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⑧ 기후질병(2) | 흔들리는 기후, 흔들리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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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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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8월 15일
2025-08-13 김성희 기자
기후위기는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를 직접 공격하는 현재진행형 보건·안전 위기이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질환별 취약성을 고려한 다층적·통합적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
뇌를 향한 기후변화의 공격

데이터 과학자이며 환경 저널리스트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Clayton Page Aldern)은 『내 안에 기후괴물이 산다』에서 기후변화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인체 내부에서 인류를 직접 타격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체가 최적으로 기능하는 온도는 섭씨 20~26도 사이다. 2024년 여름, 서울과 부산 등 국내 주요 도시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아졌다. 이런 고온 환경은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체내 산소 운반 능력 저하, 대사 과정 교란을 유발하며 뇌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을 직접 공격한다는 의미다.
고온에 노출되면 뇌세포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효율이 떨어지고, 섭씨 39도를 넘어서면 뇌 조직 구조 자체가 변형될 수 있다. 인체의 신경계와 순환계는 뇌를 식히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지 능력이 희생된다. 실제로 여름철 고온과 열대야는 수면 시간을 줄이고 숙면을 방해해, 기억력과 집중력, 반응 속도를 떨어뜨린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냉방 시설이 있는 학생들보다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 평균 13% 느린 반응 속도를 보였다.
기후위기는 이제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다. 기온, 습도, 대기질, 재난과 같은 요인들이 인체 내부, 특히 뇌와 신경계를 직접 흔들고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들은 고온,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열대야, 폭염 재난 등이 체온조절 실패, 혈관 부담, 신경 염증, 수면 붕괴를 통해 인지 기능과 정신건강을 무너뜨린다고 보고한다.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조현병, 주의력 결핍장애(ADHD) 등 주요 신경계 질환은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이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기후위기는 ‘밖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뇌 안에서 진행되는 현재진행형의 보건 위기다.
뇌를 압박하는 삼중 위협: 고온·대기오염·온습도 변화
기후위기는 뇌와 신경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여러 경로를 동시에 작동시킨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고온이다. 약사공론에서는 폭염에 노출되면 체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전해질 농도가 흔들리면 신경세포의 전기적 안정성이 무너지고 흥분성이 높아져 발작 위험이 커짐과 동시에 체내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고 대사 과정이 교란되면서 뇌와 신경계 전반의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급격한 온도·습도 변화는 뇌혈관과 자율신경계에 부담을 준다. 혈관이 반복적으로 수축·확장하면서 혈압이 불안정해지고, 뇌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 뇌허혈성 손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 메커니즘은 뇌전증 환자의 발작 빈도를 높이고,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하며,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기능 악화, 말초신경병증의 통증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대기오염 역시 중요한 경로다. 초미세먼지(PM₂.₅)와 오존(O₃) 같은 오염물질은 코와 폐를 거쳐 혈류로 침투하고, 일부는 직접 뇌로 이동해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뇌 부피 감소와 신경세포 손상이 나타나며, 이는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치매 발병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뇌졸중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이처럼 고온, 대기오염, 온습도 변화는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뇌와 신경계를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문제는 이 경로들이 종종 동시에 작동해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폭염 속 대기오염 농도 상승, 장마철 고습 환경에서의 병원균 확산처럼, 복합 위험 상황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더위와 오염의 협공, 뇌 안전망 붕괴를 일으켜
공기와 온도가 달라지면 뇌가 먼저 흔들린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가 10μg/㎥ 늘 때 혈관성 치매 위험이 1.05배 높아지고, 같은 증가폭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청소년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위험은 1.44배 뛰었다. 특히 치매 위험은 75세 미만과 남성에서 두드러졌으며, 청소년의 ADHD 증가는 여아, 도시 거주, 간접흡연 노출 아동에서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폭염은 이미 손상된 뇌를 더 몰아붙인다.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와 콜롬비아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공동 연구팀이 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기에 극심한 폭염과 허리케인을 함께 겪은 아이들에선 기저핵 회백질 용적 변화가 관찰돼, 재난과 더위가 아동의 부정적 뇌 발달에 영향을 주며 이에 감정·행동 조절에 장기 흔적을 남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겐 체온 상승과 뇌혈류 감소가 겹쳐 사망 위험을 키우고, 2021년 캐나다 ‘히트 돔’ 8일 동안 전체 인구의 1%인 조현병 환자가 사망자의 8%를 차지하며 동기간 대비 3배 높은 치명률을 보였다. 파킨슨병·다발성경화증·말초신경병증 환자는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떨림·경직·근력 저하가 악화되고, 2003년 유럽 폭염 때 이들 신경계 질환이 초과 사망에 크게 기여했다는 기록도 남았다. 뇌전증 환자에게 더위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부르고, 수면 부족과 약물 대사 변화까지 겹치면 발작의 역치는 더 낮아진다.
대기오염과 고온이 만드는 병태 생리
왜 이런 결과가 생길까. 대기오염(PM₂.₅/PM10·오존)은 폐와 후각 경로를 거쳐 혈류·뇌에 닿아 미세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높이고 혈관 내피 기능을 떨어뜨린다. 미세먼지 고농도일수에는 뇌졸중 발생·입원 증가가 보고되고, 장기 노출은 뇌 부피 감소와 인지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폭염은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으로 신경막 전위를 흔들고, 말초혈관 확장으로 혈압과 뇌혈류를 요동치게 해 산소 공급을 떨어뜨린다.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기에, 고온으로 대사가 흔들리면 기억·판단·운동 조절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여기에 열대야가 수면의 깊이를 무너뜨리고, 일부 항정신병·항콜린성 약물이 발한·체온조절을 방해하면 취약 환자의 초과 위험은 더 커진다. 결국 기후 스트레스는 호흡기나 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의 뇌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뇌·신경계 질환 악화, 불평등이 키우는 재난
기후위기로 인한 뇌·신경계 질환 악화는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폭염, 대기질 악화와 같은 환경 요인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피해는 특히 고령자·거동 불편 환자·인지 기능 저하 환자처럼 스스로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집중된다.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BC) 에서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히트 돔’ 기간, 가장 더웠던 8일 동안 619명이 사망했다. 이 중 98%는 실내에서 열 손상을 입었고, 70세 이상이 67%, 독거가 56%였다. 사망자는 사회·물질적 박탈 지역 거주 비중이 높았고, 조사된 사망 장소 중 에어컨 보유는 7%, 그중 가동 중이었던 경우는 15%에 불과할 정도로 주거 환경의 냉방 접근성도 매우 낮았다. 이는 위험 경보 자체보다 주거·소득·사회적 연결망의 격차가 생존을 갈랐음을 보여 준다.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 환자의 과다 위험은 더 뚜렷했다. 2021년 BC ‘히트 돔’ 기간 사망자 619명 중 조현병 환자 134명(약 8%)이었고, 이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사망 위험이 약 3배 높았다. 사회적 고립·빈곤, 항콜린성 특성의 약물 등이 체온조절을 방해하고 도움 요청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지역 격차 역시 피해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도심 열섬·저녹지 지역에서 사망이 집중됐고, 사회·물질적 박탈 지수가 높은 동네일수록 위험이 컸다. 이런 패턴은 캐나다 전역 분석에서도 반복되며, 냉방 부재·운영비 부담·설치 제약 등 구조적 장벽이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리적 장비보다 더 근본 문제, 즉 사회안전망의 공백과 정보·교육의 불평등이 재난 상황에서 취약집단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낮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뇌·신경계 질환 악화로 경제적 부담까지 급증해
기후위기로 인한 뇌·신경계 질환 악화는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넘어, 사회 전체의 재정과 경제 구조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폭염과 대기질 악화가 겹치는 시기에는 응급실, 장기요양시설, 재활병원 등 돌봄·의료 현장의 수요가 폭증한다. 뇌·신경계 질환은 회복이 더딘 경우가 많아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재활 효과가 떨어지면 장기 요양이 필요해져 의료비와 간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기에 폭염 대비를 위한 냉방비, 병원 이동비, 보호자의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소득 손실까지 겹치면서 가계 재정이 빠르게 악화된다.
이러한 부담은 단순히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취약계층이 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빈곤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지역경제의 소비·생산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공 의료·돌봄 체계의 과부하는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재난 시 한정된 자원이 특정 질환군에 집중 투입되면서 다른 필수 의료서비스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의 뇌·신경계 질환 대응은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가계·지역·국가 차원의 경제안정 전략과 직결된 과제다.
복합 위험 대응, 통합 기후 보건 안전망이 해답
국제적으로 기후위기와 뇌·신경계 질환 대응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신경학회에서 204개국 대상 분석한 연구 내용을 보면, 고온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가별 맞춤 온도 기준과 장기 예방·치료 연계가 부족하며, 일교차나 장기 노출 요인 같은 비극단 기후 변수는 경보 체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Lancet Neurology’에서는 폭염 대응이 열사병·심혈관 중심에 치우쳐 있어 치매·파킨슨·조현병 등 신경계 질환 특유의 취약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한국 역시 폭염특보·대기질 경보 등 환경 경보 체계는 갖추고 있으나, 이를 신경계 환자 맞춤 지침이나 경보-지원 연계로 확장하지 못하고, 독거·인지저하 환자를 조기에 파악해 현장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미비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 피해는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 대기오염, 온습도 변화, 감염병 등 복합 위험 요인을 하나의 체계에서 관리하고, 뇌·신경계 질환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침이 포함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장기 모니터링과 빅데이터를 통해 기후와 질환의 상관성을 규명하고, 단기 재난과 장기 노출을 구분한 예측·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은 고온기에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사전 점검하고, 취약 환자군을 우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지자체는 조기경보-건강 확인-현장 지원이 연결되는 대응망을 만들고, 냉방·환기 인프라를 취약가구에 우선 보급하는 방안을 강화할 수 있다. 개인과 가족도 예보 확인, 생활 환경 조정, 의료진 상담, 증상 기록 등 일상 속 대응을 생활화해야 한다. 각 주체가 제 역할을 맞물려 수행할 때 비로소 기후위기 시대의 ‘기후 보건 안전망’이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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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문제가 그치지 않는다. 뇌와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는 보건위기이기도 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