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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풍경ㅣ종족정 국가 이스라엘

2025-06-27 최은

제5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의 미래는 창창한가? 극우집회에서 이스라엘을 선망하는 이유는? 무슬림 혐오, 유대서사, 맹방 미국의 선호 등이 이유겠다. 하지만 유대서사의 역사적 실체는 다르다. 차라리 팔레스타인이 유대인 직계에 가깝다. 이스라엘은 인종차별적 종족정 국가체제로 전쟁과 공포로 유지된다.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제5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의 미래는 창창한가?


지난 2023년 10월 7일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사실상의 제5차 중동전쟁은 (예상대로)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핵협상 이틀 전에 이루어진 이스라엘의 공격과 미국의 추가 공격으로 이란은 어쩔 수 없이 휴전에 동의했고. 결국 네타야후 정권과 트럼프정권은 일단 내부의 항의와 불만을 외곽 때리기로 잠재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말 그대로 쓸어버리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완전히 합병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해서 이른바 ‘대이스라엘’이라는 건국 이래의 꿈이 완성된다면, 중동에 평화가 찾아올까? 거의 100% 확률로 그것은 완전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비공식적인) 핵무장국이며, 첨단과학과 산업경쟁력을 가진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물음표가 붙는) 이스라엘의 미래는 창창한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택을 폭격한 후 잔해에 깔린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진_위키커먼즈, 2023@UNRWA photo by Ashraf Amra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택을 폭격한 후 잔해에 깔린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진_위키커먼즈, 2023@UNRWA photo by Ashraf Amra

극우파 집회의 이스라엘 국기, 무슬림 혐오 정서와 유대서사


오늘날, 서울의 극우파 집회를 가보면 성조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이들을 보게 된다. 일반적인 무슬림 혐오 정서에 더해 특별히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2천년간 유랑하다 겨우 안식처를 찾게 된 소수 민족이라는 ‘유대서사’에 대해 우리 사회가 품은 연민과 응원의 감정일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많은 문화적, 과학적 업적을 이룬 유대인에 대한 선망과 호기심(‘탈무드식’ 교육이라는 이상야릇한 유행을 보라). 수십 배나 되는 아랍 국가들을 압도하는 이스라엘군의 위용에 대한 군사주의적 환호(더불어 모사드의 신화적 활약까지). 특별히 구약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데 집착하는 복음주의 기독 분파의 영향. 결정적으로는 우리의 가장 큰 맹방인 미국의 이스라엘 선호에 대한 호응. 등등의 영향일 것이다.


유대서사의 신화는 현대 성서고고학의 성과로 부정되다


그러나 조금만 이스라엘과 ‘유대서사’에 대해 따져보게 되면. 이러한 ‘신화적’ 해석들은 너무나 큰 구멍이 난 파이 조각과 같다. 비판적인 역사학자 슐로모 산드(Shlomo Sand)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 책, 2021)이나, 정의길이 쓴 『유대인, 발명된 신화』(한겨레출판, 2022)를 보면 이런 저런 역사적 배경과 사정들에 대해 소상히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적 근거들, 예를 들어 출애굽이나 여호수아의 예리코(구약의 여리고성) 정복, 다윗과 솔로몬 왕국의 영화 같은 것들이 현대 성서고고학의 최신 성과로 부정되는(혹은 축소되는) 과정이야 너무나 옛날 얘기라 치자.


기독교세계의 타자에서 근대 자본주의의 승자로


이른바 예루살렘의 ‘두 번째 성전 Second Temple’이 파괴된 서기 70년 이후 전 세계로 이산된(디아스포라) 유대종족이라는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다. 역사학과 인구통계학, 비교종교학 등의 최신 성과에 비추어 보자면, 유대교는 기독교에 우위를 내주기 전까지 활발한 포교를 통해 지중해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여러 국가와 종족이 유대교를 국교로 삼았고, 결국 오랜 세월을 거쳐 개종과 혼합을 통해 완성된 것이 이른바 오늘날의 ‘유대종족’이다.


오늘날의 쿠르디스탄 지역에 위치했던 ‘아디아베네 왕국’(서기 1세기경)을 시작으로 4세기 ‘힘야르 왕국’(오늘날의 예멘), ‘베르베르의 카히나여왕’‘(오늘날의 북아프리카), 6세기에서 10세기 즈음으로 믿어지는 ’하자르 칸국‘(오늘날의 키에프에서 크림반도를 거쳐 카스피해 북안을 아우르는) 등등을 거쳐 형성된 유대교의 확산을 통해 오늘날의 ’유대종족‘이 형성되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으로 확산된 세파르딤(Sephardim), 러시아와 동유럽의 아슈케나지(Ashkenazi)로 대별되는 ’유대종족‘이 그것이다. 그들이 이른바 게토(Ghetto)라 불린 사실상의 감옥에 갇혀 기독교세계의 ’타자‘가 된 역사적 배경 아래서 (다행히) 상업과 금융에 특화되어, 근대 자본주의의 승자 대열에 올라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야말로 과거 셈족 주민의 직계에 가깝다


결국 현대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확장해 온 ’유대종족‘은 생물학적으로 과거 유대인의 후손이라고 보기에는 손색이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과거 가나안 지역에서 농업에 종사한 유대인의 직계 후손이라 믿어지는 펠라힌(Fellahin, 아랍계 농민계층)들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속적으로 축출되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이야말로 오히려 과거 셈족 주민의 직계 후대에 가깝다는 사실만큼 비극적인 게 있을까?


인종차별 국가이자 정착민 식민지 국가


가장 유명한 비판적 역사학자 일란 파페(Ilan Pappe)가 쓴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2024, 틈새책방)에 의하면, 현대 이스라엘의 정치체제는 ’종족정‘(ethnocracy)이다. ’민족정치‘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혼합 민족 국가이면서도 한 민족집단을 다른 민족집단보다 법적, 공식적으로 선호하는 정권이라는 의미이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이 체제는 ’인종차별 국가‘이자 ’정착민 식민지 국가‘이기도 하다. 과거 남아공에 존재했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강제 인종차별 정책)에 못지 않은 혐오와 분리를 기반으로 한 이 체제는 도저히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가 현대 이스라엘에 대해 가진 일반적인 이미지는 서방세계 특히 미국의 미디어에 의해 왜곡된 일종의 환상일 뿐이다.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들이 다른 종족에게 벌인 짓들


아마도 이런 악랄한 시스템이 유지, 확대된 배경은 패권국가 미국의 지원과 입김 외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오늘날 인류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이랄 수 있는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과 온통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으로 분할된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대해 눈을 돌리고서, 인류의 연대와 희망을 말한다는 것은 ’개똥‘ 같은 얘기다. 과거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들이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다른 종족에게 벌이는 이런 짓들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전쟁과 공포 없이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종족정 국가 이스라엘


서양 속담에 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른바 ’AIPAC(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미국 정계의 이스라엘 편향은 중동이라는 화약고를 잠재울 수 없다. 오늘날 유입되는 이민자보다 유출이 심한 ’종족정 국가‘ 이스라엘은 전쟁과 공포 없이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600만 국민 중 꾸준히 늘어나는 초정통파 하레디(군대도 가지 않는)인들과 25%에 달하는 아랍계 시민들의 불만이라는 배경 하에서 ’지중해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라는 꿈을 간직한 전쟁 기계 이스라엘의 폭주야말로 중동이라는 화약고의 도화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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