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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에너지 | 탈탄소 전력을 운반하는 에너지 캐리어, 수소

2025-11-13 최민욱 기자

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 사회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문제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출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남는 전력을 저장하거나 부족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일부 국가는 청정에너지를 자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하기 어려워, 외부 지역으로부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간헐성과 지역 간 공급 불균형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매개체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P2G 개념도. 이미지. CL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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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에너지 장주기 저장의 핵심 대안


태양광과 풍력의 확대로 전력 수급의 시간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낮 동안 생산한 전력을 밤까지, 또는 여름철의 잉여 전력을 겨울철까지 저장할 수 있어야 100%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은 수시간 이내의 단기 저장에는 효과적이지만, 수일 이상 전력을 저장하는 용도로는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장주기 전력 저장의 대안으로 전기를 활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한 뒤, 필요 시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력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수소 저장-발전 시스템은 하루 단위를 넘어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계절 간 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요 간의 구조적 불일치를 해소하는 데 유리하다.


테라와트시(TWh) 규모의 전력을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비축하기 위해서는 BESS만으로는 경제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으며, 화학적 에너지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 수소가 더 적합하다는 평가 중론이다. 양수식 발전이나 압축공기 저장 기술도 존재하지만, 설치 가능한 지형이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적용에 제약이 따른다. 반면, 파워-투-가스(P2G) 기술을 활용한 수소 저장 방식은 지형 제약 없이 대규모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 기반 장주기 저장 기술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수소 기반 장주기 에너지 저장(Long Duration Energy Storage, LDES)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의 공급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간주된다. 상용화 또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현재는 고압 기체 상태로 수소를 저장하거나, 수소를 영하 253℃까지 냉각해 액체 수소 형태로 보관하는 물리적 저장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물리적 저장은 수소를 사용할 때 에너지 손실이 적은 반면, 단위 부피당 저장 밀도가 낮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물리적 저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암모니아나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와 같은 화학적 결합 기반의 저장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화학적 저장 방식은 저장 밀도와 안정성이 높고, 대량 저장에 적합하다. 다만 수소를 다시 분리할 때 추가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변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효율 촉매 기술이 병행 개발되고 있다.


대규모 수소 저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은 지하 암염층을 활용해 초대형 수소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암염층 저장은 단일 지하 공간에 대용량 수소를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탈탄소 전력을 운반하는 에너지 캐리어, 수소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에너지를 운반하는 문제가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과제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는 장거리 송전에 제약이 많고, 대륙 간 전력망을 구축하는 일은 기술적·정치적 현실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잉여 전력을 수소 형태로 변환해 국가 간에 수출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안된다.


일조량이나 풍량이 풍부한 호주, 중동 등에서 저비용으로 대규모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제한적인 한국과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 국가로 이를 공급하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 일본, 독일 등은 수소경제 전략을 조기에 수립하여 수입 기반 청정에너지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2050년까지 수소의 80%를 수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청정 수소 1,000만 톤을 자체 생산하고, 동일한 양을 해외에서 수입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LOHC 이미지. HTWO
LOHC 이미지. HTWO

액화·암모니아·LOHC, 본격화되는 장거리 수소 물류 경쟁


장거리 수소 운송에는 액화수소 방식이 사용된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 대비 부피를 약 1/800로 줄일 수 있어 해상 수송에 적합하며, 일본과 호주 간 협력으로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 실증 사업도 성공적으로 완료된 바 있다. 극저온 상태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지만, 단열 기술 고도화와 대형 액화터미널 건설이 병행되면서 상업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액화 외에도 화학적 결합 형태의 수소 운송 기술이 병행 개발 중이다. 암모니아는 기존 석유화학 인프라 일부를 활용할 수 있으며 수소 함량이 높다는 특성 덕분에 주목받고 있다.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는 상온·상압에서 안정적으로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어 안전성과 조작 편의성이 높다.


국가 간 에너지 이동의 최종 목표는 수소 파이프라인 체제 구축


The European Hydrogen Backbone by 2040 이미지. EHB
The European Hydrogen Backbone by 2040 이미지. EHB

장기적으로는 파이프라인 기반 수소 운송이 가장 경제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유럽은 기존 천연가스망을 전환하고 신규 배관을 확장하는 ‘유럽 하이드로젠 백본(European Hydrogen Backbone)’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서부 내륙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동부 공업지대로 공급하는 400~970km 규모의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역시 해외에서 수입한 수소를 전국 단위로 안정적으로 분배하려면 전국적인 수소 배관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다만 파이프라인 방식은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크고 국제 협력이 선결되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액화수소 선박이나 암모니아 기반 운송 등 대체 운송망과 병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수소 무역규모가 석탄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이동의 수단으로 수소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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