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 묻을 땅이 없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거나 자원순환을 정착시키거나
- planetssong03
- 9월 26일
- 5분 분량
2025-09-23 김성희 기자
중국의 2018년 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National Sword’)는 한국에 ‘쓰레기 쓰나미’를 불러왔다. 수출길이 막히자 전국 아파트 단지에 폐비닐이 방치됐고, 정부는 긴급 소각·매립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수도권 매립지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인천은 2025년 이후 반입 중단을 선언했다. 직매립 금지 정책 속에서 지자체들은 소각장 확충을 추진하지만 잔재물 매립 문제와 주민·정치 갈등은 여전하다. 근본 해법은 새 매립지도, 더 큰 소각장도 아닌 쓰레기 감량·재사용·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이다.
중국 쓰레기 수입 금지 선언, 한국을 덮친 직격탄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량의 72.4%가 중국과 홍콩으로 향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재활용률’이라는 착시 속에서 사실상 쓰레기를 중국에 떠넘겨 왔던 셈이다.
당시 중국의 공식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3%(2013년 기준)로 비교적 높아 보였지만, 이 수치에는 해외에서 들여온 폐기물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 국내에서 발생한 폐기물만 보면 실제 재활용률은 15%에 불과했다. 2013년 한 해에만 중국 내 폐기물 7800만 톤이 공식적으로 재활용되지 못했고, 남겨진 폐기물은 중국의 땅과 환경을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당시 중국은 값싼 재활용 산업 대신 첨단 제조업과 내수 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 전략을 수정하고 있었다. 이미 저부가가치·고환경부담 산업인 폐기물 처리업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짐이었다.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장" 역할을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2018년 1월, 중국은 외국 폐기물 반입 금지 조치인 ‘National Sword’ 정책을 발표하며 폐비닐·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항구마다 산처럼 쌓여 들어오는 외국산 쓰레기를 차단하고, 자국 환경을 지키겠다는 칼을 빼든 것이다. 이 조치는 하루아침에 세계 폐기물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고, 한국은 그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쓰레기 쓰나미’로 다가온 중국의 금지 조치
한국은 당시 폐플라스틱 수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했기 때문에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는 한국 사회에 곧바로 ‘쓰레기 쓰나미’로 다가왔다. 수출 길이 하루아침에 막히자, 처리할 곳을 잃은 쓰레기가 전국 곳곳에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3132개 아파트 단지 중 1610개 단지에서 폐비닐 수거가 중단됐다. 분리수거장은 포장재와 스티로폼으로 가득 찼고, 아예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 쓰레기로 버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정부는 곧바로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지자체가 직접 수거·운반 비용을 지원하고, 공공 선별장과 소각장을 활용해 적체를 해소했으며,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이라도 한시적으로 매립을 허용하는 조치까지 취해졌다. 단기적으로는 분리수거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는 치워졌지만 실제로는 재활용돼야 할 자원이 대량으로 소각·매립으로 전환됐다. 이에 2018년 한국의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고, 처리 비용은 급등했다. 중국이라는 외부 처리 시스템에 의존한 상황이 무너지자 쓰레기는 곧바로 도시의 민낯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의 매립지 중단, 더 이상 ‘임시’가 아닌 한국 쓰레기의 상징
한국의 쓰레기 문제에서 가장 큰 뇌관은 단연 수도권 매립지다. 인천 서구 검단·경서동 일대에 위치한 이곳은 1992년 개장 이후 30년 넘게 서울·경기·인천에서 발생하는 생활·사업장 폐기물을 떠안아온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다. 한때는 "임시 사용"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국 폐기물 처리의 상징이자 난제를 드러내는 공간이 되었다.
2023년 기준 수도권매립지 반입량은 총 1293만 톤이며 그중 생활폐기물이 45%(약 585만 톤), 사업장 폐기물이 55%(약 708만 톤)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약 3만5천 톤이 이곳으로 들어온 셈이다. 쓰레기차들이 줄지어 드나드는 풍경은 이제 인천 서구 주민들의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속도다. 현재 사용 중인 제3-1매립장은 2018년부터 반입을 시작했는데, 불과 6년 만인 2024년 6월 기준 매립률이 61%에 도달했다. 애초 계획은 2026년까지 사용한다였지만, 현재 추세라면 그 시점을 채우기도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1·2매립장이 이미 포화 상태로 문을 닫은 전례를 떠올리면, "시간이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결국 인천시는 2025년 이후 더 이상 외부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0년 넘게 수도권 쓰레기를 떠안은 인천의 희생은 끝났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서울과 경기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쓰레기 정책의 균열은 이미 정치적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다.
수도권 매립지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라, 환경·정치·사회 갈등이 교차하는 거대한 분화구다. 매립장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지만, 새로운 땅을 찾을 수도, 기존 시설을 확장할 수도 없는 ‘삼중의 벽’ 앞에 놓였다.
대체 매립지 없는 합의, 불신만 키운 4자 협의체
수도권 매립지의 미래를 두고 첫 번째 공식 협상이 2015년 6월에 열렸다. 이미 제1·2매립장이 포화에 다다른 상황에서, 제3매립장의 사용 여부를 두고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머리를 맞댔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른바 ‘4자 협의체’다.
당시 협의의 핵심은 “종료냐, 연장이냐”였다. 인천은 더 이상 수도권 쓰레기를 떠안을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서울과 경기는 대체 시설이 없어 연장을 주장했다. 결국 합의문에는 “3-1공구 사용을 연장하되, 대체 매립지를 확보할 것”이었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세 차례에 걸쳐 대체 매립지 공모를 시도했지만, 주민 반발과 정치적 부담에 가로막혀 모두 무산됐다. 후보로 거론된 지역마다 “제2의 인천”이기를 거부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새로운 매립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인천은 협의체의 합의대로 2025년 이후 공동 매립은 없다고 선언했고, 서울과 경기는 쓰레기 처리 공백을 우려하며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협의체는 출범 당시에는 해법의 통로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선언만 있고 실행은 없는 합의, 그 부작용이 수도권 매립지를 둘러싼 불신과 교착을 낳고 있다.
묻을 땅이 없다, 직매립 금지의 출발점
직매립 금지 정책의 가장 큰 이유는 영토가 작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매립지 부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제1·2매립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제3-1매립장도 2026년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2031년이면 전국 공공매립시설 215곳 중 절반에 가까운 102곳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묻을 땅이 없으니 이제는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도를 이끌어 낸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원자재 가격과 수급의 불안정을 초래했고, 정부와 기업은 제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재활용을 통한 업스트림(Upstream) 공정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직매립 금지는 이 전환의 첫 단계로, 단순 폐기 처리를 줄이고 재활용과 자원순환을 제도화하는 출발점이다. 더불어 국제 환경지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K-ESG 경영 가이드라인에 폐기물 처리 항목이 반영되면서, 직매립 금지는 이제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ESG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
소각장 확대, 단기 해법의 그늘

직매립 금지가 다가오자, 지자체들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소각장이었다. 2022년 기준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825만9천 톤. 이 가운데 57.6%인 475만 톤이 소각됐고, 24.7%인 204만 톤은 여전히 매립됐다. 수도권만 따져보면, 생활폐기물 362만 톤 중 65%가 소각되고, 20.2%는 매립됐다.
서울은 이미 하루 2898톤 규모의 소각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며 추가 확충에 나섰다. 마포 상암동에는 하루 1000톤 처리 규모의 신규 소각장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인천 역시 영종과 부천에 각각 신규 소각장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로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소각장은 결코 완전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쓰레기 100톤을 태워도 바닥재 15~20톤, 비산재 3~5톤은 남는다. 이 잔재물은 결국 매립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즉, 소각장을 아무리 늘려도 매립지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민은 변했지만 정치의 벽은 여전, 넘어야 할 사회적 합의
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 제정은 불법·방치 폐기물과 재난폐기물 처리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민 지원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9년 전국 조사에서는 국가 주도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에는 89.9%가 찬성했지만, ‘내 집 앞 설치’에는 단 12.1%만 동의해 극단적인 님비(NIMBY) 현상이 확인됐다. 그러나 2021년 서울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서울에 소각장 추가 건립을 찬성한 비율이 76.1%에 달했고, 거주지 인근 설치에도 69.6%가 긍정적으로 답해 주민 인식이 ‘절대 반대’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변화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서울시민은 수용 조건으로 소각장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체육관·문화시설 등 주민 편익시설을 두며, 난방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76.5%가 최우선으로 꼽았다. 또 59.7%는 유해물질 배출 여부를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7.7%는 주민 고용 확대를 요구했다.
다만 주민의 수용 가능성과 달리 당시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응답한 20명 중 17명이 소각장 설치에 반대했으며, 그 이유로는 관내 설치 여유 부지 부족(15명), 주민 민원 부담(7명), 부동산 가치 하락(1명),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1명) 등이 제시됐다. 주민 수용성은 제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행정적 이해관계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적 틀과 주민 인식 변화에 더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지역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덜 만들고, 덜 쓰고, 오래 쓰는 사회를 위해
매립지와 소각장의 증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소각 후에도 잔재물 매립은 여전히 불가피하고, 새로운 땅을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데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덜 만들고, 덜 쓰고, 오래 쓰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노력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재질을 단순화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기업이 재활용 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소비자가 분리배출한 자원이 실제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형태로 남아 다시 돌아올 뿐이다. 매립지는 포화에 다다르고, 소각장은 잔재물을 남긴다. 눈앞의 부담을 잠시 다른 공간으로 미루는 동안, 우리는 또 다른 쓰레기 재난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해답은 새 매립지나 더 큰 소각장이 아니다. 쓰레기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사회, 재사용이 일상이 되고, 생산자가 책임을 다하며, 자원이 다시 자원으로 순환하는 사회다. 지금 우리가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제2의 쓰레기 대란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된다.







2025년 수도권 쓰레기 매립이 정말 종료되면 제2의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