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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산주변론(山主辯論) ⑧ | 세 끼 중 두 끼는 수입에 의존 … 산을 버리면 밥상부터 무너진다

2025-12-5 박정희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로 OECD 최하위 수준이며, 기후위기로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산림을 활용한 '경축순환형 산림농업'으로 사료 자급률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낮춰 식량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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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

4대째 내려오는 전통 임업인이자 산림경영인으로 산림 분야의 학문적 지식과 폭넓은 실무 경험을 겸비한 농업, 임업전문가다. 강원대학교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농림 및 환경 분야의 이론적 기반을 다졌다. 21대, 22대 한국산림경영인협회중앙회 회장,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 위원, 산림정책협의회 위원(2025), 한국임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임업인총연합회 회장, 한국산림단체연합회 공동의장, 수목장문화연대 이사장, 한국산림정책연구회 부회장, 한국 산림경영정보학회 부회장, 한국임우연합 이사 등 농림정책에 힘써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 표창(2002), 국무총리 표창(2004), 철탑산업훈장(2011), 임업인상(2015), 대한민국 산림환경대상(2017)을 수상했다.


식량 위기 시대, 산림은 식량과 사료를 생산하는 터전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사 먹는 빵과 밥, 라면과 치킨의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 진열대가 늘 꽉 차 있으니 안심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곡물의 80% 안팎을 해외에 의존하고 국제 가격과 수출 제한, 기후 재난 한 번에 밥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로 주요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고,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과 물가가 동시에 치솟고 있다는 국제 보고서와 국내 연구 결과는 한국의 식량 안보가 “느리게 진행되는 재난”의 단계에 진입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 인류는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주요 곡물의 생산성이 이미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상기후와 전쟁, 보호무역주의가 겹치면 언제든 식량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가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곡물의 80% 안팎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제 산림을 단순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공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식량과 사료를 함께 생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복합 경영의 터전으로 재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 식량 안보의 취약한 현주소와 기후위기의 경고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 수준은 통계적으로 매우 취약하며, 기후변화는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현재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며, 최근 몇 년간은 19%대라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체 식량(칼로리 기준) 자급률 역시 50%에 못 미친다. 특히, 사료용 옥수수나 밀 같은 곡물은 자급률이 1% 안팎으로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이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축산업과 식품 물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볏짚, 건초 등 조사료(풀 사료)의 국내 자급률은 80%를 상회하고 있어, 초지와 조사료 기반을 강화하면 곡물 수입 의존을 줄일 여지가 매우 크다.


국제 비교 지표 역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서 한국은 최근 평가에서 100여 개국 중 30위권 후반에 머물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곡물 자급 기반이 취약하고, 국가 차원의 식량 안보 전략과 법적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국제적 평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약한 기반 위에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기가 덮치고 있다.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옥수수 약 7%, 밀 약 6%, 쌀 약 3% 수준으로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가뭄, 폭우, 고온 피해가 겹칠 경우 농업 생산성 손실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곡물 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수출국의 수출 제한, 물류 교란, 가격 폭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밥상 물가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산지 구분의 역사와 '산림농업'으로의 전환


우리 산지는 오래전부터 식량과 생활 자원을 공급해 온 공간이었다.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개념이 바로 '산림농업'이며, 이는 제도적 배경도 가지고 있다.


1980년 구(舊) 산림법에서 처음으로 산지를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로 구분할 때, 이는 당시 농지의 절대농지·상대농지 개념과 연계하여, 일부 산지를 농업·개발에 활용할 여지를 남기기 위한 제도적 시도였다. 준보전산지는 보전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산지로 설정되었고, 실제로 많은 농가가 산지 경사지를 밭이나 과수원으로 활용해 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산채, 버섯, 약용식물, 유실수 등 단기 소득 임산물을 임업 경영의 범주로 인정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 온 세계적으로 특색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산지에서 식량과 소득을 동시에 확보해 온 환경·문화적 전통을 반영한 제도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혼농임업(Agroforestry)은 나무와 작물, 가축을 조합해 탄소를 흡수하고 소득을 다변화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이미 산지에서 단기임산물과 축산이 뒤섞여 온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식량·사료 생산을 확대하는 '산림농업'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혼농임업은 나무와 작물, 가축을 조합해 탄소를 흡수하고 소득을 다변화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이미 산지에서 단기임산물과 축산이 뒤섞여 온 경험이 있어서,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식량·사료 생산을 확대하는 '산림농업'을 정립해야 한다. 사진_AI 이미지 생성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혼농임업은 나무와 작물, 가축을 조합해 탄소를 흡수하고 소득을 다변화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이미 산지에서 단기임산물과 축산이 뒤섞여 온 경험이 있어서,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식량·사료 생산을 확대하는 '산림농업'을 정립해야 한다. 사진_AI 이미지 생성

산림 복합 경영으로의 전환 과제와 초지 의무화 제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서는 사료 자급 기반을 강화하고, 산림 복합 경영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수이다.


첫째, 산림농업 활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산림의 공익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준보전산지와 일부 임업용 산지에 대해 산림농업 활동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산채·버섯·약초 같은 단기임산물뿐 아니라 사료용 목초, 사료 작물, 특정 식량 작물을 산림 경영 계획에 포함할 수 있도록 지침을 명확히 하고, 산주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복합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경축순환형 산림농업 단지' 조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농림사업정보시스템에는 임산물 생산단지 규모화, 산림 복합 경영 단지 조성 등 관련 사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사업들이 주로 목재나 단기임산물에 국한되어 있어, 향후에는 식량·사료 생산과 연계된 '경축순환형 산림농업 단지'로 확대·개편할 필요가 있다. 산림 내·인근에 경작지와 초지, 축사, 저장·가공시설을 적절히 배치하고, 산림의 탄소 흡수·재해 완충 기능을 함께 고려하는 공간 계획이 요구된다.


셋째, 산지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산림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는 원칙은 유지하되, 산림농업을 위한 진입로, 소규모 축사, 사료 저장 시설 등에 대해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허용하는 등, 기후·식량 안보 차원의 공익을 반영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동시에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산림 환경영향평가와 재해 안전성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축산 사료 자급률 개선을 위한 초지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케이지 사육 폐지, 방목 확대 등을 통해 동물 복지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는 조사료·초지 비중을 높이는 정책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토지 여건을 고려하여, 일부 유럽 국가의 기준(소 1두당 0.5ha~1ha)의 1/20 수준, 즉 소 1마리당 약 150~300평(약 500㎡~1,000㎡)의 초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초기에는 유예 기간을 두어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수입 곡물 의존도가 높은 배합사료 비중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이러한 초지 의무화는 조사료 자급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축 복지 향상과 경축순환 구조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숲에서 길러진 식량과 임산물, 친환경 축산물을 선택해 주는 일은 단지 건강한 밥상을 위한 선택을 넘어, 국가 식량 안보와 산촌의 미래를 지키는 행동이다. 산주와 임업인, 농민이 땀 흘려 지켜 온 산림과 산촌이 앞으로는 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도록, 더 큰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산림 복합 경영을 통한 식량 주권 확보와 산촌 활성화, 이것이 우리가 기후위기를 넘어설 가장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참고 자료


*곡물·식량 자급률 (KREI·주요 언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한 2025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1~2023년 우리나라 곡물 평균 자급률은 약 19~22%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칼로리 기준 식량 자급률도 30~40%대 초반까지 하락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평가된다.​

*OECD 최하위권 식량 안보 (식량자급률·GFSI):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와 각종 국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100여 개국 중 30위권 후반에 머물며, OECD 회원국 가운데 식량 안보 수준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곡물의 80% 수입 의존 구조: 국내 연구·정책 자료는 한국이 필요 곡물 약 8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세계 7대 식량 수입국이며, 특히 밀·옥수수의 자급률은 1% 안팎으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와 작물 수확량 감소 (국제 학술연구): 최근 국제 학술지와 기후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 옥수수·밀·쌀·콩 등 주요 곡물의 수확량이 평균 수% 감소할 수 있으며, 2~3℃ 이상 상승 시 기상이변과 겹쳐 세계 식량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지·산림을 활용한 식량·사료 생산 잠재력 (국제기구·OECD·세계은행): OECD, 세계은행 등은 한국이 산지가 많고 단기임산물 비중이 높은 특수한 구조를 가진 나라로, 산림을 활용해 식량·사료·임산물을 함께 생산하는 복합 경영(혼농임업·산림농업)이 식량 안보와 농촌·산촌 활성화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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