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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식량 위기, 바다가 보내는 경고

최종 수정일: 3월 24일

2025-03-20 김성희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는 농업뿐만 아니라 수산업을 포함한다. 농업은 고온과 극단적인 날씨 변화로 생산성 감소와 품질 저하에 직면하고 있으며, 특히 작물의 생장 주기나 수확 시기 변동으로 인해 생산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수산업은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생태계 변화로 주요 어종이 사라지고, 새로운 어종 출현은 불안정하다. 이러한 변화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져 결국 식량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업과 수산업의 위기는 기후위기에 직결되며, 두 산업 모두 온실가스 배출 증가, 수온 상승, 강수 변화 등 기후변화의 복합적 영향을 받는다. 식량 생산과 공급망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이때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정책적 과제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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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명태, 북상하는 방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풍부한 해양 자원을 바탕으로 수산업이 발달해 왔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의 수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3년 54.5%에서 2022년 63.7%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 우려를 낳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러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지난 40여 년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151만 톤에 달하던 어획량은 2000년대에는 116만 톤으로 줄었고, 최근 2020년대에는 93만 톤까지 떨어져 약 38% 감소했다. 특히 과거 우리 바다의 대표 어종이었던 말쥐치와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생태, 동태, 북어 등으로 친숙했던 명태의 경우, 1980년에는 16만 톤 이상 어획 되었으나, 1990년에는 1만 톤 미만으로 감소했고 2004년에는 100톤 미만으로 떨어져 사실상 멸종 상태가 되었다. 차가운 물을 선호하는 한류성 어종이 명태는 한반도 연안의 지속적인 수온 상승으로 주요 서식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명태가 사라진 자리에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고등어, 멸치가 자리하게 되었으나, 이마저도 안정적이지 않다. 살오징어의 경우, 2010년부터 급격한 어획량 감소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획량의 변화에는 기후변화가 어장과 해양 환경에 미치는 복합적인 결과이며, 기온과 수온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근해 주요 어종의 연대 별 어획량 변화. 사진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연근해 주요 어종의 연대 별 어획량 변화. 사진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제주도도 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겨울 축제인 제24회 방어 축제가 지난해 11월 개최되었지만 어민들의 얼굴엔 미소 대신 걱정이 새겨졌다. 

서귀포시 모슬포 수협에서 분석한 방어 매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간 거래된 방어는 8782상자로, 전년 대비(1만 3259상자) 무려 33.77% 감소했다고 말했다. 중량 역시 6만 6820㎏에서 4만 9556㎏로 줄었다. 실제 방어 축제 주최 측은 축제를 앞두고 비상 대책으로 임시 가두리장을 설치해 1400여 마리의 방어를 미리 확보하는 등 이례적인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0~2020년 방어의 출현 확률은 겨울철에는 남해와 제주 주변 해역에서, 가을철에는 동해 남부, 특히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의 2050년대에는 봄철 제주 주변 해역과 동해 남부에서 방어 출현 확률이 감소하고, 가을과 겨울철에는 동해에서 대부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불과 1년 전 역대급 풍어를 기록했던 제주 방어 어장이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는 현상은 기후변화가 우리 바다 생태계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이는 곧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점차 나타나고 있다.

2010~2020년 계절 별 방어 출현 확률 분포 및 2050년 미래 전망. 사진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2010~2020년 계절 별 방어 출현 확률 분포 및 2050년 미래 전망. 사진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전 세계 기후변화의 가속화 


IPCC가 발표한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최근 10년간(2011~2020년) 1.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표면 온도 증가 중 1.07℃가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이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대기 중 온실가스(CO2)는 지구 온도를 1.0~2.0℃ 높이는데 역할을 했으며, 그 외 요인인 에어로졸과 미세 먼지 등은 냉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는 해양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지구 해양의 수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해양 표면은 점점 산성화되는 추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육지와 해양의 극단적 현상을 나타낸다. 육상에서는 극한 고온(Hot Extreme)과 폭염(Heat wave)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해양열파(Marine Heatwave)는 1980년대 이후 발생 빈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어업과 패류 양식업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수산업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또한 APEC 기후센터가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Climate)’에 따르면 2023년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한 해였다. 지구 표면 온도는 1850~1900년 평균 대비 1.45±0.12℃ 상승해 과거 174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온도 뿐만 아니라 해양열용량과 해수면 높이도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으며,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와 같은 주요 온실가스 농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해수면과 해수온도의 상승은 연안 지역의 침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어종의 서식지 이동과 해양 생물 다양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어업방식, 어획량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1993년 1월과 2023년 12월 사이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변화. 사진 APCC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
1993년 1월과 2023년 12월 사이 전 지구 평균 해수면 변화. 사진 APCC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


지구 온난화가 바꾸는 한반도 해양 환경, 수산업 위기 고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한국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이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 해양조사 관측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56년 간(1968~2023년)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은 0.026℃으로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0.0125℃/yr)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해역 별 수온 상승 편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해의 경우 1.90℃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서해는 1.27℃, 남해는 1.15℃ 상승했다. 연구진은 동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표층 수온 상승률이 나타난 주요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동해 중부와 남부 해역 사이에 존재하는 수온 극전선의 북상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1980년대 이후 따뜻한 열을 운반하는 대마난류의 세기가 강해진 점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극심한 강우가 한국 연안에 빈산소수괴 발생을 앞당기고 지속 기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빈산소수괴(Hypoxia water masses)란, 해수의 산소 농도가 2~3 mg/L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해양 생물의 대량 폐사를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환경 문제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증가하면서 해수 성층 강화와 집중 호우로 인한 담수 유입의 증가, 그리고 해양 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7년간(2016~2022)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봄부터 여름까지 강수량이 많을수록 빈산소수괴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이 1,000mm를 넘은 해에는 빈산소수괴가 100일 이상 지속되었으며, 특히 2020년과 2021년에는 130일 이상 이어졌다. 이로 인해 여름철 극한 호우로 빈산소수괴가 표층까지 확장되면서 양식업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 결과 2023년 어류 양식 생산량은 약 8만 톤으로 2022년(9만 1천 톤)보다 12.5% 감소했다. 특히 양식 비중이 높은 어종들이 고수온으로 인해 대량 폐사되어 생산량이 감소되었다. 

주요 어종 별 양식 생산량. 사진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주요 어종 별 양식 생산량. 사진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국 수산업의 과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적응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어업 정책을 재정립하고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면 새로운 한국 수산업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NOAA 소속 수산청(NMFS)은 생태계 기반 수산자원 관리(EBFM) 및 생물학적 기준점(Climate-responsive Biological Reference Points) 등을 포함하여 기후 적응형 관리 전략을 탐구하고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종 관리를 위해 통계적 회귀 방법 및 기계학습 방식을 이용한 다양한 종분포모델(GLMs, GAMs, Maxent 등) 또한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 기관들도 기후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변동하는 자원량과 생태 특성 변화를 면밀히 관찰·분석하고, 미래 기후변화의 영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해수온 상승으로 일부 어종은 사라지는 반면, 새로운 어종이 등장하는 현상도 나타나 어업 현장의 변화도 필요하다. 어업 종사자들이 환경 변화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동시에 해양 환경 보호에 힘쓴다면 기후위기 시대에도 한국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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