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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에 실현될 ‘기후평화’ 로드맵

남과 북이 기후위기 극복에서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인간이 원래 선(善)하냐 악(惡)하냐는 인류의 오래된 화두이고 논쟁 거리다. 호모 사피엔스의 자연 상태가 전쟁인지 평화인지를 두고 엇갈리는 수많은 주장이 있다. 역사의 기록에서는 전쟁이 없던 기간은 3500년 중에서 대략 300년 남짓이다. 수치로만 본다면 전쟁 시기가 전쟁이 없던 때보다 10배 이상 길다. 사람은 갈등, 분쟁, 전쟁에 취약한 존재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싶다. 별도의 치열한 노력이 없는 한 평화 상태를 유지하기란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화는 자연스런 게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다.


평화(平和)는 갈등이나 전쟁, 폭력,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조화로운 상태이기도 하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의롭고 공정한 조건이 마련된 상태이다. 상태이기도 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또한 ‘회복’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은 거의 대부분 갈등에 노출되곤 한다. 갈등은 조정되거나 해결되어야 한다. 갈등을 극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전쟁이다. 평화는 갈등이 통제되고 화해되어 또 다른 일상으로 회복됨을 말한다. 평화는 고통의 산물이다.


기후는 특정 지역에서 30년 이상 오랜 시간 동안 나타나는 대기의 평균적인 종합 패턴을 말한다. 하루 또는 짧은 기간의 대기 상태인 날씨와는 다르다. 날씨가 하루의 기분이라면 기후는 날씨들의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습관이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운명을 좌우 한다”고 했다. 날씨의 성격인 기후는 자연환경을 넘어서 인간의 생존, 건강, 경제, 문화 전체에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류 삶의 굵직한 변화에는 어김없이 기후가 있었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도 인류의 의지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원인이었다. 사람의 지식과 지혜가 쌓여서 작물을 재배하게 된 게 아니라 재배할 수 있는 온도 변화가 밑바탕이었다.


기후는 몹시 까탈스럽고 예민한 시스템이다. 사소한 변동인데도 연쇄반응이 일어나 대규모 후(後) 결과가 나타난다. 날씨와 달리 예측하기도 어렵다. 국제사회는 지금 평균온도 ‘1.5도 상승 억제’에 사생결단을 하고 있다. 그 정도 온도 상승에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잔소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평균기온 2도가 넘어가면 지구생태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1.5도는 현생 인류가 그나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기후에는 국경선이 없다. 국가는 인간이 자의로 만든 발명품이다. 그것도 최근 일이다. 개별국가만의 노력이 능사가 아니다.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남과 북은 인접해 있고 비슷한 생태계를 공유하므로 ‘기후 협력’이 밀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쟁과 분단, 냉전, 이데올로기 왜곡, 북의 핵무장에 따른 유엔의 경제제재 등 정치 상황은 남과 북이 지속적인 협력을 하는 데 뿌리 깊은 걸림돌이 되어 왔다. 우리 정부에 따라 간헐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면 이마저 시계는 되돌려졌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남과 북이 운명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가 드리운 장애물을 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후 문제도 결국 정치와 경제라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구 차원에서 기후위기가 깊어지는 가운데 다행스러운 건 완고했던 기존 정치 틀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신호는 도처에서 포착된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명실상부한 전 세계 단일 패권국이었다. 경찰국가로서 미국은 무력을 통해 달러 체제를 유지했고 갈등은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은 나라는 ‘깡패국가’로 낙인이 찍혔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지는 게 세상의 이치다. 기존의 패권체제를 유지하기엔 미국의 힘이 감당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온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분쟁은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 전환으로의 신호탄이다. 미국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극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라고 봐야 한다. 중국이 물러나야 다극의 국제질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 내에서는 갈등과 분쟁의 해결 방식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다. 이념과 동맹 보다는 실리(實利)가 국가의 최우선 가치가 된다. 필요하면 협력하는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는 지엽적인 사항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핵전쟁보다 더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는데 국제 협력을 방해 할 그 어떤 이념이나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측은 미국 일극 체제에서 깡패국가로 그동안 전면적인 국제 제재를 받아왔다. 애당초 남과의 협력은 가능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다극체제는 남과 북의 기후 협력에도 질적 변화를 수반할 것이다. 북측은 다극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는 동북아 지역 내 의미 있는 제조 생산 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위치와 인구통계상 여건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북측의 낙후된 인프라 개선이 고려되어야겠다. 함께 에너지 문제는 우선해서 풀어야 할 과제다. 대규모 생산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현재 북측에는 저질 석탄 밖에 없다. 엄청난 온실가스 배출이 뻔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급은 최소한의 선결 조건이다.


세상의 변화라는 게 항상 물 흐르듯 매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기득권 세력은 저항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이 소수이고 변화를 원하는 쪽이 다수이면 변화는 이뤄진다. 저항하는 소수로 인해 세계가 시끄럽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세력이 윤석열 정부였다. 비록 파면되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그 세력은 아직 건재하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무사히 치러지길 바란다. 새로운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 과제가 산재하다. 우선순위를 현명하게 조절해야겠지만 한반도에 찾아올 ‘기후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건 밀려서는 안 될 과제다. 기후평화와 통일은 같은 선상에 있고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난제들을 풀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1973년 6월 23일 이루어진 「6·23평화통일 외교정책선언」은 공산권에의 문호개방,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선언으로 국제 정세가 반영된 결과다. 1960년대 세계적인 데탕트 물결 속에 유엔의 중국 대표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교체되면서 유엔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북한의 대유엔 외교가 강화되고 상주대표부 개설, 유엔 산하기구 및 전문기구 가입 등이 예상되고 있었다. 한반도 문제가 남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다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서 대서방권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전면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비록 선언이었지만 남북 관계에 역사적으로 끼친 영향을 매우 크다. 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973년 6월 23일 이루어진 6·23평화통일 외교정책선언」은 공산권에의 문호개방,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선언으로 국제 정세가 반영된 결과다. 1960년대 세계적인 데탕트 물결 속에 유엔의 중국 대표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교체되면서 유엔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북한의 대유엔 외교가 강화되고 상주대표부 개설, 유엔 산하기구 및 전문기구 가입 등이 예상되고 있었다. 한반도 문제가 남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다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서 대서방권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전면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비록 선언이었지만 남북 관계에 역사적으로 끼친 영향을 매우 크다. 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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