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부 시대 ⑤ㅣ자연 공유부의 정치경제학— 탄소배당과 이익공유의 생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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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9 금민, 유승경
하늘과 대기를 공유부로 규정하고, 탄소배당과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를 통해 자연 자산의 훼손 비용과 활용 이익을 사회 전체가 공정하게 나누는 생태 전환의 정치경제학을 다룬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운영위원장,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최근 디지털 자본주의,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공유부 기금 등이 관심사이며,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으로부터 기본소득의의 의의를 끌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Financing Basic Income-An Exploratory Study of the Korean Case(공저, 2022), 『모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다』(공저, 2021),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공저, 2021), 『이럿타로 경제에 눈뜨다: 쉽게 읽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공저,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020), 『진짜 민주주의』(2012), 『사회적 공화주의』(2007) 등이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 대안을 묻다 [유튜브]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 및 금융 관련 연구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석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MMT 논쟁』(2021), 번역한 책으로는 『주권화폐–준비금 은행제도를 넘어서』(2023), 『기본소득과 주권화폐–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2021), 『경제 위기는 반드시 온다–금융 위기 200년사를 통한 경제 위기 예측과 대처법』(2020),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2020),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2019), 『세계화의 종말–위기의 자본주의와 포스트-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전망』(2012_)이 있다. 연구보고서는 『탄소세 도입 정책동향과 경기도 시사점』(책임연구)이 있다.
하늘과 대기는 정치경제학의 문제가 되었다
하늘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질문조차 되지 않았다. 땅은 경계를 긋고 소유를 주장할 수 있었지만, 하늘은 그러지 못했다. 누구도 하늘을 만들지 않았고, 누구도 하늘을 차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늘과 대기는 오래도록 “모두의 것”으로 남아 있었다. 이 자명한 인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인간의 생산활동이 자연의 배경이 아니라 자연의 조건 자체를 바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하늘은 풍경이었고, 조건이었으며, 전제였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태우기 시작한 이후, 대기는 더 이상 수동적인 배경이 아니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대기의 구성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그 변화는 다시 인간 사회의 존속 조건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하늘과 대기는 비로소 정치경제학의 문제로 등장한다.
소유할 수 없으나 파괴할 수 있는 것
공유부(共有富)라는 개념은 흔히 토지나 수자원에서 출발한다. 토마스 페인은 토지 공유부를 옹호하면서, '인간은 땅을 개간했을 뿐 땅 그 자체를 창조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하늘과 대기에 대해서는 더욱 분명하게 적용된다. 인간은 하늘을 만들지 않았고, 대기를 조성하지도 않았다. 지구의 대기는 수십억 년에 걸친 생명 진화의 산물이며, 특히 광합성을 수행한 생명체가 산소를 축적하면서 오늘날의 생명 친화적 환경이 형성되었다.
문제는 인간이 이 대기를 소유하지는 못하면서도 파괴할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데 있다. 대기 중 탄소 농도의 증가는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을 이미 넘어섰고, 대기·대양·산림으로 이뤄진 지구의 탄소 순환 체계는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이 흡수 능력은 더 이상 무한하지 않으며,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희소해진다는 것은 곧 경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경쟁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정치와 제도가 개입하지 않으면, 파괴는 가속화된다.
무엇이 공유부인가?
탄소배당 논의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은 “탄소 배출이 공유부인가”라는 질문이다. 탄소배당은 탄소를 배출할 권리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핵심은 그 반대다. 공유부는 배출이 아니라 흡수 능력이다. 대기, 대양, 산림이 오랫동안 수행해 온 폐기물 흡수 기능이 바로 공유부이며, 탄소 배출은 그 공유부를 점유하고 훼손하는 행위다.

이 관점을 가장 분명하게 제시한 논의가 피터 반즈의 ‘하늘 신탁(Sky Trust)’ 구상이다. 그는 『하늘은 누구 소유인가』에서 우리가 이미 “자유로운 하늘”의 시대를 지나 “희소한 하늘”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하늘이 희소해졌다는 말은, 대기의 폐기물 흡수 역량이 더 이상 무상으로 사용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반즈의 제안은 단순하다. 그는 대기의 흡수 능력을 누구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지만 방치할 수도 없는 자산, 곧 모두의 몫이기에 제도가 대신 관리하고 그 가치가 사회 전체에 환류되도록 맡겨진 신탁 자산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한다. 이 전제 위에서 대기의 흡수 역량을 사용하는 행위에 가격을 부과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하늘의 “정당한 소유자”, 즉 모든 사람에게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공유부가 탄소배출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유부는 대기의 희소한 흡수 역량이며, 배출권은 그 역량을 일정 한도 안에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관리 수단, 다시 말해 제한적 사용 허가에 불과하다.
제임스 한센이 제안한 “수수료 및 배당제(fee and dividend)” 역시 같은 논리 위에 서 있다. 탄소 배출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그 수익을 100% 시민에게 배당함으로써 가격 신호를 통해 배출을 줄이되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두 제안은 모두 하늘과 대기를 공유부로 전제하고, 그 훼손에 대한 대가를 사회 전체로 환류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상상한다.
왜 탄소가격이 필요한가?
탄소배당의 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가격제가 왜 필요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출발점은 에너지 가격이다. 화석연료 에너지는 기후변화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지만, 이 비용은 현재의 시장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그 결과 지금의 가격 체계에서는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보다 더 싸게 보이고, 이 왜곡된 가격 신호는 사회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해 발전 단가가 낮아지고,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 즉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비슷해지는 지점에 도달하더라도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고, 그 결과 화석연료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기술 대체는 기존 설비를 좌초자산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가격 하락은 그 생명을 연장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이 악순환을 끊는 수단이 탄소가격제다.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 배출에 명시적인 가격을 부과함으로써, 시장이 외면해 온 생태적 비용을 가격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탄소배당의 역할
그러나 탄소가격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수반한다. 이 부담은 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장치가 탄소배당이다. 탄소세나 배출권 경매 수입을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으로 되돌려주면,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수의 가구는 오히려 순이익을 얻게 된다.
탄소배당은 단순한 보상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탄소세율을 정치적으로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인상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소비자가 세금 인상에 저항할 이유가 줄어들수록, 과세 당국은 탄소 가격을 기후 목표에 맞게 보다 일관되게 조정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탄소배당은 탄소가격제의 교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다.
탄소배당 이후의 질문
그러나 탄소세와 탄소배당만으로 공유부의 정치경제학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배당이 주로 “훼손에 대한 대가”를 환류하는 장치라면, 이제 다음 질문이 등장한다. 자연의 힘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 그 이익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이다.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자연의 에너지 흐름, 다시 말해 자연의 정화와 순환 능력을 직접적으로 이용한다. 연료를 태우지 않는다고 해서 자연 자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의 힘을 핵심 생산요소로 삼는 산업이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탄소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전력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린다. 이는 전환을 촉진하는 효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지대를 형성한다. 이 지대는 자연의 힘을 독점적으로 이용한 결과이며, 자동으로 사회에 환류되지 않는다. 탄소배출이 줄어들수록 탄소배당의 재원은 축소되지만, 자연을 활용해 발생한 이익은 민간에 집중되는 역설이 나타난다.
자연 소유자의 지분
이 지점에서 이익공유제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햇빛과 바람이라는 공유부 개념을 적용한다면, 공공자산, 공공토지, 공유수면을 활용해 이루어진 발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물론이고, 공공투자가 위험을 부담하며 만들어 낸 이익 역시 특정 사업자의 사적 성과로만 귀속될 수는 없다. 그것은 자연 공유부와 공공의 기여 위에서 형성된 성과이며, 따라서 모두의 몫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익공유제는 이러한 원칙을 제도화하는 장치다.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에는 사용료를 부과하고, 자연의 힘을 활용해 부를 창출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에 자연 소유자의 지분을 설정하는 것, 이것이 공유부 정치경제학이 요구하는 일관된 태도다. 이익공유는 보조금이나 선의의 환원이 아니라, 자연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정당한 대가다.
탄소배당을 넘어서 공유배당으로
이렇게 보면 탄소배당과 이익공유제는 대립적인 정책이 아니다. 초기 전환 국면에서는 탄소세와 탄소배당이 파괴를 억제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책의 중심은 자연 공유부를 활용해 발생하는 이익의 배분으로 이동해야 한다.
탄소배당이 “훼손을 막기 위한 배당”이라면, 이익공유제는 “지속가능한 활용에 대한 배당”이다. 전자는 전환의 출발점이고, 후자는 전환의 성과를 사회 전체가 함께 누리기 위한 조건이다.
이 글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 점은 분명하다. 탄소배당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나 파괴될 수 있는 공유부, 곧 하늘과 대기, 더 넓게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라는 점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라는 원칙이 결합될 때, 생태 전환은 비용을 나누는 정책을 넘어 자연이 만들어 내는 부를 함께 누리는 정치경제적 전환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자연은 말하지 않지만 공짜가 아니다. 자연을 대신해 말할 수 있는 주체는 시민이고, 그 시민의 권리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바로 이익공유제다. 다음 글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별로, 그리고 공공투자와 결합된 다양한 이익공유 설계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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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누구나 기본소득을 말한다. 그리고 걱정한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출발한 듯하다. 하지만 공유부의 역사는 깊고 넓다. 공유부는 공기와 바다, 토지와 광물이라는 자연 자원을 넘어, 일테면 탄소배출권, 인공지능의 바탕이 된 데이터, 화폐와 금융시스템, 행정·사법·의회제도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지탱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인프라들로 확장한다. 그야말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물려받고, 사회적 협력으로 발전시켜 온 문명의 기반이 바로 공유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부는 누구의 것인가?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 필자들은 [공유부 시대] 연재를 통해 불평등과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언어로서 ‘공유부'의 철학과 역사를 살펴보고 경제학의 언어로, 사회 정의의 언어로 전진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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