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수근 |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 강은 마지막 야생의 공간, 뭇 생명들과 함께 살아야
- hpiri2
- 5월 30일
- 5분 분량
2025-05-30 정수근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 공존공생의 길을 위해서 4대강의 재자연화 더불어 한강의 재자연화를 반드시 실현시켜 전국의 강이 제 모습을 되찾고 그곳에서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이 새 생명을 품어 안고 번성하는 그날을 간절히 고대해 봅니다. … 야생생물의 서식처로서 강에 대한 인식이 살아나야 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에 서식처 개념의 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수근은 생태주의 인문 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펴내는 녹색평론사에서 10년간 근무했다. 2008년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를 결성해 대구 앞산 터널 공사 중단 운동을 벌였고, 이후 ‘낙동 대구(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를 결성하여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2011년 대구환경운동연합에 국장으로 영입된 뒤 현재까지 낙동강 본류와 지류를 오가며 시민들과 함께 환경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2015년 제3회 임길진환경상, 2020년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특별부문 공로상, 2022년 제7회 애산 인권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강 죽이는 사회』 등이 있다.

인간 개발에 의한 강의 죽음 … 뭇 생명들의 절규
2009년부터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과 전국의 강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직접적 계기는 이명박 정부가 절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사업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행한 국가 폭력과도 같은 강 개발 사업은 강을 죽음으로 내모는 동시에 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피맺힌 절규의 장이 되게 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흐름을 거세당한 강은 썩어갔고, 얕고 잔잔히 흘렀던 강은 수심 6미터 이상의 깊은 물웅덩이가 돼 물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이 죽거나 삶터를 잃고 쫓겨났습니다.
그 결과는 녹조와 서식처 파괴로 나타났습니다. 4대강사업 이후 만 13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은 녹조로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4대강 보가 만들어지고 물이 담수가 된 2012년 바로 그해 여름 4대강에 번성한 녹조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경악케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환경단체와 하천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바 그대로 강의 변화가 시작됐던 것입니다.

그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녹조라떼’라는 말은 4대강의 현실을 보여 주는 대명사가 되어 ‘강의 죽음’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녹조에는 독이 들어 있습니다. 그 사실이 2015년 일본 신슈대학교 박호동 교수에 의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국내 학자인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현재는 경북대학교로 이직) 연구팀에 의해서 보다 체계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녹조 독소 조사 결과 낙동강 원수를 비롯하여 그 물을 정수한 수돗물에서부터 낙동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과 심지어는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는 무시무시한 사태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낙동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낙동강유역민들은 너무 놀라 경악했고, 그 놀람은 공포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물과 농작물 그리고 공기까지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녹조 독으로 오염되고 있는 현실이니 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녹조가 사회 재난이란 인식이 펴져 나가고 있고 녹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이유입니다.


‘녹조 재난 사회’가 인간의 문제라면 ‘녹조 위기 생태계’는 야생의 생명들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강은 산지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야생의 생명들이 살아가는 그들의 주된 서식처입니다.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돼 있었던 우리 강은 각종 도로들로 단절돼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이 강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달과 삵, 너구리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뿐 아니라 뱀과 장지뱀, 자라와 남생이 같은 파충류는 물론이고 참길앞잡이나 ‘개미귀신’(명주잠자리애벌례) 같은 다양한 곤충과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 바로 강입니다. 강은 물길뿐 아니라 주변에 조성된 하천숲과 모래톱과 둔치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이 그들이 집인 이유입니다.
4대강사업은 이와 같은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의 서식처를 깡그리 말살시킨 사업입니다. 얕은 모래 여울에 살아가는 흰수마자라는 우리 한반도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1급 물고기는 낙동강에서 전멸했습니다. 한 종이 사라진 것입니다. 야생의 존재들에게 4대강사업은 ‘생태 테러’와도 같은 행위였습니다. 이처럼 4대강사업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야생의 존재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동시에 그들의 서식처를 빼앗은 심각한 생태 파괴 사업인 이유인 것입니다.

공존을 위한 선택 …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주는 길
‘4대강 재연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강의 자연성과 고유성을 되찾아주는 것은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의 목숨과 그들의 집을 되찾아주는 일인 동시에 우리 인간의 생명과 목숨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막힌 강을 흐르게만 해주는 것으로도 녹조는 사라지고, 깊은 강은 얕고 잔잔히 흐르는 강이 되어 수많은 생명들이 돌아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공존의 공간이 됩니다. 그것은 세종보의 수문을 연 금강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돌아오고 녹조가 사라진 결과에서 증명이 됩니다.
흐르는 강은 스스로의 자정작용으로 녹조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수질을 맑게 하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내어 그 공간마다 들어서 사는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처를 제공해 그들이 그곳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게 해 줍니다.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주는 것은 우리 인간을 위해서일 뿐 아니라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의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과제인 이유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마실 물과 농공용수가 있는 강을 기반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과 더불어 문명이 생겨나고 공동체를 이루어 농사를 짓고 공장을 돌리고 시와 노래와 춤과 같은 문화를 꽃피워 왔습니다. 강이 우리의 생명줄이자 목숨줄인 이유입니다.
그 강이 자연성을 되찾아 자유롭게 흘러 바다에 가닿게 하는 것은 강을 위해서도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서도 우리 인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 것입니다. 국토의 혈맥과도 같은 강의 자연성 회복이 다른 어떠한 현안보다 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전국 강의 한강화 … 한강의 자연성 회복이 필요한 이유
4대강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88서울올림픽을 위한 한강종합개발로 탄생한 작금의 한강의 모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수도 서울에 가면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강입니다. 한강을 통해서 강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고 이미지화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기차를 이용해서 혹은 자가용을 이용해서 서울에 들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한강이고,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도 서울의 한강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강의 이미지가 한강화되게 되는 배경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이라면 의례 한강과 같은 모습이란 것이 이미지화되어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강이 한강화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4대강사업이 강행되게 된 배경에 저는 작금의 한강의 모습에도 큰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한강의 자연성부터 회복시켜 주는 일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전국 강의 자연성을 유지하고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신곡보와 잠실수중보가 열려 한강이 흐름을 되찾고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한강의 자연성과 고유성을 되찾을 때 4대강이 재자연화되고 전국의 강이 제 모습을 유지하거나 다시 되찾아 오게 될 것입니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꼭 선행되어야 할 일입니다.
강은 자연성과 고유성이 생명입니다. 서구 선진사회에서 하는 것처럼 제방과 콘크리트로 뒤덮인 작금의 강에서 가능하면 원래 제 모습을 되찾아 모래톱이 드러나고 하천숲이 발달하고 넓은 범람원이 동반된 강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과 우리 인간이 함께 더불어 공존공생하는 자연스럽고도 평화로운 세상 그것은 과연 불가능한 꿈일까요?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 공존공생의 길을 위해서 4대강의 재자연화 더불어 한강의 재자연화를 반드시 실현시켜 전국의 강이 제 모습을 되찾고 그곳에서 수많은 야생의 존재들이 새 생명을 품어 안고 번성하는 그날을 간절히 고대해 봅니다. 새 정부는 이 공존공생의 길을 적극 모색해 주시길 거듭 강조해 봅니다. 그것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동시에 우리 인간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생생물의 서식처로서 강에 대한 인식이 살아나야 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에 서식처 개념의 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하에 야생의 존재들과 더불어 사는 곳이 바로 강이라는 인식의 저변이 더욱 확대된다면 우리 강을 다시 되살려 낼 수 있습니다. 국토의 혈맥과도 같은 강을 되살리고 지켜 내는 일은 우리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이번 대선 대통령 후보들은 이 점을 명심해 주시길 간절히 호소해 봅니다.



![[사설] 강과 멀어지는 사회](https://static.wixstatic.com/media/c15d53_9d59e19375bf40fc93de7ad52dfc499a~mv2.jpg/v1/fill/w_600,h_452,al_c,q_80,enc_avif,quality_auto/c15d53_9d59e19375bf40fc93de7ad52dfc499a~mv2.jpg)





낙동강은 흐르고싶다.
강을 살리는 길은 결국 재자연화 되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