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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은 김소은ㅣ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어라우드랩

 

황희정 기자 2024-06-24

그린디자인 '어라우드랩'의 김보은(오른쪽) 김소은(왼쪽) 자매
그린디자인 '어라우드랩'의 김보은(오른쪽) 김소은(왼쪽) 자매 planet03 DB

“라우드(loud)는 시끄럽다는 뜻인데 어라우드(aloud)는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소리 낸다는 의미에요. 저희 자매는 좀 소극적인 사람들이라 a를 붙였어요.” 김보은, 김소은 디자이너 자매는 '어라우드랩'에서 공동작업을 한다. 언니 보은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동생 소은은 건축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린디자인을 선택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언니 보은의 첫 직장은 광고회사였다. 영화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전국에 수만장의 영화포스터와 리플릿이 뿌려졌다. 극장에 갔다가 디자인한 물품들이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는 걸 봤다. 결국 영화 보기 전에 잠깐 보기 위해 이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고 이렇듯 버려졌다. 국민대학교 그린디자인 대학원을 찾아갔다. 그린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녹색연합이라는 환경단체의 가리왕산 답사 프로그램에 따라가게 됐다. 10년 전인 2014년이었다. 3일간의 평창동계올림픽 활강 스키 경기를 위해 500년 된 가리왕산의 천연림을 베고 있었다. 나무를 자르면서까지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지 생각했다. 누가 의뢰한 건 아닌데 내가 디자이너이니 만들어보자 싶었다. 오륜기마크에 마지막 녹색 원을 벌목된 나무밑둥으로 바꾸었다.



동생 소은과 함께 갔다. 그래픽을 들고 가리왕산 벌목 예정지 나무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녹색연합에서 이 작업을 가리왕산 캠페인 그래픽으로 쓰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단체들과 같이 작업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환경단체들과 같이 캠페인 협업이나 단체 디자인 작업들을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디자인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작품을 광장에 가지고 나가는 게 겁났었다. 가리왕산이 계기가 된 셈이다.



라운드 트라이앵글, 지역, 사람, 그리고 환경




마음그림 사슴가방

언니 보은은 중학생 때부터 패션 디자인 같은 드로잉을 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디자인을 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시각디자인을 선택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항상 벽에 큰 종이 전지를 붙여 주면서 맘껏 낙서하라고 하셨다. 동생 소은은 중학교 시절 건물이나 인테리어 등을 스크랩하곤 했다. 건축학과를 열심히 다녔고 대형 건축 회사에 입사했다. 신입사원이 3개월 동안 원하는 본부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건축본부로 가야하는데, 도시본부로 갔다. 건물 하나하나를 멋지게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환경이 인간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도시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5년에 자매는 ‘라운드 트라이앵글’을 시작했다. 지역, 사람, 환경, 이 세 가지를 꼭짓점으로 둥글게 안아보자는 의미였다. 가방을 만든 적이 있다. 동생 소은이 동양화를 배우던 중, 유행하는 북유럽, 유럽 패턴이 아닌 한국의 패턴을 이용한 가방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만든 가방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고민했다. 원단에서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 접기 하는 것처럼 원단을 접어서 주머니를 만드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생산도 창신동의 객공(사업장에 종속되지 않고 작업당 삯을 받는 노동자) 한 분과 협업해서 만들었다. 중국에 생산을 많이 빼앗겨 일감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객공분들에게 좀 더 공정한 비용을 드리고 싶었다.


어라우드랩,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부드러운 접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액션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더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반성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가 더 크게 들리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2019년 ‘어라우드(Aloud)랩’이라 이름으로 바꿨다.


[종이 한 장 차이] 결코 작지 않은 종이 한 장 차이. 지구를 존중하는 디자이너와 제작자를 위한 종이,인쇄가이드와 재생종이 샘플북을 제작했다.

바꾼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 프로젝트였다. 국내에 재생종이, 비목재종이와 같은 종이들의 정보가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었다. 다 제지사나 수입 유통사별로 다 흩어져 있고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엑셀로 다 정리해서 재생종이에는 어떤 것이 있고 회사별로는 어떤 게 있고 종이 규격은 어떤 지 등을 보고 있었다. 근데 이런 것들을 우리만 보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생종이 샘플, 종이 인쇄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인쇄 팁이나 제작 팁 등을 담은 소책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종이는 나무를 베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써 두었다.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아 판매도 하고 북페어도 나갔다.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책을 만든 것을 계기로 ‘제로의 예술’이라는 공공예술 프로젝트팀과 작업을 함께하게 됐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필요한 홈페이지와 포스터, 디자인물들을 작업하다가 『제로의 책』 작업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젠더, 인공지능, 지역, 착취와 돌봄 등 우리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이슈를 ‘제로’라는 키워드로 엮은 책이다. 언니 보은이 『제로의 책』에 ‘제로를 위한 디자인 잡담’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디자이너는 재료부터 생산 과정까지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책은 마지막 재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표지 앞면의 종이자를 사용해 연결된 책장을 낱장으로 분리해 주세요.”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예술가의 지구별연구소’라는 전시가 있었다. 도록을 맡게 됐다. 제일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만든 작업물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순환해서 다시 다른 것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술가의 지구별연구소' 도록을 만들 때 책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재단이라는 과정을 생략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책이긴 했다. 책이 몇 페이지씩 다 붙어 있어 독자가 직접 종이를 잘라내면서 읽어야 한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어 있어서 생기는 환경적 문제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을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고 눈으로 보게 해보자는 의도였다. 언니 보은은, 디자인은 창작과 생산이 결부되어 있다고 말한다. 결국 대량 생산과도 연결된다. 그린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외형을 디자인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재료부터 생산과정 등 전 과정을 돌아보고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수히 반복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미디어를 통해 전쟁을 상시적인 것으로 감각하게 되면서 전쟁을 우리와 상관없는 소수의 액티비즘이나 국지적 이슈, 또는 따분한 논쟁거리로 치부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자 했다

 

Homepage: aloud-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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