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⑪ 해양산성화 | 모든 쓰레기는 바다로 모인다, 안 쓰고 안 버리는 전환 필요해
- planetssong03
- 9월 4일
- 6분 분량
2025-09-03 김성희 기자
해양쓰레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생존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와 국내에서 매년 14만 톤 이상 발생하는 실태는 어업과 육상 활동에서 비롯된 집단적 책임의 결과다. 해결책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전환에 있으며 이를 위해 국제 협약과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가 시급하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 최근 4년간 배출 증가율 1위 ‘한국’

북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는 해양쓰레기의 가장 상징적 사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환류 해역에 형성된 이 쓰레기 지대는 남한 면적의 7~16배, 즉 약 160만㎢에 달한다. 이곳에는 약 8만 톤의 플라스틱이 떠 있으며, 조각 수로는 무려 8조 6000억 개에 이른다.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푸른 파도 위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파편들이 마치 양념 가루처럼 흩뿌려져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엄청난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네덜란드 NGO 오션클린업의 2019~2023년 조사 결과, GPGP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파편의 75~86%가 어업 활동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표, 통발, 밧줄, 제리캔 등 어구와 양식용 장비가 주류를 이루며, 심지어 1960년대 생산된 부표까지 발견됐다. 강을 통해 유입된 플라스틱은 대부분 해안에 쌓이거나 가라앉지만, 해상에서 유실된 어업 쓰레기는 환류를 타고 멀리 이동해 GPGP에 축적될 가능성이 2~10배 높다는 점이 수치 모델링으로 입증됐다.
국가별 기원 분석도 주목해야 한다. 수거된 경질 플라스틱의 표기와 로고를 추적한 결과, 일본 34%, 중국 32%, 한반도 10%, 미국 7% 순으로 나타났다. 즉 동북아 3국만 합쳐도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절대 비중은 낮지만, 최근 4년간 누적 배출량 증가율 1위로 지목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어가 적힌 부표, 통발, 플라스틱 용기가 다수 확인됐다. 결국 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 섬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를 비롯한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모여 만든 집단적 책임의 거울이다.
매년 14만 톤, 줄지 않는 해양쓰레기
우리나라는 해양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양수산부 추산에 따르면 매년 약 14만5000톤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며, 그중 80% 이상이 플라스틱이다. 발생 경로를 살펴보면,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약 9만5000톤, 65%)가 가장 많고, 어업 활동에서 기인한 폐어구 등 해상 쓰레기(약 5만 톤, 35%)가 뒤를 잇는다. 태풍·집중호우 등 기후 요인으로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육상 기원 쓰레기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수거 실적을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내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총 62만5727톤, 연평균 12만5000톤 수준이다. 해양쓰레기 유형별로는 해안가 쓰레기 47만5524톤(전체의 76%)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침적 쓰레기 11만524톤, 부유 쓰레기3만9659톤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18만3710톤)이 가장 많은 수거량을 기록했으며, 이어 제주 7만7586톤, 충남 6만7248톤, 경남 5만9603톤, 경북 4만1187톤, 강원 3만8576톤 등이 뒤를 이었다.
쓰레기의 출처 또한 우리 스스로의 문제임이 확인됐다. 해양수산부의 모니터링 결과, 해안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98.2%가 국내 기원으로 나타났으며, 외국 기원 쓰레기는 1.8%에 불과했다. 다만 외국 기원 쓰레기의 대부분이 중국(96.1%)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매년 약 12만~13만 톤을 수거·처리하고 있으나, 발생량과 수거량이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근본적인 해양쓰레기 감소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거 예산은 해양수산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사업 단위로 집행해 총괄 관리 체계가 부재하고, 쓰레기 수거 비용 자체가 얼마인지조차 주무 부처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20년간 428건…해양 동물 얽힘 피해는 계속 증가
해양쓰레기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2003~2023년)간 해양 동물 77종에서 총 428건의 얽힘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피해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지난 3년(2021~2023년) 동안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피해 양상은 서식 환경에 따라 달랐다. 괭이갈매기, 세가락갈매기와 같은 바닷새는 주로 낚싯줄·바늘에 피해를 입었고, 바다거북, 돌고래와 같은 수중 서식 종은 폐그물·통발 등 폐어구에 얽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잠수 먹이 활동 중 버려진 자망에 얽힌 바다오리 사례는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문제는 멸종위기종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해양생물 중 약 13%에 해당하는 10종(44건)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멸종우려종이었다. 여기에는 푸른바다거북, 세가락갈매기 등이 포함된다. 해양쓰레기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바다의 생명들이 사라지는 속도는 곧 우리의 미래가 사라지는 속도와 다르지 않다.
미세플라스틱, 바다를 넘어 인간의 식탁까지
쓰레기 지대는 단순히 바다의 미관을 해치는 문제를 넘어 생태계와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플라스틱 표면에 붙어온 해양생물은 새로운 해역으로 이동하며 원래 서식지를 교란시키고, 햇볕과 파도에 의해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바다를 떠돈다.
이 미세입자는 플랑크톤에 흡수되고, 이어 물고기와 해양 포유류의 먹이가 되며, 결국 인간의 식탁에까지 도달한다. UNEP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에는 바다 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강 차원의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어업·양식 단계의 유실 방지와 국제적 규범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해양쓰레기는 해양 생태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동시에, 인류의 건강과 식량 안보에 직결된 문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장에선 여전히 표류 중
플라스틱 오염은 이제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위기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협약을 마련하자는 결의가 채택됐고, 이후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위한 정부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협상은 매번 난항을 겪었다.
2024년 부산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170여 개국이 모여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진 2025년 제네바 협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협상 의장이 제시한 문서 초안에서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규제가 삭제되자 각국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협약문 성안은 차기 회의로 미뤄졌다.
국가 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렸다. 유럽연합과 노르웨이, 캐나다 등은 파리협정에 버금가는 수준의 절대적 생산량 감축을 요구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미국 등 화석연료 및 화학 산업 기반 국가는 재활용 확대와 기술개발 중심 접근만을 주장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유해 첨가 화학물 규제를 포함할지 여부도 쟁점이었고, 환경단체와 일부 국가는 이를 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산유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화학 산업 로비스트가 역대 최대 규모로 회의장에 참여해 협상에 큰 영향을 미쳤고, 개도국들은 기술 이전과 재정 지원 없이는 협약 이행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 규모와 분담 방식을 두고도 논의가 엇갈리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국제 시민사회는 침묵 시위와 피켓 행동, 기자회견을 통해 ‘약한 협약은 재앙’이라고 경고했고, 생산 감축에는 89개국, 화학물질 규제에는 120개국, 건강 조항에는 130개국이 지지를 보내는 등 야심찬 협약을 향한 연대는 확산됐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플라스틱 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춘 강력한 감축 규범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재활용 중심의 느슨한 권고 수준에 머물지 기로에 서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처별 분산된 책임구조, 컨트롤타워 구축 절실해
국내에서도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운영 상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는 해양쓰레기 수거 보상제를 통해 어업인과 민간이 바다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면 비용을 지원하고, 원거리 해역은 용역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환경부, 지자체가 각각 별도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총괄 관리 체계가 부재하고, 전체 집행 규모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이 같은 분산 구조는 관리 사각지대를 낳는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발생한 쓰레기는 육상 단계에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맡지만, 해양으로 유입되면 해수부 소관으로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책임과 예산이 모호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지자체 재정력에 따라 수거 역량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해수부는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을 통해 발생부터 처리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관리체계 구축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사후 수거에 치중돼 있다. 수거된 쓰레기의 재활용률은 낮고, 집하장·처리 인프라는 지역별 격차가 크다.
결국 제도는 있으나 운영 미비와 분산된 책임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해양쓰레기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예산과 정책을 통합 관리하고, 예방과 처리, 재활용을 아우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최초 ‘어구보증금제’ 도입, 어민에게 돌아온 과중한 부담
우리나라는 2024년 세계 최초로 어구보증금제를 도입하며 폐어구 문제 해결에 나섰다. 제도의 핵심은 어민이 어구를 구입할 때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예치하고, 사용을 마친 뒤 지정 집하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바다에 무단 투기되거나 유실되는 그물을 줄이고, 어구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스프링통발 1000원, 원형·반구형 통발 2000원, 붉은대게 통발 3000원 등 종류별로 보증금이 붙어 판매되고, 반납하면 돌려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통발 어민들은 연간 약 5000개의 어구를 사용해 보증금만 1000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하고, 해수부 조사 기준 통발 유실률이 27%에 달해 매년 270만 원가량은 고스란히 손실된다. 여기에 중국 어선에 의한 대량 손실 피해까지 겹치면서 어민들은 사실상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
또한 집하장 시설 부족, 전산망 입력 혼란, 수거 인력 부재, 보관 과정의 악취와 경관 훼손 등 지자체와 수협 현장의 어려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1회용 자망은 오는 2026년에야 제도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정책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어민들 사이에서는 보증금제보다는 실질적인 어구보상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결국 어구보증금제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현장 어민들의 부담, 제도 운영의 허점, 정책 우선순위 논란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제도의 취지가 해양쓰레기 저감이라는 대의명분에 있는 만큼,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을 높이고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모범 사례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해양쓰레기, 치우기보다 중요한 건 ‘덜 쓰기’
해양쓰레기 문제의 본질은 ‘치우기’보다 ‘덜 쓰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바다를 거대한 쓰레기통처럼 써왔지만, 결국 그 대가는 인간 스스로에게 돌아오고 있다. 앞으로의 해법은 분명하다. 소비를 줄이고,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며, 이미 쓰고 있는 자원은 최대한 오래·여러 번 쓰는 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제 사회가 강력한 협약을 통해 생산 단계에서부터 책임을 묻고, 정부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세우며, 기업과 시민이 생활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바다는 회복할 수 있다.
결국 해양쓰레기 문제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생존 조건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덜 쓰고, 다시 쓰고, 함께 책임지는’ 길을 선택해야 할 때다. 바다는 더 이상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지구 역시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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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일회용품이 아니라 재사용 하는 존재 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좋아할 게 아닙니다. 그 이상으로 쓰레기 배출량도 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