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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처리 | '제로 웨이스트 시티'로 발상 전환, 소각 중심의 처분 능력보다 감량 능력 키워야

2025-12-11 최민욱 기자

2026년, 수도권 매립지에 쓰레기 그대로 매립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이를 앞두고 “소각장 부족”에 논의가 쏠리면서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라는 정책 본래 목표가 퇴색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를 소각 중심으로만 해결하려는 접근은 대량 탄소 배출과 ‘락인(lock-in)’ 문제를 낳는다. 장기적으로 폐기물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매립 금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각장 확충이 아닌,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시티’로의 전환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라냐(Ljubljana)는 유럽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수도’다. 제로 웨이스트 시티 선언 후 10년만에 도시의 전체 폐기물 발생량은 15% 감소했고, 재활용·퇴비화 비율은 61%까지 올렸으며, 매립지로 보내는 폐기물은 59% 줄였다고 한다. 사진. Unsplash
슬로베니아 류블라냐(Ljubljana)는 유럽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수도’다. 제로 웨이스트 시티 선언 후 10년만에 도시의 전체 폐기물 발생량은 15% 감소했고, 재활용·퇴비화 비율은 61%까지 올렸으며, 매립지로 보내는 폐기물은 59% 줄였다고 한다. 사진. Unsplash

직매립 금지, 탄소중립·자원순환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2026년 1월 1일부터는 수도권매립지에 소각이나 재활용을 거치지 않은 생활폐기물을 바로 묻을 수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는 지난 12월 2일 ‘직매립 금지’ 제도 이행 협약을 체결하고 원칙 시행에 합의했다. 이는 오랫동안 매립지 피해를 감내해 온 인천시의 요구와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협약에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고 시·도별 감량·재활용 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번 조치는 폐기물 처리 방식을 고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순환을 확대해 탄소중립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당초 수도권매립지는 2016년 말 사용 종료 예정이었다. 종량제 시행, 폐기물 자원화, 소각 확대 등으로 매립지 포화 시점이 늦춰졌고, 수도권이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커졌다. 이에 2015년 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의 4자 합의를 통해 사용 종료를 10년 유예하게 됐다. 그러나 유예기간을 확보한 뒤에도 쓰레기 감량과 직매립 축소를 위한 합의 이행은 지지부진했다. 종료 시점이 다다랐을 때에서야 지자체들은 소각장 증설이라는 땜질처방을 해법이라고 내놓았을 뿐이다.


수도권은 이미 처분 중심 쓰레기 관리 방식의 한계를 경험했다. 2018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로 촉발된 ‘쓰레기 대란’은 한국 재활용 체계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수도권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하자, 아파트 단지에는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가 산을 이루었다. 이 사태는 시민들에게 “재활용을 분류해도 쓰레기가 집 앞에 쌓일 수 있다”는 충격을 남겼다.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까지 전주기적 관리가 고려되지 않은 쓰레기 관리체계는 눈앞의 쓰레기를 잠시 보이지 않도록 덮어두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점, 플라스틱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와 함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게 되었다. 이처럼 이번 직매립 금지를 통해 소각·매립 의존의 악순환을 끊고 자원순환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소각장 축소는 국제적 추세


소각 확대는 국제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세계 주요국은 소각시설을 축소하며 ‘소각 의존’ 전략에서 물러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신규 소각장 건설을 중단했고, 2000년부터 2024년까지 기존 시설 53곳을 폐쇄했다. 일본도 한때 1800여 개에 달하던 소각장을 2021년 약 1000개로 줄이며 대형화와 폐쇄를 병행하고 있다.


친환경 선진 소각장으로 유명한 덴마크는 더욱 극적이다. 코펜하겐의 최신식 발전소 겸 스키장으로 홍보됐던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은 잦은 고장과 비용 초과로 기술·재정적 실패에 빠졌고, 파산 위기설까지 나왔다. 덴마크는 결국 2020년 전국 소각 용량 30% 감축에 합의했다. 소각을 늘린 대가로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유럽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을 선회한 것이다.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 사진. Kallerna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 사진. Kallerna

중국 상하이의 소각장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0년대 후반 공격적으로 소각장을 지었지만 정작 처리할 쓰레기가 부족해지자 인근 도시의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사와 돌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유럽연합 역시 매립뿐 아니라 소각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EU 택소노미(EU taxonomy)에서 폐기물 소각은 친환경 산업으로 인정되지 않고, 일부 국가는 탄소세 도입과 함께 신규 소각장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한 번 들이면 계속 먹이를 줘야 하는 짐승, 소각장


소각장 확대의 가장 큰 위험은 ‘락인(lock-in)’ 효과다. 일단 시설을 지으면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함정이 생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소각장은 20~30년 가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민간 운영사와 장기 처리계약을 맺고 매년 일정량의 폐기물을 공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감량 정책을 펼칠 유인과 유연성은 사라진다.


마포자원순환네트워크 오현주 대표는 “소각장은 한 번 들이면 계속 먹이를 줘야 하는 짐승과 같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소각시설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쓰레기를 줄이는 대신 꾸준히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국제 통계에서도 소각 인프라가 발달한 지역보다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재활용률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소각 여력이 많으면 분리 배출과 재활용 투자, 그리고 쓰레기 감량 압박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각장 증설로 인한 락인 효과는 자원순환 경제로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지자체를 오래된 폐기물 처리 방식에 묶어두는 족쇄로 작용할 문제가 있다.


‘제로 웨이스트 도시’로 가는 길


소각과 매립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전환은 배출량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여러 나라에서 확산되는 ‘제로 웨이스트 시티’ 정책은 이런 전환을 구체적인 체계로 제시한다. 이것은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폐기물이 생기지 않도록 도시 운영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와 수거 과정에서 불필요한 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자원은 가능한 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로 웨이스트 시티 전략이 강조하는 첫 번째 원칙은 소각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국제 제로 웨이스트 인증 프로그램은 참여 도시가 소각량을 늘리거나 시설 용량을 확대하는 조치를 금지한다. 감량이 목표라면, 소각 처리량을 유지하려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을 채택한 유럽의 여러 지방정부는 분리 배출 확대와 감량 정책을 통해 폐기물 발생량을 꾸준히 줄여 왔다.


제로 웨이스트 접근에 회의 또한 줄곧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는 도시가 늘어나면서 폐기물 감량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감량은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각·매립 비용을 억제하고, 재사용과 수리 영역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 주민의 건강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도시를 재구성하는 일이 지속가능성의 전제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시티, 1인당 잔재물 1/10으로 줄였다


제로 웨이스트 시티는 구호나 슬로건이 아니라 운영 데이터가 축적된 정책 모델이다. 여러 국가가 감량 중심 전략을 도입하면서 성과가 검증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슬로바키아 등에서 나타난 변화는 제도 설계와 주민 참여가 결합될 때 폐기물 감량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콘타리나의 잔재폐기물. 이미지. Contarina
콘타리나의 잔재폐기물. 이미지. Contarina
콘타리나의 분리수거율. 이미지. Contarina
콘타리나의 분리수거율. 이미지. Contarina

이탈리아 트레비소 지역의 ‘콘타리나(Contarina) 모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은 생활폐기물 분리배출률을 90%까지 끌어올렸고, 소각·매립으로 보내는 잔재 폐기물은 1인당 연 42㎏ 수준에 그친다. 한국(2023년 기준 433㎏)의 10분의 1이며 유럽 평균보다도 낮다. 문전 수거 체계를 기반으로 한 세분화된 분리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실질적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비용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는데, 약 80만 명 규모의 관할 지역에서 이탈리아 내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해 가장 낮은 비용으로 선별 수거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된다.


밀라노의 변화는 고밀도 도시에서도 감량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전체 인구의 80%가 고층 건물에 거주하고 관광 산업과 다문화 환경이 겹쳐 분리 배출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를 도입한 뒤 분리배출률은 65% 수준까지 상승했다. 유기 폐기물 회수율은 약 90%에 육박했다. 10여 년 전 30%대에 머물던 수치가 구조적 제약을 넘어 변한 것이다. 도시 밀집도가 감량 정책의 구조적 한계라는 통념을 반박하는 사례다.


슬로바키아 파르티잔스케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주거 유형별 다른 수거함 제공과 가정 내 퇴비화 지원으로 잔재 폐기물 발생량을 36% 줄였다. 2023년 기준 약 14만8천 유로의 처리비 절감도 확인됐다. 행정이 방향을 정하고 주민 참여 구조를 설계하면 폐기물 감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혼합폐기물 선별 등 기술 지원이 필요해


제로 웨이스트 전환에는 정책·문화적 변화뿐 아니라 기술적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배출되는 혼합쓰레기에 대한 고도 선별 기술이 그중 하나다. 분리 배출을 해도 남는 잔여 쓰레기는 결국 소각이나 매립돼 환경 부담을 만든다. 이를 줄이기 위해 유럽 등에서는 혼합폐기물 선별(Mixed Waste Sorting)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소각장으로 보내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자석, 광학센서, 로봇팔 등을 활용해 일반쓰레기 속 재활용 자원을 최대한 회수하는 설비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 분리수거로 거둔 양 외에 잔재 폐기물을 추가로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소각·매립되고 있는 일반쓰레기 절반가량을 더 건져내 재활용이나 퇴비화할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폐기물 관리와 AI 분류 로봇이 상용화되면 분리 배출되지 못한 자원의 회수율도 높아질 수 있다.


유색 페트병·복합재질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을 생산 단계에서 줄이는 생산자책임제(EPR) 강화, 일회용품 보증금제 같은 순환경제 정책도 구조적 감량을 이끄는 수단이다. 결국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을 투트랙으로 추진해 “나오는 쓰레기는 최대한 덜 나오게, 나온 쓰레기는 최대한 덜 버리게” 만드는 종합적 해법이 필요하다.


처분 능력보다 감량 능력을 키워야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쓰레기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 이상 서울 등 대도시가 낡은 방식으로 타 지역에 쓰레기 부담을 전가할 수 없는 지금, 필요한 것은 소각장을 몇 기 더 짓느냐가 아니다. 쓰레기 발생을 억제하고 순환을 극대화하는 ‘감량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전 세계 많은 도시가 이미 소각장 없는 미래를 선택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소각장 처리 용량 부족을 걱정하기에 앞서 감축 의지 부족을 돌아봐야 할 때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과 정책 재설계를 통해 달성해야 할 현실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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