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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탄소중립포인트제

최종 수정일: 5월 9일

2025-05-08 김성희 기자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실천을 유도하는 제도로 설계되었지만, 복잡한 참여 구조와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시민 다수가 배제되고 있다. 이제 시민을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제도의 주체자이자 공동 책임자로 포함하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숫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드는 삶의 방식이어야 한다.



참여자를 만들려면 설계부터 바꿔야 한다


버스를 타면 탄소중립포인트가 적립된다. 전기를 아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이 제도에 익숙하지 않을까?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폭우 등의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 되자 세계 각국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국민 일상 속 행동을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하기 위해 ‘탄소중립포인트제’를 도입했다.

탄소중립 실천 활동에 따른 인센티브. 사진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홈페이지
탄소중립 실천 활동에 따른 인센티브. 사진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홈페이지

일회용컵을 반환하고, 전자영수증을 선택하고, 무공해차를 빌리면 연간 최대 7만 원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참여기업도 스타벅스, 롯데, 신세계백화점, 아로마티카  등 100곳에 이른다. 이 제도는 분명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누적 가입자는 192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나, 전체 인구의 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스템은 열려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참여자’가 아니다.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참여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제도의 이름은 통합되었지만, 시민의 접근은 여전히 분절되어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실천을 독려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의 전환이다.


탄소중립포인트제, 통합되었지만 여전히 흩어져 있어


탄소중립포인트제 운영 흐름. 사진 환경부
탄소중립포인트제 운영 흐름. 사진 환경부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시민의 일상적인 선택과 행동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생활 밀착형 제도다. 2009년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인 가구에 포인트를 지급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 것이다. 이른바 ‘탄소포인트제’로 불린 이 초기 제도는 참여 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 2020년에는 자동차 분야로 확장됐다. 이 제도는 차량 운행을 줄인 만큼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전자 스스로 주행거리를 감축하도록 유도했다. ‘승용차 마일리지 제도’로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자발적인 차량 감축 운행과 대중교통 전환을 장려하는 데 목적을 뒀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이나 OBD 단말기를 활용해 실시간 주행 거리를 측정하고 감축 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였다.

2022년부터는 녹색 생활 실천 분야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다회용기 사용, 리필스테이션 이용, 일회용품 줄이기 등 ‘녹색소비’를 실천한 시민에게도 포인트를 지급한 것이다. 이 제도는 소비 습관 자체를 전환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제품 생산-소비-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시도이며, 생활 속 탄소 감축을 보다 구체화한 단계로 평가된다.

이 세 가지 제도는 2023년부터 ‘탄소중립포인트제’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다. 제도별 운영 주체는 각기 다르지만, 전체 프레임을 하나로 묶어 탄소중립 실천 행동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시민 참여를 보다 일원화된 방식으로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에너지 절약, 교통 감축, 녹색소비라는 세 갈래 실천이 각기 다른 생활 영역을 포괄하며, 이제는 하나의 제도적 플랫폼에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제도는 대다수에게 낯설다. 실천 항목이 세분화되어 있고, 포인트 적립 방식도 제각각이며, 가입 경로조차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은 ‘통합’이지만, 실상은 흩어진 체계 속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작 제도 확대의 취지였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의 목표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질적 주체로 서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시민 참여를 말하려면,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녹색생활 실천 분야는 현재 ‘10개 분야, 100개 기업’으로 확대되었지만, 이들 항목은 여전히 통합되지 않은 체계 속에서 각기 따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영수증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다회용기는 배달앱에서, 무공해차 대여는 쏘카·그린카 등의 플랫폼에서 각각 별도로 관리된다. 이로 인해 시민은 실천 항목별로 참여 기업의 매뉴얼을 확인하고, 매번 회원가입을 해야 하며, 일부 업체는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조차 없어 실적이 누락되거나 아예 적립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카본페이(Carbon Pay)’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운영 중이지만, 이 역시 탄소중립포인트 적립 가능 매장을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외에, 오프라인 실천 항목의 경우는 별도의 어플 가입이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서울 외 지역의 경우 인프라 부족이 심각하다. 리필 스테이션은 왕복 50km를 이동해야 이용할 수 있고, 무공해 차량 이용을 위해 그린카 앱을 실행했지만 이용 가능한 차량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비(非)디지털 시민, 고령자, 저소득층에게는 사실상 제도 참여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시민들의 제도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도 2010년 전국 시행 이후 현재 약 230만 가구가 참여하며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참여율만 놓고 보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참여 세대 수가 가장 많지만 전체 가구 대비 참여율은 약 12.8%에 불과해 실질적인 확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역 별 편차도 두드러진다. 제주와 대전은 세대 수 대비 참여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반면 강원, 충남, 충북 등은 참여 세대 수와 비율 모두 낮은 ‘이중 저조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는 제도에 대한 인지도 부족, 지속적 홍보 부재, 가입 절차의 복잡성 등이 꼽힌다.

광역시도별 탄소중립포인트 에너지 참여 현황 가구. 사진 탄소중립포인트 에너지 홈페이지
광역시도별 탄소중립포인트 에너지 참여 현황 가구. 사진 탄소중립포인트 에너지 홈페이지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제도 운영을 담당할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시민이 포인트제를 직접 신청·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설계의 구조적 한계 또한 존재한다. 2020년 안산시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에 가입하고도 실제 활동하지 않는 ‘비활동 가입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감축 성과와 인센티브 집행률 모두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시민들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있으나, 접근 과정은 복잡하고 불친절하다. 실천 항목은 기업마다 별도로 운영되며, 각각의 앱 또는 홈페이지에 다시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시스템의 완성도조차 제각각이라 적립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결국 제도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설계됐지만, 실상은 디지털 접근성과 정보 탐색력이 있는 일부만이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참여를 가로막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탄소중립포인트제가 단순 ‘참여’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감축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제도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별 맞춤형 홍보·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시민이 정책의 실천자이자 주체자여야 한다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시민의 실천을 전제로 운영되지만, 그 설계 구조는 여전히 ‘국가가 설계하고 시민이 따르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환경정책 학술지에 따르면,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시민의 자발적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가 설계하고 시민이 따르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제도는 감축 ‘률’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이미 절약 생활을 해온 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가구 단위 실적만을 기준으로 삼아 개인의 실제 기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참여 기업마다 적립 방식이 다르고, 통합된 시스템이 없어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시민은 사실상 제도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은 2022년 당시, 구축된 홈페이지나 앱이 없어 포인트를 적립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는 제도 설계가 실천 주체인 시민과 맞닿아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설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을 제안하며, 시민이 단순한 실천자나 사용자에 그치지 않고 제도의 주체자이자 감시자, 제안자가 될 때 비로소 제도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 사진 알맹상점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 사진 알맹상점

지난 2024년 제주도는 탄소중립포인트제 운영을 통해 상반기 6개월 동안 6148톤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93만 그루를 심은 것과 동일한 효과이며, '23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약 1.5% 늘어난 수치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탄소중립포인트제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는 제주는 이 제도에 시민 참여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SNS 및 읍면동 자생단체 활용, 가입 등을 유도하여 시민 중심의 확산 메커니즘을 설계했고, 지속적인 홍보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민 중심의 설계와 참여 유도 방식은 단순한 정책 홍보를 넘어, 실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탄소중립포인트제가 단지 행정적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실천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유의미한 지표다.

결국 탄소중립이 지속가능하려면 시민은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라, 정책의 공동 설계자여야 한다. 지방정부 단위에서 시민이 직접 실천 항목과 리워드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될 때, 제도는 비로소 삶의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탄소중립은 이제 ‘누가 얼마나 실천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가’의 문제다.




포인트를 넘어서 참여의 구조를 바꿔야


탄소중립은 더 이상 ‘국가가 앞장서고 시민이 따라가는’ 구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누구의 몫도 아닌, 우리 모두의 생존 방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도를 설계하고, 예산을 배정하며, 실천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 시민이 공동 책임자이자 주체로 참여할 때, 탄소중립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의 실천은 시혜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꾸는 삶이 곧 이 사회를 바꾼다는 믿음, 그리고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해 주는 구조 속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제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단, ‘무엇을 하면 얼마를 줄 것인가’를 넘어서 ‘누가 무엇을 함께 결정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시민이 단순히 ‘포인트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포인트가 왜 필요한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제도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탄소중립은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며, 모든 시민이 그 안에 포함되어야만 가능한 약속이다. 우리는 단지 적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존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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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May 11

포인트가 생활에 영향을 실제로 미치려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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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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