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과 멀어지는 사회
- sungmi park
- 5월 30일
- 3분 분량
강은 문명의 발상지이고 생활 터전이었지만 그저 조망하는 대상이 되어 가고 있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바다가 없는 나라는 있지만 강이 없는 나라는 없다. 강은 어디에나 있다. 큰 강이 있고 작은 강이 있을 뿐이다. 인류는 강이 내어 주는 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중요한 물류 이동 통로는 주로 뱃길이었다. 너무 밀접해서 강과 동떨어진 우리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었다. 대표적인 원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허 문명에는 어김없이 거대한 강이 있었다. 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강이 되었고 흐르고 흘러서 바다로 모였다. 물은 막힘없이 흐르는 게 자연의 순리다. 강은 자연이면서 동시에 삶의 근간이었다.
치수(治水)는 오랫동안 왕의 필수 덕목이었다. 가뭄으로 모자라도 안 되고 홍수로 넘쳐도 문제다. 필요한 때와 장소에 그만큼 있으면 족하다. ‘과유불급’은 치수에 적용되는 ‘금과옥조’라 하겠다. 전통적으로 농업 중심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저수지, 보(洑), 수로 등 관개사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물은 흐르는 게 본질이라 여겼고 특정 지역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음용수와 농업용수 이외 딱히 다른 쓰임이 없는 터라 과하게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
제조업을 주축으로 하는 산업화는 우리 사회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농지를 떠나 공장이 있는 도시로 모여들었다. 차고 넘치는 물건을 팔고 사기 위해 국경이 개방되고 교역이 활발해졌다. 자국민을 먹이기 위해 모든 식량을 굳이 국내에서 재배할 필요가 없어졌다. 모자라면 물건을 판매한 돈으로 사오면 그만이었다. 산업화가 진전 될수록 식량자급률은 낮아지고 농민들은 줄어들었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은 더 이상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먹거리는 집 앞 마트에 가면 항상 진열되어 있다. 지갑만 두둑하면 된다.
우리 생명줄이던 들은 생활에서 멀어졌다. 아울러 강(江)도 멀어졌다. 그나마 도시 주변 강이 주의를 끄는 건 ‘조망권’ 때문이다. 강을 볼 수 있는 아파트나 주택은 풍광이 좋아서 가격이 오른다. 같은 아파트에서도 강이 보이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은 시세 차이가 난다. 강 자체보다는 내 재산에 대한 관심이라고 봐야겠다. 가끔 찾아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계절 축제가 있으면 가족과 여행을 가는 곳이다. 일상에서 애를 태우고 ‘희로애락’를 함께하던 강은 이제는 없다. 강에 무슨 짓을 해도 반짝 흥분했다가 바로 잊혀진다. 우리 사회는 강에서 한참 멀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으로 전 국토의 주요 강들을 파헤쳤을 때, 국민 대부분은 내 일이라고 간주하지 않았다. 타당성 검토와 고민은 일부 활동가의 몫이었다. 최근 녹조현상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방송에 나오면 이미지를 보고 분개하지만 그뿐이다. 대도시 공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지하철, 철도, 도로에 문제가 생기면 어떨까. 두려움과 불편함에 해결이 될 때까지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강은 점점 더 우리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해서 지금처럼 두고 볼 일은 아니다.
강은 여전히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우선 강물을 마셔야만 살아갈 수 있다. 지하수가 있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하수도 강물이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순환의 시간 속에서 한 몸이다. 식량안보의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강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전략무기라고 봐야 한다. 강이 갖는 생태적 기능은 기후위기 시대에 그 빛이 더 강해진다. 기후 이상 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핵전쟁보다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데 이견은 없는 듯하다. 이 어려운 싸움에서 강은 포기할 수 없는 아군이다.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강은 강한 공적 특성을 띤다. 강의 이런 성격은 사회의 많은 부침에도 예전과 다르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 사유림은 있지만 사유화된 강은 없다.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은 생소하지만 주목해 봐야 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7년 와이타카레 강을 하나의 법인격으로 인정했다. 인도 우타라칸드 고등법원은 갠지스강과 야무나강에 인간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했고,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국내 모든 강을 법적 인격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강의 공공성과 연결성을 인정한 사례라고 본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법인격을 갖고 있었다면 4대강사업 같은 터무니없는 토건 개발 프로젝트는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오래전 우리네 강들은 현대적 의미의 법인격이 아니더라도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지역공동체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적 권리다. 그래서 국가라도 함부로 그 권리를 침해하지 못했다. 강은 공동체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었다. 하나의 강이지만 마을마다 부르는 이름은 달랐다. 각각의 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마을의 자양분이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강은 항상 마을의 최우선 순위에 있는 존재였다.
우주를 탐험하는 현대에도 치수(治水)는 국가경영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전형적인 물 부족 국가인 대한민국에게 물 순환과 물 자원 활용 정책은 존립을 좌우한다. 물에 관한 계획은 결국 강에 관한 것이다. 환경부는 2024년 7월 30일 ‘기후대응댐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효용성이 거의 없는 지역 토건업체 주머니만 채우게 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후보지 14곳 거의 모든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치수 전략을 개발로 착각하는 건 4대강 사업으로 족하다. 2027년 착공 예정이라고 한다. 삽질이 시작되어선 안 된다. 6월 3일 이후 새롭게 당선 된 대통령은 유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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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비해서 강은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