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설] 온실가스 감축은 자해 행위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국회는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의 대표자’로서 헌법적 요청과 시대적 사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지난 10일 브라질 벨렝(Belem)에서 개막했다. 오는 21일까지 2주간 이어진다. 당사국총회 회원은 198개국이다. 국제연합(UN) 가입국 전체인 193개국과 유럽연합(EU), 팔레스타인, 쿠크 제도(Cook Islands), 니우에(Niue), 바티칸(관측자 자격)을 합친 숫자다. 지구 상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가 지구 차원의 위기인 만큼 당연한 규모다. 당사국들은 매년 모여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의제를 점검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하여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0년을 이어왔다.


올해는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이다. 파리협정은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체결된 기후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은 인류의 기후 대응 역사에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교토의정서에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이었지만, 그후 개발도상국 예외가 없어졌다. 모든 국가가 온실 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제출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한 5년마다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자국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설정하게 했지만 기준의 타당성과 이행 현황은 당사국총회에서 검증받게 되어 있다. 유명한 평균 기온 ‘1.5도 상승 억제’도 이때 합의한 결과다. 보통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 기후 거버넌스 체계를 ‘신기후체제’라 한다.


이번 총회가 특히 주목을 받는 건 당사국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존에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 목표를 발표한데 이어, 2035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53~61% 감축 목표를 지난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당사국총회에서 발표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53~61%’ 숫자를 두고 국내에선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환경 단체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가 IPCC가 권고하는 61%에도 못 미쳐 미흡하다고 하고, 산업계는 과한 부담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을 두고 각자 의견을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율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최근 한 언론의 사설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


지난 11월 7일자 조선일보 사설 “미·중 외면하는 탄소 감축, 왜 우리가 앞장서 자해하나”는 주장을 넘어 기후 정책 전반을 도외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리해 본다. 대한민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율이 1.4%이고 지구 차원에서 사실상 거의 영향이 없다고 한다. 세계 1위 배출국인 중국이 감축에 소극적이고 2위인 미국은 아예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버렸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40%를 차지하는 두 나라가 사실상 관심이 없는데 1.4%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왜 앞장서서 우리 산업을 길을 막는 자해 행위를 하냐는 논거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겠다는 정책을 ‘기후 탈레반’에 비유하고 국제사회의 박수를 받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억지를 부린다.


이는 세계 산업 질서의 대전환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주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세계 시장 진입의 최소 조건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청정에너지 기준은 탄소 배출을 무역의 새로운 규범으로 삼고 있다. 감축을 미루는 순간, 한국 수출품은 고탄소 제품으로 분류돼 관세와 규제라는 새로운 장벽에 직면한다. 이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시장 이탈의 시작이다.


미국과 중국이 감축에 소극적이라는 주장도 절반의 진실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중국은 재생에너지·배터리·전기차 등 저탄소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들은 감축보다 산업 전환으로 주도권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은 감축 목표의 높낮이에 있지 않다. 정부의 전환 지원 정책과 기업의 의지 부족이 더 큰 문제다. 효율 향상, 수소, 에너지 계통 등 기술 투자와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면 감축은 산업 쇠퇴가 아니라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 리더십은 외교와 투자 신뢰의 기반이기도 하다. 약속을 지키는 국가는 녹색 금융과 기술 협력의 중심이 되지만, 후퇴하는 국가는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다. 탄소 감축은 자해가 아니라 미래 생존 전략이다. 지금의 선택은 “누가 먼저 희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미래 시장의 규칙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이 앞장서는 이유는 자해가 아니라,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2035년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24.3%이다. 산업계와 일부 보수언론은 이러한 감축 목표가 제조업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무시해서 실현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제조업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선진국인 일본의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40~43%이고, 독일은 60% 수준이다. 유사한 산업 여건을 가진 주요 경쟁국에 비하여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의 감축 목표조차 실행 불가능하다는 산업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는 장기 감축 목표를 개선 입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1.5도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전 세계 탈탄소 전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상향할 여지가 없는지 충분히 비판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해 기후 소송 결정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에는 미래의 환경적 조건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청된다”고 강조하였다. 국회는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의 대표자’로서 이러한 헌법적 요청과 시대적 사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2025년 11월 10일 브라질 아마존 중심부에 있는 벨렘에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개막했다. 이번 회의는 '진실과 실행의 COP'를 표방하며, 과학 기반의 기후변화 대응과 실천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수십 명의 과학자들은 COP30에 보낸 서한에서 "극지방 및 고산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안보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1월 7일. COP30에 참여한 각국 정상들과 대표자들의 단체 기념 사진이다. 사진_에르메스 카루조 / COP30
2025년 11월 10일 브라질 아마존 중심부에 있는 벨렘에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개막했다. 이번 회의는 '진실과 실행의 COP'를 표방하며, 과학 기반의 기후변화 대응과 실천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수십 명의 과학자들은 COP30에 보낸 서한에서 "극지방 및 고산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안보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1월 7일. COP30에 참여한 각국 정상들과 대표자들의 단체 기념 사진이다. 사진_에르메스 카루조 / COP30


댓글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댓글을 불러올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연결 상태를 확인한 다음 페이지를 새로고침해보세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