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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유입 | 도심을 점령한 곤충, 인간이 설계한 생태환경 산물

2025-09-16 김성희 기자

도심 곤충의 대발생은 곤충이 변한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바꿔놓은 도시 생태계의 반응이다. 이제는 박멸이 아니라, 공존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도시에 찾아온 낯선 동거자, 러브버그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longiforceps).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longiforceps).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서울의 여름 풍경은 어느새 낯선 불청객과 함께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인천 계양산 등산로와 서울 관악산 자락, 한강변 산책길에는 까맣게 모여든 곤충 떼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함께 날아다니는 독특한 생태 때문에 ‘러브버그’라 불리는 이 곤충은, 처음에는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생활을 방해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창문을 열면 실내로 들이닥치고, 공원 벤치와 가로등 주변은 벌레 구름으로 뒤덮인다. 불쾌와 혐오, 그리고 민원은 매년 치솟고 있다. 그러나 러브버그의 등장은 단순한 해충 문제를 넘어, 우리가 만든 도시와 기후의 변화를 보여 주는 경고에 가깝다.


러브버그에서 빈대까지, 도시 생태계의 이상 징후


최근 서울 도심에서는 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 미국흰불나방, 빈대 등 곤충의 대량 발생이 시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며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러브버그,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longiforceps)는 2015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점차 출현 지역이 넓어졌고, 2022년에는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발생이 보고되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은평구 3501건, 서대문구 725건, 마포구 152건 등 주로 서북권에서 집중 발생했지만, 2023년에는 종로·강서·양천구 등으로 확산되어 인근 자치구에서도 평균 200건 이상의 민원이 쏟아졌다. 


수질 지표종으로 알려진 ‘동양하루살이’는 본래 한강 상류 청정지역에 서식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도심 불빛에 유인되는 특성으로 강동구를 중심으로 확산, 성동구(114건), 광진구(137건)에서 대량 발생하며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서울 자치구별 곤충 민원 건수. 사진 서울연구원
서울 자치구별 곤충 민원 건수. 사진 서울연구원

한편 미국흰불나방은 1958년 일본을 거쳐 유입된 외래생물로, 보통 연 2회 발생하던 것이 2023년 9월 평균기온이 2.1℃ 높아지면서 3회 출현하는 등 이상 발생 양상을 보였다. 2023년 가을에는 프랑스발 빈대 확산이 이슈화되며 국내 민원도 증가했다. 서울에서는 자치구당 평균 13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빈대는 직접적인 질병 매개는 없지만 흡혈 특성과 박멸의 어려움으로 인해 불면증, 스트레스,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이 같은 곤충들의 급증은 도시 환경과 세계화된 인간의 활동 반경, 그리고 곤충 생태의 복합적 상호작용 결과로 분석된다. 일부 곤충은 국내 환경에 적응해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단순 방역 차원을 넘어 도시 생태계와 기후 리스크를 함께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브버그의 북상, 기후가 생태 경계를 바꾼다


러브버그(Plecia longiforceps)는 본래 중국 남동부와 대만 같은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던 곤충으로 따뜻하고 습윤한 환경을 선호하는 곤충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류큐 제도에서 채집 기록이 확인되며 점차 북상했고, 마침내 서울까지 정착이 보고됐다.


이전 한국은 기후적으로 최적 서식지가 아님에도 실제 개체군이 2015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뒤 불과 10년 만에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외래생물이 기후변화에 맞춰 서식 범위를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흥미롭게도 남부 아열대 지역에서 연 2회 발생하던 개체군은 북상하면서 온대 기후에 적응해 산둥성과 한반도에서는 연 1회 발생으로 생활사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연구팀은 Journal of Integrated Pest Management에 발표한 연구에서 러브버그의 현재와 미래 분포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예측했다. 연구진은 IPCC가 제시한 여섯 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해 종 분포 모델을 돌린 결과, 어떤 경로를 가정하더라도 2070년 무렵 한국과 일본 대부분 지역이 러브버그의 고적합 서식지로 변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러브버그는 본래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곤충인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화되면서 본래 서식지인 대만·중국 남부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여름철 폭우로 토양에 수분이 풍부해지고, 평균기온 상승으로 겨울이 덜 춥고 여름은 더 뜨거워지면서, 땅속 유충이 대량으로 성충화하기 좋은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결국 수도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발생은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동아시아 곤충 생태 지도를 바꿔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경고 신호라 할 수 있다.


러브버그의 대확산, 인간이 만든 환경이 정착과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 


관악산 등산객 온 몸에 붙은 러브버그의 모습. 사진 플래닛03
관악산 등산객 온 몸에 붙은 러브버그의 모습. 사진 플래닛03

국립생물자원관과 서울대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 결과, 2022년 러브버그의 정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 서울에서 채집한 개체의 형태학적 특징을 분석하고, 미토콘드리아 COI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서울 개체군이 대만 개체와 유전적으로 100%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보통 자연 개체군은 오랜 세대 교배 속에서 미세한 유전자 차이를 보이는데, 한국 개체군은 전혀 차이가 없었다. 이는 러브버그가 단순히 기후변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북상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소수의 개체가 한번에 유입된 뒤 번식해 퍼졌을 가능성을 높여 준다. 다시 말해, 이 집단은 ‘자연 군집의 일부’라기보다 ‘단일 침입 사건’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구팀은 국제 무역이나 조경 사업 과정에서 흙이나 식재 자재, 화물 등에 알이나 유충 상태로 섞여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국내 첫 발견지가 2015년 인천 항만 인근이었다는 사실은, 이 곤충의 유입 배경에 인위적 요인이 작동했음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단순한 유입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대규모 확산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시화가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연구원은 이들이 도시에 살기 적합한 살충제 저항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도시의 열섬 현상에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LED 광원 실험을 통해 러브버그가 불빛에 강하게 끌린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밤마다 켜지는 도시의 LED 가로등과 빌딩 불빛은 러브버그를 끊임없이 유인해 도시 환경이 ‘천국 같은 서식지’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난지도 매립지와 같은 유기물 축적지는 러브버그 유충이 먹고 자라기에 최적의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결국 러브버그의 대발생은 세계화가 만든 유입의 통로와 도시화가 제공한 번식 무대가 맞물려 빚어진 복합적 현상이다. 이는 한 종의 외래생물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생태계와 도시 환경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종의 정착과 확산을 촉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인간이 스스로 불러들였지만 불청객이 된 ‘러브버그’


2025년 7월 관악산에 대발생한 러브버그. 등산로에 수많은 러브버그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사진 플래닛03

기후변화와 도시화는 곤충 생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생태계 순환의 일원으로 기능하던 곤충들이 도시에서는 시민의 삶을 뒤흔드는 ‘불청객’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불청객을 불러들인 것도 결국 인간이다. 익숙한 도시 환경은 곤충에게는 오히려 ‘고적합 서식지’가 되었고, 이 역설은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가 생태계를 어떻게 교란시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러브버그는 유충 시기에 토양 유기물을 분해해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 활동을 시작하는데, 장마철 직후에 이산화탄소(CO₂)를 신호로 감지하며 대량 번식한다. 여기서 문제는 도시의 공기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고농도 CO₂, 검은색 차량의 높은 표면 온도, 야간의 인공조명은 모두 러브버그에게 강한 유인 신호로 작용한다. 결국 이 곤충은 도시의 도로·주차장·가로등 아래에 떼 지어 몰려들게 된다.


동양하루살이 역시 한강 수질 개선의 지표종으로 평가받던 익충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도심 가로등과 아파트 복도 등 도시 생활공간 곳곳에서 대량 출몰하며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인공조명, 기온 상승, 서식지 연결성 증가가 이들의 도시 확산을 촉진했다고 분석한다. 익충이 도시에서 ‘해충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곤충 대발생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도시라는 인공 환경,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구조적 교란이 불러온 필연적인 반응이다. 불편을 겪는 시민도, 도심을 점령한 곤충도 모두 인간이 설계한 생태환경의 산물이다. 곤충이 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생태계를 바꿨던 것이다.


대규모 방역은 생태계 균형까지 앗아가 


러브버그 대발생에 대응해 일각에서는 방역을 위한 대규모 살충제 살포가 해법처럼 제시되지만, 이는 오히려 생태계 교란을 심화시키고 문제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1960~1970년대 미국 플로리다에서 Plecia nearctica가 급증했을 당시, 살충제 방제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곤충학자 Norman C. Leppla는 “살충제 방제는 유익 곤충까지 무분별하게 제거해 도시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도 러브버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은평구 봉산 편백림 조성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이 붕괴되고, 대벌레 방제를 위해 뿌린 살충제가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러브버그의 침입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생물다양성이 사라진 틈은 결국 외래생물이 메우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살충제 사용은 곤충의 저항성을 키워 더 강력한 약제를 반복 투여하게 만들고, 그 피해는 인간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근시안적인 물리적 대량 방역보다 생태계 복원과 종 다양성 회복을 통한 구조적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생태적 이해와 공존을 전제로 한 관리가 필요해


1970년대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러브버그(Plecia nearctica)가 한여름마다 수백만 마리씩 도로와 도심을 뒤덮는 대발생을 일으켰다. 당시 시민들은 차량 전면 라디에이터가 곤충 사체로 막혀 엔진 과열이 일어나고, 전방 시야가 가려 교통사고 위험까지 커지자 강력한 살충제 살포를 요구했다. 주 정부와 지자체는 대규모 화학 방제를 시도했으나, 러브버그의 성충 수명이 불과 3~5일에 불과하고 출몰 시기가 한 해 두 차례로 제한적이어서 효과는 지속되지 않았다. 더구나 방제 과정에서 무당벌레, 벌, 잠자리 같은 유익 곤충들이 함께 피해를 입으면서 생태계 교란이 심화되었고, 곤충 개체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복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플로리다대학(University of Florida) 곤충학과 연구진은 2009년 보고서에서 “살충제는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적당한 회피 전략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플로리다에서는 차량 전면에 왁스를 발라 곤충 잔여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거나, 러브버그 출몰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운행 시간대를 피하는 등 물리적·생활적 대응이 정착되었다.

US EPA의 IPM 프로그램 4단계. 사진 서울연구원
US EPA의 IPM 프로그램 4단계. 사진 서울연구원

이러한 접근은 미국 환경청(EPA)과 유럽연합(EU)이 강조하는 통합해충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의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IPM은 해충 방제를 ‘박멸’이 아닌 ‘관리’로 규정하며, ▲행동 기준 설정(Set Action Thresholds), ▲지속적 모니터링 및 식별, ▲환경 개선을 통한 예방, ▲필요할 경우 생물학적·저위험 화학적 방제 선택이라는 네 단계 전략으로 운영된다.

미국은 학교·병원·농업 현장 등에서 IPM을 제도화해 화학 살충제 사용을 크게 줄였으며, EU 역시 2012년부터 모든 회원국 농업에 IPM을 의무 적용해 화학 농약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플로리다의 러브버그 사례와 IPM의 국제적 확산은 공통적으로 “불쾌 해충은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공존의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제는 공존을 준비할 시간


러브버그의 대발생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기후변화와 도시화, 세계화가 맞물려 만들어 낸 새로운 생태 현실의 징후다. 우리가 설계한 도시 환경은 결국 외래생물이라는 불청객을 불러들였고, 이는 인간과 곤충의 관계를 근본부터 다시 묻게 한다. 해답은 강력한 살충제가 아니다. 출현을 미리 감지하는 예방적 모니터링,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와 관리, 그리고 도시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달라진 건 곤충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생태 조건이다. 그런 도시 위에 나타난 그들을 과연, 우리가 불청객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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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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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건 곤충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생태 조건이다. 그런 도시 위에 나타난 그들을 과연, 우리가 불청객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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