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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향한 로드맵, 비판이 멈추지 않는 이유

2025-11-20 최민욱 기자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법이 2030년 목표만 규정하고 2031~2049년까지의 연간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않아 국민의 환경권을 과소보호한다는 판단이었다. 헌재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 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사항”이라며, 미래 세대에 대한 과도한 부담 전가를 우려했다. 헌재는 법 개정 시한을 2026년 2월 28일로 못 박고 그때까지 현행 조항의 효력을 한시 유지하도록 했다. 이 역사적인 기후소송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법에 명시하기 위한 행정부·입법부·시민사회의 후속 논의는 헌재가 정한 시한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 COP30에서 2035년 배출량 약 2억8천만~3억5천만t 감축 선언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고위급 회의에서 2018년 대비 53~61% 감축을 골자로 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공식 발표했다. 2035년 배출량을 약 2억8천만~3억5천만t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으로, 올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향안이다.

총회에서 한국은 세계 60여개 국이 참여한 ‘석탄발전 퇴출 연합(Powering Past Coal Alliance·PPCA)’에 가입하며 204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 폐지도 약속했다. 현재 61기 석탄발전소 가운데 40기는 2040년까지 폐지 시점을 확정했고, 나머지 21기에 대해서는 경제·환경성 평가와 공론화를 거쳐 내년 중 추가 폐지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은 브라질, 독일,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과 함께 ‘글로벌 녹색산업화를 위한 벨렝 선언(Belém Declaration on Global Green Industrialization)’ 초기 서명국으로 이름을 올려, 철강·시멘트 등 중대 배출 산업의 탈탄소화와 녹색 산업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에도 참여했다.


사진. 녹색연합
사진. 녹색연합

기후미래포럼으로 출범으로 시작된 후속 조치


헌재 결정 직후 정부는 장기 감축 목표 공백을 메우기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2024년 12월 ‘기후미래포럼’을 발족해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꾸렸다. 기후미래포럼은 에너지·산업·수송·건물 등 감축수단 분과(전문가 28명)와 미래사회 분과(미래세대·산업계·시민사회 등 20명)로 구성돼, 부문별 감축 수단과 사회경제적 영향을 검토했다.


2031~2049년까지 복수의 장기 감축경로 시나리오를 마련해 법 개정 논의에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환경부는 포럼 논의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고 공개 토론 자료로 활용되도록 했으며, 이 자료들이 이후 장기 감축 경로와 관련한 국회·시민사회 논의의 기초자료 역할을 하고 있다.


2035 NDC와 ‘기후시민회의’


행정부 논의는 헌재가 주문한 2031~2049년 중장기 감축 목표 설계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설정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환경부는 2025년 11월 초 NDC 상향안으로 2018년 대비 53~61% 감축 범위를 확정했고, 이를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중간 단계 목표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공론화 기구 신설 방안을 내놓았다. 2025년 예산안에 국무조정실 직속으로 18억 원 규모의 ‘K-기후시민회의’ 예산을 편성해, 대표성 있는 국민 500명으로 구성된 숙의형 시민회의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미래 세대의 기본권 보장과 공정 전환 요구를 정책에 담기 위해 정책 당사자인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며, 온·오프라인 토론과 여론조사, 학습 시스템을 갖춘 시민 숙의를 통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후시민회의 구상을 통해 NDC 수치를 둘러싼 산업계와 시민사회 간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사회적 합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기후시민회의가 2026년에야 본격 운영될 예정인 만큼 정작 이번 법 개정안 마련 과정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기후미래포럼, 청년 간담회와 공청회


정부는 장기 감축경로 논의 과정에서 기후소송 청구인들을 포함한 청년·미래 세대와의 접점을 제한적으로나마 마련했다. 2025년 5월 김성환 환경부 장관 주재로 청년 세대와의 간담회를 열어 2031~2049년 감축 경로 설계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고, 기후소송을 이끈 청소년들도 일부 참석했다. 환경부는 이들의 제안을 향후 정책 설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래 세대 요구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만 많이 한다, 기후미래포럼 중 청년의 목소리는 겨우 2명", "포럼 전체인원 중 미래 세대를 대표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 그렇다보니 목소리가 제한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환경부
사진. 환경부

같은 해 11월 6일에는 국회에서 2035년 NDC 대국민 공청회가 열려 산·학·민 각계 의견이 공식 수렴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안으로 2035년 ‘50~60%’와 ‘53~60%’ 두 가지 감축안이 공개됐고, 산업계는 50% 안을, 시민사회는 상한 60%도 부족하다며 65% 이상 목표를 요구했다. 이후 정부는 상한을 다소 높인 ‘53~61%’ 범위를 최종 결정했다.


공청회와 간담회 등 절차를 통해 시민사회 요구의 일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하한선 53%가 유지된 점 등을 볼 때 이러한 의견 수렴이 정책 결정 구조를 바꾸는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기후특위, 늦어진 장기 감축 목표 입법


2025년 6월부터 9월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기 전까지, 정혜경·서왕진·이소영·위성곤·박지혜 의원 등이 잇따라 장기 감축 경로 수치를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2035년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60~65% 수준, 2040년 75~85%, 2045년 90~95% 수준으로 설정해, 정부가 검토하던 안보다 높은 수준의 경로를 법에 명시하자는 취지였다. 발족 5개월 만에 열린 9월 22일 제1차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는 법에 구체 수치를 적시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환경부 차관은 “여기 전부 의원님별로 2018년 대비 배출량 감축 수준을, 장기 감축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해 주셨는데 (…) 현재 2035 NDC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이 장기 감축 경로에 대한 것도 같이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에다가 특정 수치를 명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러한 수치 명시는 정부로서는 “불수용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IPCC 보고서와 국제협정에서 제시하는 과학적 분석과 기준을 중장기 목표 설정의 근거로 삼는 것에는 수용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18년 대비 53~61% 범위의 2035년 NDC를 확정한 직후 11월 14일, 윤준병 의원이 2035년 55%, 2040년 70%, 2045년 85% 감축을 제시한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하였다.

발의자 (발의일)

2030

2035

2040

2045

정혜경 (6/25)

50%

65%

75%


서왕진 (7/15)

40%

65%

85%

95%

이소영 (8/20)

35%

61%

80%

90%

위성곤 (8/29)

35%

60%

80%

95%

박지혜 (9/12)

35%

65%

85%

95%

윤준병 (11/14)

35%

55%

70%

85%

[표설명] 표는 발의자가 제안한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 감축률을 비교한 것이다.감축률은 2018년 국가 배출량(7억 2760만 톤) 대비 법정 최소 감축 비율이며, 2050년 탄소중립(100% 감축)이 최종 목표다.


55% vs 65%, 과학적으로 타당한 목표는?


감축 목표치를 둘러싸고 어느 수준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도 거세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요약본은 지구온난화 1.5℃ 제한을 위해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약 60%, 이 가운데 CO₂ 배출량을 약 65%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를 2018년 배출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61% 감축이 한국의 전 지구적 평균 기여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탄소예산(남은 배출 허용량) 관점에서 보면, 2030년 이전에 상당량을 배출하는 한국은 2035년까지 66.7% 감축, 2040년 85%, 2045년 95% 감축해야 1.5℃ 목표에 부합하는 경로를 그릴 수 있다는 연구도 제시됐다.


플랜1.5_헌법재판소 기후소송 결정에 부합하는 우리나라 탄소예산 산출 및 장기 감축경로 설정 방향

1.5℃ 전지구적 감축경로 (파란색 실선). 플랜1.5
1.5℃ 전지구적 감축경로 (파란색 실선). 플랜1.5

이러한 과학적 분석에 비춰볼 때, 윤준병 의원안의 55%나 정부안 하한 53%는 선형 감축경로 수준에 머물러 향후 감축 부담을 뒤로 미루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2035년 55% 감축은 그 시점까지 한국 탄소 예산의 90%를 소진해 이후 5년 만에 감축률을 70%포인트 끌어올려야 하는 불균형 경로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이소영·위성곤 의원안의 60~61%, 서왕진 의원안의 65%는 IPCC 권고나 파리협정의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역량(CBDR-RC)’ 원칙에 더 근접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 의원은 자신이 제시한 높은 수치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분담 원칙에 기반한 숫자”라고 강조했고, 시민사회 역시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하려면 2035년 최소 61%는 되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국제적으로는 영국이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 목표를 법에 담았고, 독일도 2030년 65%, 2040년 88% 감축과 2045년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후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이에 견줘 한국이 2035년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가 국제 분담 논의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너무 늦어진 국민 의견 수렴 절차, 실효성이 있나?


장기 감축 경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참여 절차가 도입됐지만, 그 효과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기후미래포럼은 각 부문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으나, 해당 논의 결과와 시나리오가 최종 정부안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정부가 확정한 2035년 NDC 안은 산업계 요구와 시민사회 요구 사이에서 절충한 수치(53~61%)로, 포럼에서 검토된 복수 경로 중 중간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국회 기후특위와 환경부는 청년 간담회,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지만, 이는 법률상 의무에 따른 형식적 절차에 가깝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 2035년 NDC 공청회에서도 초안 세부 내용이 사전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들러리 공청회’라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정부가 후속으로 구상 중인 기후시민회의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무작위 추첨 시민 500명이 숙의 과정을 거쳐 감축 로드맵 권고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은 기후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새로운 모델로 거론되지만, 핵심 감축 목표가 이미 확정된 뒤에 시민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사후적 정당성 부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결국 공론화의 실효성은 향후 시민회의가 얼마나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참여 모델이 다음 NDC나 세부 이행정책 수립에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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