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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특별법 | 산림투자선도지구와 규제 완화 조항,악용될 소지 있어

2025-10-23 최민욱 기자

산불특별법 개발 특례 논란, 2025년 초대형 산불 피해 지역을 위한 산불특별법이 피해자 구제보다 개발 특혜에 치중되어 논란이다. 산림투자선도지구와 규제 완화 조항으로 환경보전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산불 피해 복구 및 혁신적 재창조 계획 특별 브리핑.  사진. 경북도청 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산불 피해 복구 및 혁신적 재창조 계획 특별 브리핑. 사진. 경북도청 브리핑 영상 갈무리

산불특별법 도입 배경


2025년 3월 경북·경남·울산을 휩쓴 초대형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31명이 목숨을 잃고, 4000채 이상의 주택이 전소되었으며, 피해 규모는 1조1천억 원을 넘었다. 피해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고 정부가 긴급 구호에 나섰지만, 기존 재난지원 체계만으로는 광범위한 보상과 장기적 복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산불특별법)이 마련되었다.


의안 제안이유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기존 법률 수준에 그치지 않고, 보다 충분하고 종합적인 보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는 기존 제도에서 심리적 피해나 간접 생계 손실, 지역 공동체 재건과 같은 구조적 피해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산불특별법은 9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특별법에는 국무총리 산하에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를 설치해, 기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피해 항목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결국 산불특별법은 전례 없는 피해 규모에 대응해, 일회성 지원을 넘어 구조적 회복을 가능케 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이 법이 기후위기 시대의 지역 복원과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개발 중심의 프레임 전환 수단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산림특구’와 ‘투자선도지구’로 본 경상북도 구상


산불특별법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피해 주민의 생활 안정, 생업 복구, 산림 복원 등을 포함한 피해 구제 대책이고, 후반부는 개발 관련 특례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경상북도의 요구가 반영된 개발 특례들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림경영특구’와 ‘산림투자선도지구’ 제도이며, 이와 연계해 보전산지 해제 등 각종 규제 완화 조항이 신설되었다.


‘산림경영특구’는 피해 산림을 단순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소득 기반의 산림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다. 기존에는 개인 산주들이 분산적으로 관리하던 임야를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 단위로 통합해 전문 경영하고, 수익을 면적 지분에 따라 배분하는 모델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금지됐던 국유림 내 임산물 재배도 허용해, 주민들이 밤·잣 등의 수실류 재배를 통해 공공 산림에서 직접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체계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실험적 시도로 보고 있다.


반면 ‘산림투자선도지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피해 지역에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개발특구 제도다. 피해 산림이 일정 비율 포함된 1만㎡ 이상의 구역에 대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 지속가능성을 명분으로 관광단지, 산림휴양 리조트, 스마트농업단지 등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법 조항에는 이들 개발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국토계획, 산지관리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선도지구 내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간주돼 강제 수용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특례 조항은 피해 주민 지원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민간 개발 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실제로 특별법은 산림보호구역과 보전산지에 대한 규제까지 해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도지사는 산불 피해를 입은 보호구역에 한해, 자연휴양림·산림레포츠시설·수목원 등의 조성을 명분으로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통상 자연 복원을 원칙으로 엄격히 관리되던 보호구역의 개발 전환이 가능해진 셈이다.


결국 경상북도의 건의로 포함된 특례 조항들은 피해 지역을 ‘혁신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포장되었지만, 동시에 환경법제의 기본 원칙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충돌하는 기존 환경법·산지보전 제도


산불특별법에 포함된 각종 개발 특례는 현행 환경보전법과 산지관리 제도와 여러 측면에서 충돌한다. 우선, 산림보호 및 산지이용 관련 법률체계가 특례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은 산림투자선도지구 내에서 시·도 조례로 산지의 종류와 면적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보전산지에 적용되는 행위제한 규정도 완화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산지관리법이 설정한 ‘산지 난개발 방지 원칙’을 특구 내에서 면제하는 조치다.


또한, 산림보호법상 보호구역도 지자체 재량으로 해제할 수 있게 되면서, 보호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생활환경보호구역·경관보호구역·수원함양보호구역 등은 생태·환경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구역임에도, 특별법은 산불 피해를 계기로 이들 지역을 손쉽게 해제하고 개발용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의 환경민감 지역 보전’이라는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환경영향평가 제도 역시 약화된다. 특별법 제60조는 선도지구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간을 45일 이내로 단축하고, 이 기한 내 회신이 없으면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보완 요구도 1회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신속 협의를 강제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환경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라는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조항이다. 특히 산림 생태계처럼 민감한 구역에서는 이러한 간주협의·단축규정이 졸속 심사를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시·도지사가 선도지구 개발 계획을 승인하면 개별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 처리하도록 하여, 국토계획법 등 타 법령에서 요구하는 토지 이용 심사 절차도 생략된다. 행정 절차를 대폭 단축시키는 이 조항들은 개발 사업자에겐 유리하지만, 공공의 사전 검토와 통제 장치는 무력화된다.


결국, 산불특별법의 특례 조항들은 환경법 체계의 예외를 광범위하게 허용함으로써 법률의 균형추를 개발 쪽으로 기울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책 방향이 산림 보전과 재해 예방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특별법은 오히려 피해 지역을 개발 촉진 구역으로 전환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비판이다.


환경단체들은 “산불을 계기로 보호지역을 해제하고 대규모 개발을 허용하면, 산림 난개발과 보호지역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요컨대 ‘재난을 계기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개발에 활용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힌 특례 구조가 기존 환경·산지보전 정책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 복구에서 개발 확약, 변질된 산불특별법


산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경상북도는 피해 복구를 넘어 법을 지역 개발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본격화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 바라보는 산에서 돈이 되는 산으로”라는 구호와 함께 피해 지역을 ‘혁신적으로 재창조’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는 청송군·영덕군 골프장 조성, 안동시 산림휴양·목재산업 복합단지, 의성군 스마트과수원, 영양군 산촌·스마트팜 단지 등 대규모 민간 개발 계획이 포함됐다. 이 같은 사업들은 특별법이 도입한 각종 특례 조항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경상북도의 전략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특별법의 핵심 취지였던 ‘피해 주민 지원’을 뒷전으로 미루고, 개발사업 유치에 초점이 옮겨 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이 지향해야 할 우선순위는 생계 기반 복구와 안전한 주거 환경 회복이어야한다. 하지만 경상북도의 구상에서는 대규모 사업 유치와 민간 자본 유입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도지사는 “산림투자선도지구가 특별법의 핵심 내용”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와 경상북도가 기업 지원 특례와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경상북도는 ‘1시군 1호텔 프로젝트’,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등 기존 개발 프레임을 피해 지역 재건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산불 피해 지역의 회복을 지역 개발 사업 추진과 동일시하는 전략이며, 재난 복구가 아니라 경제 개발이 우선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피해 지역이 재난 회복의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난개발 현장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주의 동의 없는 벌목, 보호지역 해제, 사유지 강제 수용 등 권한이 동반될 경우, 원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역 환경과 용도가 일방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 권익 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특별법 시행 이후 피해자 지원과 개발사업 간의 우선순위가 혼재되면서, 법의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난 극복을 위한 법이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은, 향후 법 시행 과정에서 핵심 논쟁이 될 전망이다.


재난 회복인가, 개발 특혜인가


산불특별법에 포함된 개발 특례 조항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 131개 환경·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피해 지원은 뒷전이고 개발 특혜만 가득한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법 후반부에 삽입된 특례 조항들이 피해 주민보다 특정 민간 사업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산림보호구역 해제, 인허가 완화, 사유지 강제 수용 가능 등의 조치는 재난 복구라는 공익 목적을 민간 개발에 연결시켜, 법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 큰 차원의 문제는 이 특별법이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의 결과로 반복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인데, 이번 법이 개발 유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산불 이후에야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 완화가 개발 절차를 지나치게 단축시켜, 재난 예방과 생태 복원보다 사업 추진이 우선시되는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은 회복력을 높이는 복원 중심의 접근이 핵심인데, 산불특별법은 이를 역행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결국 이번 특별법은 제정 취지와는 달리, 복구보다는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피해 회복’과 ‘개발 유도’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향후 유사 재난 입법에도 부정적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산불 피해 지역의 미래를 공공성 중심으로 설계할 것인지, 민간 주도 개발로 위임할 것인지는 입법자와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숙고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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