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⑨ 대규모개발사업 | 대규모 공항 건설, 인프라 양적 확대는 시대 역행, 교통·물류 구조 재설계가 필요한 시대
- Theodore
-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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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2 최민욱 기자

정부의 신공항 건설계획 , 시민단체와 주민들 수년째 갈등
국토교통부의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은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제주 제2공항 등 대형 공항 개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과 항공 수요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향후 5년간 국가 항공 정책의 최상위 계획에 포함되었다.
가덕도 신공항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동남권 거점 공항으로서 여객과 물류를 처리하고, 기존 김해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대체할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일반적인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생략하고, 국회가 2021년 제정한 ‘가덕도신공항건설을위한특별법’에 따라 별도의 법적 기반 위에서 신속 추진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 새만금 사업지에 국제공항을 신설해 동북아 물류 허브로의 육성을 연계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 제2공항은 관광 수요 증가와 항공 안전 확보를 이유로 기존 제주공항을 보완하는 공항으로 건설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도서 지역 접근성 향상과 국가 안보 논리까지 결합되며, 2025년 수립 예정인 제7차 공항개발계획(2026~2030년)에서도 확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항 개발 논리가 실질적 타당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환경 생태계 훼손, 탄소 배출 증가, 수요 예측과 경제성의 불확실성 등 세 공항 모두에서 공통된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에 수년째 갈등 중이다.

전략환경평가와 멸종위기 서식지 논란
세 신공항 모두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미흡함과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우려가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은 새만금 간척 이후 남은 마지막 갯벌로, 멸종위기 1급 저어새와 황새, 수달 등 최소 42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핵심지다.
수라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상 주요 기착지로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는 곳이다. 이곳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이 무안공항의 650배에 달할 수 있다는 한국탐조연합을 포함한 전국 60여 개 시민단체 연합의 경고 또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2023년 전북지방환경청이 공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는 저어새 주요 서식지 2곳이 누락되어 논란이 되었고, 환경부 협의 과정에서도 철새 서식지 보전 대책의 미흡함과 조류충돌 위험이 핵심 쟁점으로 지적되었다.
제주 제2공항 입지인 성산읍 일대 역시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환경부로부터 반려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반려 사유는 △조류 충돌 위험 대응 미흡 △남방큰돌고래 등 해양보호종 영향 평가 부족 △‘숨골’ 등 지형 생태 보전방안 미비 등이었다.
이후 보완 절차를 거쳐 2023년 조건부 동의가 내려졌지만, 그 조건 역시 법정보호생물 보호, 조류 서식지 파괴 및 소음 저감 대책, 숨골 정밀조사 등 이행이 전제된 수준으로, 환경 훼손 우려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현지 조사에서는 흑두루미,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멸종위기 조류 9종과 멸종위기 식물 대흥란이 발견되어, “제2공항이 추진되면 수많은 생물이 생존 위협에 처할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도 나온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일대도 마찬가지다. 인근 해역에는 멸종위기Ⅱ급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가 정기적으로 출몰하며, 가덕도는 낙동강 하구를 찾는 큰고니 등 대형 철새의 비행 경로와도 겹친다. 부산시는 “친환경 공항” 건설을 강조하지만, 국립생태원과 시민단체 조사에서는 이미 가덕도 육상에 멸종위기종 대흥란 서식이 확인되었으며, 부산시가 관련 보고서를 축소·수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게다가 총 6.7㎢에 달하는 매립 부지 조성 과정에서 연안 생태계의 광범위한 훼손은 불가피하다.

결국 가덕도, 새만금, 제주 세 공항 모두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대한 체계적 검토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특별법 추진 등의 정치적 우회 수단으로 인해 환경영향평가 절차 자체가 형식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 자체가 탄소 배출원
세 신공항 사업은 추진 단계부터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와 상충하는 대표적 인프라로 지목된다. 활주로, 계류장, 공항 부지 조성을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에는 막대한 시멘트, 철강, 아스팔트, 에너지 소비가 수반되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5%를 배출하는 대표적 고배출 산업이며, 간척지 매립과 준설 과정에서 추가적인 이산화탄소도 발생한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은 광범위한 간척지반 조성과 새만금호 수질 악화가 예고되어 있어, 탄소 흡수원인 갯벌 생태계까지 이중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운영 이후에도 탄소 배출 증폭 불가피
운영 단계에서는 항공 부문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장기적인 탄소 배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항공기는 단위 거리당 탄소 배출이 가장 높은 교통수단으로, 유럽환경청(EAA) 자료에 따르면 승객 1인당 1㎞당 항공기 배출량은 285g으로, 철도(14g)의 20배에 달한다. 국내 민간항공 부문 배출량은 2010년 114만 톤에서 2019년 164만 톤으로 10년간 44%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공항 여객기 운항편수가 55만 회에서 92만 회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가덕도·새만금·제주 제2공항이 모두 개항할 경우, 국내선 항공편 확대와 공항 접근 차량 증가 등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 정책과 항공 인프라 확장 간의 정책 충돌
정부는 2050 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공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전기차 확대, 갯벌 복원 등을 추진 중이다. 이 기조와는 달리, 공항 건설은 탄소 흡수원을 파괴하고 항공 수요를 부추기는 대표적 역행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국제사회는 항공 탄소 감축을 위해 “필요한 비행만 허용”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50년까지 순탄소배출 제로(Net Zero)에 합의했다. EU는 항공 연료에도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할 예정이며, ICAO 주도의 탄소상쇄제도(CORSIA)가 이미 시행 중이다.
이러한 세계적 기조와 달리, 탄소 배출 확대가 불가피한 신공항 확대 정책은 향후 한국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와 규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컨대 세 신공항 사업은 단지 지역 항공 수요 문제를 넘어, 국가의 탄소 예산과 기후 전략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탄소중립 공항”이라는 구호로는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정당화할 수 없다.
신공항 수요 예측, 반복되는 낙관주의
세 신공항 모두 장밋빛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계획되었으나, 현실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 수립 시 2050년까지 항공 여객 수요가 연평균 2.0%씩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변수로 인해 항공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이러한 일률적 낙관은 위험하다. 실제 과거 지방공항 건설 당시에도 수요 과대 전망이 많았으나 현실은 달랐다. 대표 사례인 무안공항은 설계 시 연 990만 명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2024년 기준 34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절반 이상은 연 30만 명 미만의 저이용 상태이며, 울산(5.3%), 양양(3.3%), 포항(1.5%), 사천(1.1%), 무안(1.1%), 군산(0.8%) 등 다수 공항의 활주로 활용률은 심각하게 낮다. 이처럼 수요 부진이 구조적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는 여전히 신공항 유치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며 앞다퉈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공항은 거점 물류 기능을 내세웠으나, 정작 인근 군산공항은 제주 노선 1편만 운영하는 소규모 공항이고, 별다른 수요 증가 요인도 없다. 제주 제2공항 역시 관광객 수요가 2055년 45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고밀도 시나리오를 근거로 필요성이 제시되었으나, 환경 수용력과 지역 포화도를 무시한 예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성 분석의 왜곡과 생략
이들 신공항 사업은 수요 예측뿐 아니라, 경제성 평가 면에서도 공통된 문제가 드러난다. 가덕도 신공항은 총사업비 13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가덕도신공항건설을위한특별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경제성 검토 없이 추진 중이다. 새만금공항은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B/C(편익/비용) 비율이 0.51로 낮았으나, 지역 현안사업으로 분류되어 강행되었다. 제주 제2공항은 초기 용역에서 B/C 1.2 수준이 나왔지만, 이후 환경·사회적 제약이 반영되면 편익이 과소 추정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정책적 필요성을 앞세운 상태에서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사후 유지비용과 사회적 기회비용이 막대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실질적 지역 효과는 미지수, 투기만 활황
지역 경제 파급효과 역시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형 공항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주장이 반복되지만, 실제로는 공항 운영 적자와 낮은 수요, 부동산 투기만 남는 경우가 많다. 가덕도는 신공항 논의가 본격화된 최근 10년간 토지 거래액만 3000억 원에 달해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도 공항 발표 직후 지가 급등과 투기성 거래가 집중되었다.
결국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편익은 불투명한 반면, 외지인과 투기 세력이 개발 이익을 선점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공항 건설의 사회적 정당성을 더욱 훼손하는 요소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도 충돌한다.
세계는 지금 감축과 억제 중심의 항공 인프라 정책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선진국들은 항공 인프라 확장에 제동을 거는 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탄소중립법을 통해 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 대체 가능한 국내선 항공노선을 금지하고, 공항 확충도 동결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항공 교통량을 동결한다는 계획 아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신공항 이후 추가 활주로 증설을 자제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스톡홀름 도심공항(브롬마)을 영구 폐쇄하고 철도 교통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영국에서는 2020년 히드로공항 제3활주로 건설이 ‘파리협정 목표 미반영’을 이유로 법원에 의해 일시 제동되었고, 이후 대법원이 승인을 내렸지만 “기후목표 충족 입증”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부과했다.
이처럼 주요국은 항공 수요를 억제하거나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으며, 철도 등 저탄소 교통수단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국토 인프라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에서 예외된 공항인프라
한국 정부는 ‘2050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세우면서도 공항 정책만큼은 성장 중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15개 공항이 운영 중인데, 여기에 가덕도·새만금·울릉·흑산·제주 제2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군공항 이전) 등 6개 신공항이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일부 기존 공항과의 통합·이전이 있더라도 전체 공항 수는 장기적으로 18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산업 구조조정과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 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뿐 아니라 항공 부문에도 탄소비용 부과를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이 항공 인프라 확대를 지속하면, 항공사뿐 아니라 연관 수출 산업까지 장기적 탄소 비용 부담과 경쟁력 저하에 직면할 수 있다.
과거 개발 논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부적합해
공항 건설을 지역 성장과 국가 개발의 상징으로 보는 기존 인식은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제사회는 “항공 수요를 관리하고 꼭 필요한 비행만 남겨야 한다”는 원칙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공 수단의 구조적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반해 한국만 과거형 개발주의에 머문다면, 향후 국제 탄소 규범과 기후 외교에서 고립되거나 경제·외교적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교통·물류 구조 재설계이지, 과잉 인프라의 양적 확대가 아니다.
용어 설명
숨골: 제주 화산암 지대에 발달한 지하 용암통로와 연결된 깊은 싱크홀 형태로, 지하수 함양과 지형 생태 보전가치가 높은 구조.
공항 건설을 지역 성장과 국가 개발의 상징으로 보는 인식은 구시대 유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