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산과 자연의 친구 '청년생태학교' | 양수발전소에서 케이블카, 산불 피해지까지, 현장에서 답을 찾다
- Dhandhan Kim
- 8월 20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22일
2025-08-20 김복연 기자
'산과 자연의 친구'가 주최한 제20회 청년생태학교가 홍천 양수발전소부터 울진·안동 산불현장, 문경 케이블카 문제까지 3박 4일간 환경 현안을 직접 탐방하며 에너지 전환과 생태보전의 대안을 모색했다.

양수역에서 문경까지… 양수발전, 산불, 관광개발 현장을 가다
'산과 자연의 친구'가 주최하는 제20회 청년생태학교 '이어달림'이 지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가 초래한 기후위기와 우리 국토가 직면한 생태적 과제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약 50명의 청, 장년 참가자가 함께했다. 이번 여정은 홍천의 양수발전소 논란에서 출발해 울진과 안동의 대형 산불 현장을 거쳐, 문경의 관광개발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환경 현안들을 직접 마주하는 일정으로 꾸려졌다.
에너지 전환의 빛과 그림자, 양수발전

참가자들은 양수역에 모여 여정을 시작했다. 첫날의 핵심 주제는 '에너지 전환'으로, 참가자들은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를 직접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홍천 양수발전 대책위원회의 박성율 목사는 "주민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효율성만을 앞세운 거버넌스의 부재이자 민주주의의 상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의 지적을 통해 참가자들은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삶과 민주적 절차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임을 깨달았다.

이어서 양양 양수발전소의 상부댐을 방문해 상부댐으로 인해 주변 생태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원주대학교 이규송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그는 댐 건설 이후 주변 식생과 동식물 군집의 변화를 학자로서 수년간 추적 관찰하며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두대간 상층부에 위치한 진동호 때문에 잦은 안개가 빛을 차단하고 거센 바람으로 바람골 주변의 식생은 무더기로 잎이 떨어져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한편, 참가자들은 양수발전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주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상부댐 둘레길을 둘러보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둘레길의 유일한 관광객은 바로 청년생태학교 참가자들뿐이었다. 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관리자의 눈빛은 이곳이 관광 명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이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내세우는 장밋빛 청사진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 주는 생생한 경험이었다.

재앙의 상처와 회복의 길, 대형 산불 현장을 가다

둘째 날, 참가자들은 대형 산불이 할퀴고 간 울진과 안동의 산림을 찾았다. 검게 타버린 나무들과 황폐해진 산의 모습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재앙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특히 안동에서는 허승규 녹색당 위원장의 안내로 산불 피해가 극심했던 추목리 마을을 방문했다. 참가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 주민들이 여전히 임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현황을 직접 보며 재난이 남긴 깊은 상처와 더딘 회복 과정의 어려움을 체감했다.

이후 방문한 고운사에서는 산불 현장의 또 다른 이면을 발견했다. 다른 나무들보다 유독 소나무만 검게 그을려 숯이 된 모습은 참가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보며 한 참가자는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처럼, 한 가지 종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사랑과 의존이 결국 큰 재앙을 부른다는 것을 떠올렸다"며, "우리의 소나무에 대한 미적 집착과 편애가 오히려 산을 대형 화재에 취약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적인 조림 대신 자연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하는 길을 택한 고운사의 결정은 참가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많은 환영을 받았다.

우후죽순 케이블카, 신음하는 국토
마지막 날의 여정은 문경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통해 지역 관광개발의 현실을 마주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통과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며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문경의 한 주민은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미미한 반면, 생태계 파괴는 돌이킬 수 없다"고 깊은 우려를 표하며, 지역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함께해 달라고 응원과 지지를 요청했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로 방문한 '국민의 숲'은 개발이 아닌 보전의 가치를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로 제시되었다. 국민의 숲은 산림청 소관 국유림으로 숲의 여러 가지 혜택을 직접 체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개방하는 숲이다. 특히 참가자들이 방문한 문경의 '단체의 숲'은 '산과 자연의 친구'와의 협약을 통해 숲 가꾸기, 휴양문화체험, 산림보호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지정되어 시민들이 직접 숲을 가꾸고 배우는 상생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세대를 이어 자연의 가치를 계승하다

이번 청년생태학교는 우리 국토의 다양한 생태 현안을 직접 보고, 듣고, 토론하며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귀중한 기회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세대 공감의 의미가 돋보였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민단체 '산과 자연의 친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어른들'과, 생명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젊은 단체 '숨탄것들'의 만남은, 자연의 가치를 미래 세대로 잇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또한 도시의 유아숲체험학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 주기 위해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은 생태 교육의 희망을 보여 주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졌다. 참가자 전원은 3박 4일의 일정 동안 일회용품과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텀블러를 지참했으며, 단체 합숙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참가자들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무분별한 에너지 생산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덜 쓰는 생활 방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함을 몸소 체험하고 공유했다.
한 참가자는 "단순히 문제를 배우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대안을 고민하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산과 자연의 친구'는 앞으로도 미래 세대와 함께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생태학교 프로그램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