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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발제 | 이시영 |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 산불 위험 요인과 대형 산불 대응 전략

최종 수정일: 6월 27일

2025-06-25 김성희 기자

한국의 산불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장기화와 대형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불의 대부분은 인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되며, 지형·기후·산림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산불의 확산을 가속화시킨다.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 감지에서부터 진화, 복구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과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지역의 대응 역량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이시영 교수. 플래닛03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이시영 교수. 플래닛03

대형 산불, 어디서 얼마나 발생했나


산불은 이제 더 이상 국지적 재난이 아니며, 전 세계가 불길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는 매해 대형 산불로 신음하고 있고, 심지어 산불과는 거리가 멀던 일본까지 초대형 산불이 도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산불은 과거 강원 영동지역에 국한되었지만, 현재는 경북과 경남을 포함해 전국화 양상을 띠고 있다. 산불은 단지 숲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 산업시설, 사찰과 발전소, 국가 기반시설까지 닿고 있다. 

2025년 의성발 경북 산불의 모습. 사진 서울경제
2025년 의성발 경북 산불의 모습. 사진 서울경제

기존에는 하루 내 진압되던 산불이 최근에는 10일 이상 넘게 이어지는 초장기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이 있으며, 최근 발생한 2025년 의성 산불은 불길이 6시간 만에 51를 이동하며 시속 8.2에 달하는 확산 속도를 기록했다. 1996년 고성 산불을 발원점으로, 2000년 동해안 산불, 우리나라 천년고찰을 태운 2005년 낙산사 화재, 그리고 2018년 강릉·삼척, 2019년 고성·속초, 2022년 울진·삼척, 2025년 의성·산청으로 대형 산불은 이어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전국 어디에서든 초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확산되고 있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과 현장 상황에 기반을 둔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불씨는 대부분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산불의 시작점은 대부분 인간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산불의 약 99%는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낙뢰나 자연 발화처럼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지만, 전체 산불 중 약 31%는 '소각 산불'로 분류된다. 농업 부산물 소각,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 생활 쓰레기 소각, 성묘객의 실화, 아궁이나 벽난로에서 새는 불씨 등 사소해 보이는 부주의가 결국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림 인근 100m이내에서의 소각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조한 날씨, 강풍, 경사진 지형이 겹칠 경우, 하나가 순식간에 확산되어 마을 전체를 덮치고 국가 기반시설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산불의 그 시작은 인간의 사소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일상 속 작은 불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대형 산불을 막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왜 이렇게 빨리, 크게 번지는가


우리나라 산림은 평균 경사도 23도의 산악 지형에 위치해 있으며, 평지보다 산불 확산 속도가 4~8배 빠르다. 더욱이 계곡과 협곡이 많은 복잡한 구조는 불길을 가두고 바람의 흐름을 왜곡시킨다. 2022년 안동 산불의 경우, 헬기가 진입해도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화점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역풍으로 불길이 되돌아오며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형 산불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강원 영동 지역처럼 백두대간을 따라 바다 방향으로 번지는 ‘해안형 산불’이다. 이 유형은 대개 강풍을 타고 1~2시간 만에 해안까지 도달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된다. 고성, 강릉 일대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내륙에서 발생해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퍼지는 ‘내륙형 산불’로, 피해 범위가 더 넓고 지속 시간도 길다. 실제로 2025년 의성 산불은 6시간 만에 51를 태웠고, 시간당 8.2라는 이례적 속도를 기록했다.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산불은 24시간 이내에 진화됐다. 그러나 2022년 울진 산불처럼 2박 3일, 길게는 10일 이상 지속되는 초장기 산불이 점점 늘고 있다. 불길이 오래 지속되면서 인명과 시설 피해가 커지고, 진화 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되며 진압 효율도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산불 진화 여건도 많이 불리한 실정이다. 산림 지역은 물을 가둘 수 있는 저장 능력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물은 산 아래로 빠르게 흘러내리고, 헬기나 진화차가 사용할 수 있는 물 저장시설이 부족하다. 산림댐, 사방댐, 녹색 댐과 같은 기반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게다가 산림 구조도 진화 작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 단순림이 많고, 조림 이후 간벌이나 가지치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밀도가 높다. 이는 산불 발생 시 수관을 타고 불이 빠르게 번지는 구조를 만든다. 또한, 울창한 숲에는 낙엽층이 무릎, 때로는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다. 이처럼 두꺼운 낙엽 층은 진화대원들이 불길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선 구축을 어렵게 만들고, 불을 끈 이후에도 잔불 정리 작업에 큰 장애가 된다.


산불의 확산은 기후와 지형, 산림 구조와 대응 시스템이 맞물려 발생하는 복합적 재난이다. 단순한 진화 장비의 확충만으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람과 숲의 경계, WUI의 경고


산과 사람이 공존하는 경계 지역, 즉 ‘산림-도시 접경 지역(Wildland–Urban Interface, WUI)’은 산불 피해가 일상으로 직결되는 대표적인 위험 지대다. 이곳에서는 산불이 숲에서 마을로 옮겨 붙거나, 반대로 마을의 불씨가 산으로 번지는 양방향 피해가 발생한다.


산림 인접지 시설물 산불 피해도 현황. 사진 이시영 교수
산림 인접지 시설물 산불 피해도 현황. 사진 이시영 교수

이러한 사례는 2019년 고성·속초 산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산림으로부터 10미터 이내에 위치한 주택의 87%가 전소됐고, 20미터 이내에서도 40% 이상이 불에 탔다. 불씨는 강풍을 타고 날아가 산불에 취약한 구조물을 덮쳤고, 불은 집에서 집으로 옮겨 붙으며 릴레이처럼 확산됐다. 최근 산불은 이처럼 더 멀리, 더 광범위하게 피해를 유발하는 양상을 보인다.


WUI 지역에는 군사시설, 산업단지, 의료복지시설, 학교, 종교시설, 쓰레기 소각장, 농축산 기반시설, 송전선, 가스라인 등 국가와 지역사회에 중요한 기반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다. 울진 산불 당시에는 실제로 원자력발전소 내부까지 불길이 진입했고, 다행히 콘크리트 구조 덕분에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지형과 주거 구조도 산불 위험을 높인다. 산림과 주택 사이의 이격거리가 지나치게 좁은 경우가 많고, 일부는 산에 축대를 쌓아 집 울타리로 활용할 정도로 산과 밀접해 있다. 건축 시 관련 규제가 충분하지 않았던 결과다. 이러한 구조는 산불 노출도를 높일 뿐 아니라, 불길의 확산 경로가 되기도 한다.


산불 대응 인프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산림 내부에 진입 가능한 임도는 충분하지 않고, 진화 차량이 드나들거나 회전할 수 있는 공간도 협소하다. 화재 발생 시 초동 진화가 늦어지고, 접근성의 한계는 피해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림의 조성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 단순림이 많은데, 이들은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대신 불에 잘 타는 구조다. 산불이 시작되면 지표에서 수관으로 불이 번지며 속도와 피해 강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로 인해 연료 관리와 숲의 구조 개선은 향후 산림 정책의 주요 과제가 된다.


WUI는 산과 사람이 만나는 생활의 경계인 동시에, 산불 위험이 현실로 침투하는 최전선이다. 이 경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산불 피해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초대형 산불 대응, 기술과 현장이 맞물리는 구조로


대형 산불이 되풀이되며, 우리 산림 방재 시스템은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불 대응의 주관 기관인 산림청은 예방부터 진화, 복구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고령화된 인력 구조, 산악 중심의 험준한 지형, 급변하는 기상 조건 등으로 기존 체계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불 대응 전략은 현장 중심의 즉각 대응력, 과학적 예측 시스템, 기술과 장비의 고도화, 주민 보호 체계 확립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1. 초기 대응력의 핵심은 ‘감지와 예측’, 그리고 주민 대피

산불은 발생 30분 내 진화를 놓치면 급속도로 대형화된다. 이를 막기 위한 핵심은 조기 감지와 확산 예측이다. AI, IoT, 드론, 위성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감지 시스템은 산불의 위치, 진행 방향, 확산 속도를 예측하고, 그 정보는 신속한 자원 배치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화두(火頭)보다 4~5배 빠르게 이동하는 ‘비산화(Spot Fire)’는 예상 밖의 지점에서 2차 발화를 유발한다. 이런 불씨의 경로까지 고려해 초기 진압 전략을 수립하고, 주민 대피 경보와 이송 체계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감지와 예측은 곧 인명 피해를 줄이는 시작점이다.


 2. 공중·지상 입체 진화 체계

산악 지형 특성상 헬기 투입이 필수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상 진화대의 역할이다. 최근에는 8천~1만 리터급 진화 헬기 외에도 2만 리터급 초대형 진화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야간 산불 대응을 위한 수리온 헬기도 실전에 투입됐다. 지상·공중의 입체 대응 체계가 갖춰져야만 악천후·야간 등 복합 조건에서도 효과적 진화가 가능하다.


 3. 인프라 국산화와 자립형 대응 역량

국가적 재난 대응 체계는 장비의 국산화와 내재화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낮다. 그간 헬기 등 주요 장비는 외국산 의존도가 높았으나, 최근 들어 국산 수리온 헬기, 다목적 산불 진화차 등이 실전 배치되며 국내 기술 자립도가 향상되고 있다. 향후에는 정찰, 진화, 수송 기능을 겸비한 융복합 산불 대응 장비 개발과 배치가 과제로 떠오른다.


 4.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대응력 강화

중앙정부가 아무리 예산과 장비를 지원하더라도, 현장의 역량이 없다면 초기 진화는 불가능하다. 산불은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하며, 초기에 막지 못하면 대형화된다. 따라서 지자체 차원의 진화 인력·장비 확보, 예방 감시 체계, 훈련과 매뉴얼 숙지가 중요하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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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Jun 30

국내 산불 발생 원인 99%가 사람때문이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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