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정욱식의 전쟁과 기후ㅣ연재를 시작하며

 

군사 활동에 소요되는 탄소 배출량은 항공, 해운, 철도, 파이프라인에서 배출한 양을 다 합한 것보다 크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삶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데, 전쟁과 군비 경쟁이 기후위기를 낳고 있으니. 정욱식의 전쟁과 기후는 그 전환을 모색한다.


정욱식 2025-1-17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혀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아들에게 줄 최고의 선물은 평화



나는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이다. 1999년에 몇 사람들과 함께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어 25년 넘게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 2021년부터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산하에 있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도 겸직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필자의 본업에 해당된다. 그리고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평화’라는 신념도 갖고 있다.

이런 필자가 2021년부터는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후위기 자체보다는 전쟁을 비롯한 군사 활동과 기후 문제와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와중에서도 역대급 군비증강을 계속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대한 침묵’에 있었다. 나는 정부·여당이 이런 식으로 군비증강을 계속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는 폭망하고 말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이러한 호소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생의 탈출구의 하나가 국방비 제한에 있다고 호소해도 마찬가지였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한국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후위기가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최대 위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었다. ‘이거 연결된 위기 아닌가? 넛지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본업인 평화 문제와 새롭게 관심을 가진 기후 문제를 연결시켜 생각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군사강국을 향한 열망에 휩싸인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군비증강이 기후위기 악화의 잘 알려지지 않은 주범이래.’라고 말하며 옆구리를 찔러 보기로 했다.


고삐 풀린 군사주의는 막대한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전쟁과 평화도, 기후위기도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려도 걱정은 늘어난다. 전쟁은 갈수록 확산되고 군비경쟁은 갈수록 격화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의 평화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러한 고삐 풀린 군사주의는 막대한 탄소 배출로 이어지고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국제 협력을 뒷전으로 내몰고 있다. 이를 바라보면서 인류사회의 처지가 ‘냄비 속 개구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

지구도 뜨거워지고 군비경쟁도 뜨거워지는 현실을 보면서 이런 질문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지구의 안보는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는데 지구에 있는 국가의 안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전쟁은 물론이고 군사 활동 자체가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이자 기후위기 대처에 큰 구멍인데 이를 자각하게 된다면 고삐 풀린 군비증강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질 수 있을까? 갈수록 지구는 거주 불능의 땅이 되고 있는데 그 지구를 둘러싼 경쟁에 여념이 없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군사 활동과 기후위기의 상관관계


이러한 문제의식과 질문을 품고 군사 활동과 기후위기의 상관관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문제제기이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선 이미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구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 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전체의 5〜6%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세계 항공(1.9%), 해운(1.7%), 철도(0.4%), 파이프라인(0.3%)을 합한 것보다 많다. 또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이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순서인데, 전 세계 군사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국가 단위로 환산해보면 4위인 러시아보다 1〜2% 가량 높다.

혹자는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벼랑 끝에 매달린 자동차에 새 한 마리가 앉으면 차 안에 있는 사람은 차창을 열어 새를 쫓아내려고 하고 지푸라기라도 있으면 잡으려고 할 것이다. 새 한 마리의 무게가 차를 떨어뜨릴 정도로 무겁지 않을 수도 있고 지푸라기를 잡더라도 떨어질 차를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역부족이더라도 말이다.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새 한 마리가 벼랑 끝에 매달린 차를 누르는 하중보다는 훨씬 크고, 거꾸로 군비통제와 군축이 기후정의 실현에 미치는 영향도 지푸라기보단 훨씬 크다.

그런데도 군사 분야의 탄소 배출을 규제할 수 있는 통제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잰걸음 수준인데, 전 세계 군사비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또 전쟁과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악화된 기후위기가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와중에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국제협력도 지정학적 대결의 열기에 밀려 차갑게 식고 있다.


기후위기가 국가안보의 위협인데, 정작 군사 활동으로 기후위기를 키운다


전쟁도, 그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와 장비도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생태계의 큰 변동을 야기했다는 ‘인류세’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도 사람들이 자초한 것이다. 절망의 근거도, 희망의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류와 지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가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 갈림길에 있다.”라고 경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군사무기와 군사 활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군비증강과 군사 태세 강화가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관점도 있고 오히려 전쟁을 부추긴다는 반론도 있다. 또 적정 군사비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자원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인류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이다. 그런데 이제는 또 하나의 관점이 절실해졌다. 전쟁과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 기후위기라는 압도적인 도전에 대응하려면 비상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국가들의 정치적 선택은 군비증강에 쏠려 있고, 지구촌의 군사 활동은 막대한 탄소를 내뿜으면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국가안보의 중대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도 정작 군사 활동 증대로 그 위협을 더 키우고 있다. 모두 안보라는 이름을 달고선 말이다. 이러한 현실에 눈감고 있어야 할까? 냄비물이 뜨거워져 임계점을 넘어서려고 하는데 그 물을 끓이고 있는 불 몇 개라도 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전환의 논리를 찾아서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2023년에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청소년 가운데에는 ‘밀리터리 덕후(밀덕)’가 많다. 필자의 아들도 그렇다. 또 청소년이 성인보다 기후위기에 예민하다. 기후위기에 책임은 거의 없는데 지구에서 살아갈 날들은 더 많으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넛지’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책을 냈었다. 본 연재의 일부분도 이 책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모쪼록 본 연재가 전쟁·군비경쟁과 기후 문제 사이의 ‘연결된 위기’를 직시하고 복합·다중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환의 논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댓글 0개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