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강원권, 최대 규모 산림자원이 가져올 탄소중립 시간표
- Theodore

-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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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5 최민욱 기자
강원특별자치도가 204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섰다. 이는 정부의 2050년 계획보다 10년 앞선 목표다. 국내 최대 산림면적을 보유한 강원도는 2021년 '강원도 204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지역 여건에 맞는 감축 방안을 제시하며 기후위기 대응 선도 지역을 표방했다. 강원도는 이로써 국가보다 앞선 탄소중립 시간표를 운영하게 됐다.

시멘트·석탄 중심의 산업구조가 초래한 탄소 과부하
현재 강원도는 '온실가스 다배출 지역'이라는 인식과 함께 거대한 산림자원을 통한 탄소 흡수 잠재력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원도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는 몇몇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시멘트 산업과 석탄화력 발전이 주된 배출원으로 작용한다. 국내 시멘트 생산의 63%를 담당하는 강원도에서는 시멘트 산업이 도내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한다. 삼척과 동해시 등 영동 지역에 밀집한 대형 시멘트 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강원도는 이러한 산업 구조로 인해 배출원이 단순하고 집중적이다. 결국 이들 몇몇 시설의 탄소 감축이 전체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되고 있다.
수도권을 위한 탄소전력 과잉 생산
강원도의 에너지 생산 능력은 현 소비를 훨씬 웃돈다. 석탄 및 LNG 발전에 기반한 전력 생산량이 많아 전력자립률이 약 213%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인다. 도내에서 쓰는 전기의 두 배를 생산하여 남는 전력을 외부로 보내는 구조다. 실제로 동해안의 대규모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은 수도권 등 외부 지역으로 송전되어 소비된다. 2022년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도의 전력 자립률은 212.8%로 전국 평균(105.4%)을 훨씬 웃돈다. 강원도는 공급 초과 구조를 지닌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직 미미하여 에너지 구조 전환의 과제가 남아 있다. 석탄 발전 중심의 전력 생산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도내 과잉 생산과 환경 부담은 지속해서 강원도에 머물게 된다.

생산지는 강원도, 소비지는 수도권…탄소 책임의 불균형
강원도의 통계상 탄소 배출량은 생산 기반으로 볼 때 높지만, 최종 소비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적다. 도내 산업이 생산한 시멘트와 전력은 대부분 타 지역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만들어진 시멘트와 전기는 수도권 건설과 전력 수요를 충당한다. 그런데 배출 책임은 생산지인 강원도에 기록된다. 이러한 '탄소 전가' 구조는 생산 중심 통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강원도는 전국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희생 지대 역할을 해온 셈이다. 자체 소비로 인한 탄소발자국은 크지 않음에도, 외부 수요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이 강원도의 환경 부담으로 남아 있다.

강원도의 ‘2023년도 에너지이용 합리화 실시계획’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최하 성적을 받았다. 강원도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건물)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이 1등이다. 서울은 노후 공공건물 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와 전기차 보급,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사업 등을 통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이 강원도에 전가한 탄소배출 덕이 아닌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숲은 강력한 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해
강원도는 국토의 80% 이상이 산림인 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의 산림 면적은 약 137만 헥타르로, 전국 산림 면적의 약 22%를 차지한다. 도 전체 면적의 약 81.5%에 해당하는 수치는 전국 평균 산림률(62.6%)을 훨씬 웃돈다. 이 방대한 숲은 탄소흡수원으로서 막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강원도 산림은 연간 약 545만 톤의 CO₂를 순흡수해 순배출을 그만큼 상쇄한다. 이는 도내 산업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자연적으로 상쇄하는 규모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은 연간 약 456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추정되며(2020년 기준), 강원도 산림은 이 중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인제군, 산림에서 수익을 수확하다
인제군은 산림을 통해 탄소 흡수량을 인증받아 판매하는 사업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인제군은 6년 전 자치단체 소유 숲 55헥타르에서 나무의 최종 수확 시기(벌채 연령)를 연장해 추가로 흡수한 탄소를 정부로부터 인증받았다. 그 결과 추가 탄소흡수량 4249톤을 확보했고, 이 중 3078톤을 기업에 판매하여 약 5억 78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톤당 약 1만 6500원의 가격으로 거래된 셈이다. 인제군은 이로써 전국 첫 산림탄소상쇄 수익 사례를 만들었다. 2023년에는 군유림 1671헥타르를 산림탄소상쇄 사업으로 등록하여 연간 3909톤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인증받았다. 이 중 1648톤을 기업에 판매하여 약 2719만 원의 초기 수익을 올렸으며, 이후 추가 판매를 통해 총 5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산림 자산, 10억 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받다
현재 인제군은 총 1669헥타르의 공립림을 탄소상쇄 등록하여 관리 중이다. 나머지 숲에서 추가로 확보할 탄소흡수량을 향후 20~30년간 순차적으로 판매해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된다. 이러한 산림탄소상쇄 사업은 산림을 탄소중립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강원도 전역으로 확대할 가치가 크다. '숲의 보존'이 단순한 공익적 가치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산림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방 재정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탄소 감축과 상쇄, 재생에너지와 숲의 시너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노력과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상쇄’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역할을 한다.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서는 그 양이 현저히 적지만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등 재생에너지 설비의 생산, 운송, 설치, 폐기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적 영향이 발생한다.
반면, 숲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하여 나무와 토양에 저장하는 핵심적인 탄소 ‘상쇄’ 수단이다. 조림 및 숲 가꾸기는 오랜 기간 검증된 저렴한 효과적인 탄소 포집 기술이며, 생물다양성 증진, 수자원 함양, 국토 보전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다면적 가치를 고려할 때, 숲의 탄소 흡수 기능에 대한 정당한 가치 평가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공헌형 산림탄소상쇄제도로는 부족하다. 숲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숲의 탄소 흡수가 돈이 되는 시스템이 산주들이 살 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