지역 기반 에너지 정책의 실용화와 대중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상식, 이제 에너지믹스가 아닌 에너지 비율을 따질 때
에너지 정책 논의에서 흔히 “에너지믹스”라는 표현을 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에너지 종류의 나열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에너지원이 어떤 비율로 시스템 안에 들어가야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계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올려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다만 재생에너지 100%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전력 품질 문제를 감안하면, 100% 재생에너지 전력계통은 실제 운전이 불가능하다.
정책은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원전·LNG·에너지저장장치를 어떤 비율로 조합할 때 계통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에너지원의 종류가 아니라 에너지 비율이 새 논의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100GW 재생에너지 확대, 계통이 받쳐주지 못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공표했다. 한국의 기술 수준과 자본을 감안하면 발전 설비를 100GW까지 설치하는 일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설비가 아니라 계통이다.
현재 우리나라 최대 전력 부하는 약 60~65GW 수준이다. 설비 기준 총 발전용량은 약 152GW이지만, 정비와 고장을 감안한 실제 최대 공급 능력은 95~96GW 정도이고, 최대 수요는 65GW 수준에 머무른다. 예비율은 30% 후반대다. 이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설비만 100GW를 추가하면, 기존 석탄·원전·LNG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관성 부족과 전력 품질 악화를 어떻게 막을지부터 따져야 한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하므로, 생산을 늘리기 전에 수요와 계통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100GW 확대 구상이 실현되려면 산업구조, 데이터센터·AI 컴퓨팅 센터·신규 공단 등의 수요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이 수요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송전·변전·저장 설비를 어떻게 깔 것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설비 용량만을 정치적 구호처럼 앞세우는 방식은 물리적으로 시스템이 따라갈 수 없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한다
전력은 대부분의 경우 대량 저장이 어렵다.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1:1로 맞아야 하는 에너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위험해지는 지점은 바로 이 생산-소비 동시성에서 출발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환경에 따라 출력이 시시각각 변한다. 계통은 이 변동에 맞춰 다른 발전원을 줄였다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비율이 임계치를 넘으면, 기저부하를 담당하던 발전원을 지나치게 줄이게 되고, 전력계통에서 회전하는 관성이 부족해진다. 그 순간 작은 충격에도 주파수·전압이 크게 흔들리고, 최악의 경우 광역 정전(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맞추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전력계통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계통 수준은 이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저·관성 전원은, 전력계통의 안전판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저·관성 전원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원자력과 LNG 발전은 전력계통에 회전 관성을 제공하고, 일정 수준의 기저부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전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늘리면서, 이 비중을 단기간에 20% 이하로 떨어뜨리는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계통 관성이 급격히 줄어든다. 원전은 감발 운전이 어렵고, 한 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원전을 기저부하에서 빠르게 밀어내면, 그만큼 LNG나 다른 회전기 기반 발전기가 관성을 대신 제공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더라도 일정 수준의 기저·관성 전원 비율을 유지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의 목표는 특정 발전원 퇴출이 아니라, 관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구조 안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지산지소의 현실적 한계와 4-4-2 전법
호남 지역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다. 특히 서남해 해상풍력과 태양광이 집중되면서 “전남에서 만든 전기는 전남에서 쓴다”는 식의 지산지소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00% 지산지소는 불가능하다.
호남권에서 재생에너지 100GW가 생산된다고 가정해 보자. 평균 이용률 20%를 적용하면 실질 공급능력은 20GW 수준이다. 현재 호남 최대 부하는 약 7GW 수준이다. 지역에서 산업을 유치하고 데이터센터·AI 센터·RE100 산업단지를 만들어 소비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려도, 모든 전력을 지역 내에서 소화하는 것은 어렵다. 남는 전력은 수도권 등 다른 권역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안하는 것이 4-4-2 전법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지역 소비 40%, 수도권 공유 40%, 저장 20%라는 구조로 나누는 모델이다. 지역 소비 40%는 호남권 RE100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공단 유치를 통해 전력 다소비 산업을 키우는 기반이 된다. 수도권 공유 40%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HVDC) 등을 통해 수도권과 중부권에 송전한다. 나머지 20%는 ESS나 P2G(전력을 수소 등으로 바꾸는 기술)를 통해 저장해 시간과 계절의 간극을 메운다.
이 모델을 적용하면 현재 정부가 계획한 20GW 규모 송전선로 신설을 14GW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송전망을 여유 있게 깔되, 불필요한 과잉 투자를 줄이고 이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통을 설계할 수 있다. 지산지소와 중앙집중형 송전 사이에서 4-4-2 전법은 현실적인 타협점에 가깝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의 ‘전기 먹는 하마’가 아니야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 센터는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라는 표현이 흔히 따라붙는다. 그러나 전력계통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센터는 위험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기회이다.
예를 들어 500MW급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거의 일정하게 부하를 유지한다. 공장이나 건물처럼 낮에만 가동하고 밤에는 줄어드는 부하와 달리, 연중 계속 비슷한 전력을 소모한다. 최대 출력의 순간만 보면 전력 소비가 크지만, 계통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기저 부하를 제공해 준다.
전력수요가 출근·퇴근, 명절, 계절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구조에서는 부하가 너무 낮아지는 시기에 오히려 계통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이런 하한 위험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꾸준히 전력을 소비해 주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크지만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남는 전력을 흡수하고 계통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부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력망의 충성 고객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력품질을 확보하는 "부하 분리"가 필요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 전력계통의 품질 문제는 더 중요해진다. 단순히 “계통 용량이 부족하다”는 식의 논의로는 충분하지 않다. 설비 용량이 충분해도 품질이 흔들리면 고급 수요처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부하 분리(load separation)이다.
부하 분리는 부하의 특성에 따라 계통을 물리적으로, 또는 설계적으로 분리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54kV 변전소는 이론적으로 최대 400MW까지 공급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압 변동과 안정 범위를 고려해 200MW 이하에서 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부하 변동이 큰 수요처를 같은 계통에 마구 연결하면 전체 전압과 주파수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용량 부하 앞단에 BESS와 관성 전원 등을 함께 배치해, 해당 수요처 내부에서 변동을 흡수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계통은 일정한 전력을 보내고, 데이터센터는 ESS와 자체 설비를 활용해 내부 변동을 조정한다. 이렇게 되면 계통 전체에는 하나의 안정된 부하로 보이게 된다.
많은 논의가 여전히 “용량 확보”에만 머무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하 분리와 완충 설계가 계통 안정의 핵심이다.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하를 어디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어디에서 완충을 할 것인지까지 포함하는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2035년 NDC 53%, 계통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53%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이전 2030년 NDC에서 제시된 40% 감축 목표도 아직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력계통 정비 속도,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 송전망 확충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53% 목표는 종이에 적힌 숫자에 가깝다.
현재 계통 계획은 여전히 중앙집중식 사고에 기반해 있다. 송전망을 “얼마나 더 깔 것인지”에 집중돼 있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어떻게 흡수할지, 배전단에서 어떤 역할을 민간과 지역에 넘길지에 대한 설계는 미흡하다. 이 상태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수록 출력제한, 계통 대기, 품질 저하가 반복될 것이다.
NDC 목표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려면 전력계통과 수요 구조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계통 설계를 뒤로 미룬 채 설비 목표만 높인다면, 53%는 물론 40%조차 달성하기 어렵다.
송전망 증설보다 먼저 전력 품질 설비부터
전력품질을 지키는 설비 투자는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변전소 단계에서의 ESS, 무효전력 보상장치, 관성 공급 설비, 고장 시 계통 분리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보호계전 시스템 등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수 인프라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계통으로 전기가 들어오는 지점에 “정수장 역할”을 하는 설비가 필요하다. 불규칙한 전력을 한번 걸러내고, 안정된 품질의 전력만 계통에 올리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지금은 발전 사업자가 아무 품질의 전기를 보내도 한전이 변전소에서 ESS 등으로 이를 보정하는 구조다. 발전 쪽에서도 품질 책임을 함께 지는 설계로 바꿔야 한다.
출력상한 공동접속 시스템이라는 현실적 대안
송전망과 배전망 포화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출력상한 공동접속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방식의 핵심은 하나의 선로에 여러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연결하되, 각 발전소의 출력 상한을 조절하고 ESS를 통해 변동분을 흡수함으로써 기존 선로의 허용 용량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용 용량 20MW인 배전선에 20MW급 태양광 발전소 하나만 연결하는 현재 구조는, 하루 중 짧은 시간에만 선로를 꽉 채우고 나머지 시간에는 거의 비워 두게 만든다. 출력상한 공동접속을 적용하면 같은 선로에 20MW급 발전소 다섯 개(총 100MW)를 연결하되, 각 발전소의 실시간 출력은 4MW로 제한한다. 초과분은 각 발전소에 설치된 ESS에 저장한다. 계통에는 언제나 20MW 이내의 전력만 흘러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루 전체로 보면 선로 활용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성 분석을 해 보면, 100MW급 프로젝트 기준으로 ESS 설치 등 추가 비용이 들지만, 선로와 수변전 설비를 중복 건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민간 기준 순투자비는 크게 줄어든다. 국가 전체로 확장하면, 지금 방식으로 송전망을 새로 까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재생에너지 용량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기술적 난도보다 규정과 관성의 문제가 크다. 하나의 선로를 여러 사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전 설비이용 규정을 “설비용량” 기준에서 “공급용량” 기준으로 바꾸는 작업, 사고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계통 코드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도 제도 개선으로 수십조 원 규모의 송전망 투자와 지역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면, 논의만 반복할 이유는 없다.
계통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영역이다
전력계통은 고도로 특화된 기술 영역이다. 단순한 전기공학 지식만으로는 전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없다. 발전·송전·배전·보호·계통분석을 모두 이해하고, 실제 현장에서 운전과 시공을 경험한 전문가 집단이 설계를 주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계통 전문가들이 주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위원회에는 시민단체, 설비업자, 경제·경영 전문가 등이 주로 참여하고, 실제 계통을 시뮬레이션하고 설계했던 사람들은 뒤에 서 있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 대안이 있어도 정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에너지 전환이 제도권 과제가 된 지금, 환경·시민사회 역할은 이미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 다음 단계는 전문가 집단에게 계통 설계 권한을 넘기는 것이다. 목표와 철학은 정치가 정하더라도, 어떻게 구현할지는 계통 전문가에게 맡기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실패를 계속 반복하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보조할 지역 에너지청이 필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서 중앙 차원의 에너지·전력·기후 기능은 하나의 체계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중앙의 통합만으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전환을 현장에서 구현하기 어렵다. 에너지고속도로, 해상 풍력 집적화, 육상 풍력과 태양광의 전원 개발, 분산에너지 활성화 같은 사업은 지역의 토지 이용, 주민 수용성, 어업권, 환경 규제, 산업단지 계획과 직접 맞물린다. 이 업무는 중앙 부처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현행 구조에서 호남·경상·중부권 등 주요 권역의 인허가와 이해관계를 일일이 조정하려면 산업부·환경부·한전·지자체가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 지연, 중복 협의, 갈등 장기화가 반복된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큰 지역일수록 조정 난도가 더 높아지고, 계통 계획과 지역 개발 계획이 따로 흘러가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권역 단위의 지역 에너지청이 필요하다. 이미 운영 중인 영산강·낙동강·중부권 유역환경청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의 재생에너지 개발, 송전망 경로 설정, 주민 수용성 확보, 환경 영향 조정, 이익공유제 운영 등을 전담하도록 기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지역 에너지청이 설치되면 재생에너지 개발과 계통 연계, 지역 산업단지 수요 설계가 단일 창구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호남권을 예로 들면, 새만금 육상 태양광, 서남해 해상 풍력, 광주 AI·데이터센터 산업구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이를 에너지고속도로와 연계해 권역 단위 전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구조적 조정을 지자체·한전·부처 조직이 개별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사업 속도와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지역 에너지청이 만들어지면 “어디에 얼마나 짓고, 어떤 방식으로 수용성을 확보하며, 어느 지역으로 송전하고, 저장과 산업 유치를 어떤 비율로 배치할 것인지”를 권역 단위에서 일관되게 조정할 수 있다. 중앙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가 목표와 계통 대전략을 설계하고, 지역 에너지청은 각 권역의 인허가·집적·갈등 조정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 분리가 이루어져야 에너지 전환과 계통 혁신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실천과 시간이다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재생에너지 확대도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이다. 남은 과제는 이 전환을 실제 계통이 견딜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 만드는 일이다. 에너지 비율 관점에서 목표를 재설계해야 하고, 4-4-2 전법과 같은 현실적인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대용량 부하를 계통의 위협이 아닌 자산으로 관리해야 하며, 부하 분리와 출력상한 공동접속 같은 구체적 해법을 제도화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정책 결단과 거버넌스 개편이다. 계통을 이해하는 전문가에게 설계 권한을 넘기고, 중앙과 지역의 역할을 재정렬하지 않는 한, 100GW 재생에너지와 2035년 NDC 53% 목표는 종이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전력계통 없는 에너지 전환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전력계통을 중심에 놓고 전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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