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4 황희정 기자

패션 산업,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
전 세계 의류의 약 60%는 플라스틱 섬유로 제작된다. 합성섬유로 분류되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스판덱스 등은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며 가격이 저렴해서 많은 대중들이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 문제가 숨어 있다. 합성섬유는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지며, 제조와 폐기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발생시킨다. 특히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혹은 자본의 논리에 맞춰 저가의 합성섬유 의류를 대량 생산하면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의류 생산량은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세탁기가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
합성섬유 의류의 문제 중 하나는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옷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미세한 플라스틱 섬유 조각이 떨어져 나가며, 이 조각들은 하수 처리 시설을 거쳐도 완전히 걸러지지 않아 결국 강과 바다로 유입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약 35%가 합성섬유 의류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돌아온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축적되며, 이를 섭취한 물고기와 해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매주 약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소비를 조장하는 패션산업 구조
패션산업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끊임없는 소비를 조장하는 구조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초저가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낮은 가격, 빠른 배송, 매주 업데이트되는 신상품은 소비자들에게 구매의 유혹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패턴은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패스트 패션의 저가 상품은 품질이 떨어져 짧은 기간 안에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패스트 패션을 넘어선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 등장해 환경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 테무와 같은 초저가 온라인 플랫폼은 빠르고 저렴한 의류 구매를 가능하게 하지만, 환경과 노동권 측면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확산은 노동자 착취와 환경 파괴를 동시에 유발한다. 저가의 패스트 패션 생산 및 소비가 가능한 이유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대규모 원료 공급과 저소득 국가의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다.
패션 업계가 할 수 있는 일들
패션 업계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섬유와 플라스틱 대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 바이오 기반 섬유, 자연 섬유 혼합 기술 등이 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는 폐플라스틱 병을 원료로 사용하고, 바이오 기반 섬유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자연 재료에서 유래한다. 셀룰로스 기반 섬유인 텐셀과 모델은 생분해가 가능해 환경 영향을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려진 옷을 재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원 순환을 중심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접근 방식들도 도입되고 있다. 지켜봐야 알겠지만, 2018년 유엔기후변화협의회(UNCC)가 작성한 '기후행동을 위한 패션산업헌장'에 케링과 LVMH와 같은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130여개의 패션 섬유 회사들이 서명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약속하는 모습도 보인 바 있다.
의식 있는 의류 소비자가 되는 방법
소비자는 의식적인 선택을 통해 플라스틱 섬유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우선 품질이 좋고 내구성이 강한 의류를 선택해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 섬유로 제작된 의류를 구매하거나,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세탁시에는 미세플라스틱 필터가 장착된 세탁망을 사용하고 비교적 저온의 물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구매 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 없는 구매를 줄이고, 이미 갖고 있는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며,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지혜와 행동이 필요하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따라온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우리부터 의식적으로 소비하는 가치 소비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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