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 ③ 왜, 산림경영인가?

최종 수정일: 9월 9일

2025-08-08 김현권

산림은 일제강점기에 제국의 것, 박정희 시대는 국가의 것, 오늘날은 도시민의 것이다. 지금은 일부 환경운동가의 시각이 산림을 지배한다. 산림을 도시민이 아니라 지역민의 처지에서 봐야 한다. 산림은 ‘보호’가 아니라 잘 ‘써야’ 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강원도 산림보다 사유림이 많은 경북에 대형 산불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지난 기사


오스트리아는 곳곳에 목재를 이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있다. 전국에 5000개가 넘는 시설이 나무를 이용해 지역난방에 기여하고 있다. 먼저 발전을 하고 남는 열을 땅속으로 매설된 배관을 통해 마을에 공급한다. 마을이 함께 난방하는 중앙난방시스템이라서 주민들이 편리하다. 농촌의 겨울은 길고 춥다. 난방은 농촌생활의 가장 큰 걱정이자 비용이다. 돈을 들인 만큼 따뜻하지도 않다. 오스트리아는 이 문제를 목재를 이용해 해결했다.


난방도 수도나 전기처럼 공급한다. 비용도 저렴하다. 원래 똑같은 난방을 공급할 때 보일러의 수를 줄여야 효율도 높아지고 탄소 배출도 줄인다. 잘 갖추어진 난방시스템은 주민들의 삶을 눈에 띠게 개선하고 지역을 활성화한다. 점차 난방 배관 길을 따라 카페가 들어서고 식당이 자리를 잡는다. 새로운 가족이 마을로 들어온다. 그렇게 그들은 산과 함께 살아간다.


산림 '보호'가 아니라 산림을 잘 '써서'


오스트리아는 대표적인 산림 국가이다. 산림을 잘 ‘보호해서’가 아니라 산림을 잘 ‘써서’ 산림 국가가 되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사과 농사를 지었다. 해마다 묘목을 심었고 그만큼 베어 냈다. 손에 늘 톱을 들고 살았다. 심는 일 못지않게 베는 일이 중요했다. 톱질을 아끼면 오히려 나무를 망친다 했다.


산림도 마찬가지다. 나무를 심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잘 가꾸고 경제적 가치를 높여 돈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를 베어야 소득이 생기고 경영을 이어 갈 수 있다. 산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삶의 수단이자 공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푸른 숲만 생각한다. ‘산림 녹화’라는 인식에서 ‘산림경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산림청에 아쉽다.


우리만큼 짧은 시간에 산림 녹화를 성공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다. 기적 같은 일을 이루고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산림국가로 나아가지 못한다. 국토의 70%가 임야인데 목재 자급률은 여전히 17%이다. 숲을 그냥 둔다고 저절로 더 좋아지지 않는다. 지역별 산림 계획을 세우고 기반을 조성하여 기계와 장비 도입해 산을 가꾸어야 한다.


이제는 산림경영의 시대다. 임업도 농업처럼 사람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심고 베고 가꾸어야 입목축적량도 늘어나고 탄소 흡수량도 높은 젊은 산림이 된다. 지역사회에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산업으로써 임업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임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농촌은 더욱 궁핍해진다. 들보다 산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산림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삶의 수단이자 공간이다. 산림녹화에서 산림경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_산림청
산림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삶의 수단이자 공간이다. 산림녹화에서 산림경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_산림청

산림을 도시민이 아니라 지역민의 처지에서 보자


최근 국무회의에서 산림과 산불, 산사태에 관해 공개적인 토론이 있었다. 나라의 현안을 국무위원들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다니 참 좋은 나라이다. 토론은 비공개회의에서도 계속되었다 한다. 이어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재야의 고수’가 발제를 맡는다니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산림을 도시민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 도시민의 관점이 아니라 지역민의 처지에서 사고하고 이해해 달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마을구조는 조그만 들을 앞에 두고 산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전국 어디나 비슷하다. 그러나 마을의 산은 마을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산과 마을은 붙어 있으나 결합되어 있지 않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된 역사가 있다.


마을 산은 마을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산림은 제국의 것이었다. 목재를 수탈하는 곳이었고 송진을 짜내 전쟁을 치르느라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기름으로 썼다. 일제는 산림법을 무섭게 만들고 이용을 극히 제한했다. 제국의 상처는 산천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봄에 의성 산불로 전소된 천년고찰 고운사 주변에도 송진을 수탈한 응어리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운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 기지로 사용된 사찰이다. 온갖 수난의 역사를 꿋꿋이 견뎌 낸 소나무들이 산불에 쓰러졌다.


박정희 시대에 산림은 국가의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산림 녹화에 동원되었을 뿐 산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일제가 만든 산림법은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정희는 오히려 임업을 농업에 종속하였다. 쌀 자급을 목표로 녹색혁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임업은 더 위축되었다.


시대가 바뀌었으나 오늘날 우리 산은 도시민들의 것이다. 법적으로도 도시민의 소유다. 해방 후에 농지는 농지개혁을 통해 지주의 손을 떠났다. 임야는 토지개혁의 대상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농과 상속으로 다시 농지는 비농민 소유 비율이 50%에 달하고 있다. 임야는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부재산주 소유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조사를 해 보면 출향인의 소유이거나 서울의 종교법인 등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들의 소유가 많다. 예나 지금이나 산은 마을의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지금은 일부 환경운동가의 시각이 산림을 지배하고 있다. 산에 아예 손대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 한다. 산에 임도를 내거나 나무를 베는 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산불이 나고 산사태가 나면 더 난리이다. 피해는 마을 주민이 보는데 그들이 왜 설치는지 모르겠다.

소나무를 산불을 키우는 마녀로 지목하고 산림청은 이권에 결탁하여 부패한 몹쓸 조직이다. 우리 산에 소나무가 많은 것은 건조하고 척박한 우리 토양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여름철 집중호우는 토양의 양분을 유실한다. 봄가을의 긴 가뭄과 혹독하게 추운 겨울은 활엽수에게 양호한 환경이 아니다. 소나무를 탓할 일이 아니다.

이들은 임도는 산불의 바람길이고 소방헬기도 하강 풍으로 산불을 키운다고 한다. 산불이 나도 그냥 두면 저절로 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바뀌고 산불은 활엽수림을 앞에서 알아서 꺼지는 것처럼 주장한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일제가 그랬던 것처럼 지방에 가하는 핍박과 착취와 다름 없다.


강원도보다 경북에 큰 산불이 많은 이유


최근 경북의 대형 산불은 산을 내버려 두어 생긴 재앙이다. 2020년 안동, 2022년 울진, 2025년 의성, 모두 비슷하다. 산림 비율이 더 높은 강원도와 비교해 보자. 산불 진화는 산세가 험악한 강원도가 더 어렵다. 강원도는 2019년 고성 산불도 잘 대응했고 그 이후로 이렇다 할 큰 산불도 발생하고 있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강원도는 국유림의 비율이 높고 경북은 사유림이 월등하게 많다. 강원도는 산림청이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경제수목으로 인공조림을 많이 했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경제적 가치가 높다. 당연히 재난에 미리 대비한다. 반면에 경북은 사유림이 많고 영세한 규모라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관리 주체가 없고 경제적 가치는 매우 낮다. 산주들도 재난에 별 관심이 없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무능력까지 겹쳐 경북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 나고 있다. 앞으로도 대형 산불은 경북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괴산의 담바우 마을, 산림 에너지 자립마을


올해 봄 괴산의 담바우 마을에 산림 에너지 자립마을 시범 사업으로 목재를 이용한 중앙난방시스템이 완공 되었다. 마을의 60여 가구가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일단 주민들의 반응은 좋다. 화석연료로 개별난방을 할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편리하다. 아직 송전선로를 확보하지 못해 발전을 못 하고 있으나 곧 마을의 소득도 늘어난다.


괴산군은 연간 676t의 탄소 발생을 줄여 탄소중립에 이바지할 것을 기대했다. 국비와 지방비가 63억 투입됐다. 지금은 호당 비용이 높으나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사업이 전국적으로 정착되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보일러, 배관, 축열조 등을 국내로 내재화한다면 예산은 더 크게 감소한다. 지금은 모두 유럽산 부품과 장치를 쓴다.


독일은 바이오에너지 시설이 1만 곳이 넘는다. 새로운 산업으로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일본은 한 때 18%까지 떨어진 목재자급율을 최근 40%까지 끌어 올렸다. 우리의 서너 개 시군에 해당하는 지역을 묶어 산림행정조합을 구성하고 지역의 산림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경제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산림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곳에 사람들의 삶이 있고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괴산의 작은 산골마을에 중앙난방이 들어오니 목재 칩 가공센터가 만들어진다. 괴산군은 인근 지역에 에너지자립마을을 확장할 계획이다. 작은 수지만 일자리가 생긴다. 중앙난방이 되자 집수리를 새로 하는 주민들이 늘어난다. 배관 길을 따라 카페가 들어서고 새로운 주민이 들어올지 궁금하다.


지방이 행복해야 출산율이 올라간다


유럽은 지방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큰 차이다. 수도권에 지나치게 모이는 걸 크게 경계했다. 그 결과 산업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방에서 불편함 없이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출산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좁은 공간에 사람을 몰아두고 인간은 행복하게 할 방법은 없었다. 지방이 행복해야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한국의 지방은 산림과 임업을 잃어버렸고 급속한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댓글 1개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trokim
8월 14일

산림경영에 대해 의미있는 통찰을 주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아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