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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정지훈 세종대 가뭄특화연구센터장 | 한국은 기후 예측이 어려운 지역, 재난을 극복하려면 신뢰가 필요해

2025-07-17 최민욱 기자

세종대학교 가뭄특화연구센터 정지훈 센터장
세종대학교 가뭄특화연구센터 정지훈 센터장

정지훈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기상학회, 국립기상과학원 등에서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후와 수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 세종대학교 환경융합공학과 교수로 있으며, 가뭄특화연구센터 센터장을 맡아 한반도 가뭄의 원인과 예측, 대응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정지훈 교수팀은 최근 유라시아 대륙에서 폭염과 가뭄이 파동 형태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구조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유라시아 횡단 폭염-가뭄 파동 열차(Trans-Eurasian Heatwave-Drought Train)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이 연구는 개별 지역의 이상기후 현상을 국지성 변동이 아닌 대륙 규모의 연결된 대기파동 시스템으로 설명하는 기후 시스템 기반 재난 예측의 패러다임이다.


변화하는 기후 극단의 양상


산업혁명 이후 전 지구 평균기온이 1도 남짓 상승했다. 이는 기후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했다. 극한폭염, 집중호우, 대홍수, 한파, 슈퍼태풍, 대형산불 등 파괴적인 극한 기후 현상이 빈발하고 있으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현상들이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에 혹은 연쇄로 발생하는 복합 극한 기후 현상이라는 점이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해 대규모 산불로 확산되는 복합재난이 전 세계에서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2019~2020년 호주의 기록적인 가뭄과 산불, 2020년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서부의 대형산불, 2003년과 2022년 서유럽에서 발생한 대폭염 등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및 가뭄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아시아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지구온난화 완화와 기후변화 적응이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 준다.


폭염과 가뭄의 악순환, 지면-대기 상호작용 메커니즘


'폭염과 가뭄이 단순히 동시에 발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서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 구조'라는 것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 메커니즘은 '토양 수분 결핍에 의한 지면-대기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면 토양 수분이 급속히 증발해 가뭄이 발생한다. 보통 이 상황이 일정 임계점을 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온도 상승과 토양 건조가 과도할 경우 특별한 상승작용이 발생한다. 토양 수분이 고갈되면 지표면에서의 증발산이 크게 감소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증발산 과정이 지표면 온도를 조절하는 냉각 효과를 제공하지만, 토양이 완전히 건조해지면 이러한 냉각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태양 복사 에너지가 현열로만 전환되어 대기를 직접 가열하고, 이는 상층 대기의 온도 상승과 고기압 강화로 이어진다. 강화된 고기압은 맑은 날씨를 지속시켜 다시 폭염을 증폭시키고, 토양을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폭염이 가뭄을 만들고, 가뭄이 폭염을 만든다. 이미지_ 정지훈
폭염이 가뭄을 만들고, 가뭄이 폭염을 만든다. 이미지_ 정지훈

이러한 메커니즘은 유럽과 미국 중부 지역에서 먼저 관찰되었다. 2003년과 2010년은 유럽에서 극심한 폭염이 발생한 대표적인 해로 기록된다. 2003년 서유럽에서 발생한 메가 히트웨이브(mega heatwave)와 2010년 서러시아 지역의 극한 폭염은 수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처음으로 지면-대기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2018년 서유럽과 북유럽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 폭염이 드문 북유럽 지역에 기록적인 더위가 발생했으며,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폭염 전후 토양이 급격히 건조해지면서 식생이 고사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관찰되었다. 이로 인해 산불 위험이 크게 증가했고, 유럽 전역에 바비큐 금지령이 내려지는 등 산불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었다.


급성가뭄의 등장


전통적인 가뭄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달하는 특성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보통은 가을과 겨울 동안 강수량이 적었고, 이어서 봄까지 강수량이 지속해서 적을 때 가뭄이 발생하며, 엘니뇨-라니냐와 같은 대규모 기후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전통적 가뭄은 비교적 긴 발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과 대비가 가능하다.


반면 급성가뭄(flash drought)은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처음 정의된 개념으로, 2016년 기상학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되었다. 급성가뭄은 수주에서 수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발생하며, 주로 극심한 폭염에 의해 유발된다. 기존 가뭄과 달리 강수량 부족보다는 극도로 높은 기온과 증발산 증가가 주요 원인이 되어 예측과 대응이 어렵다.

2018 년 여름철 대폭염에 따른 급성가뭄 발생.
2018 년 여름철 대폭염에 따른 급성가뭄 발생.

2016년과 2018년 한국에서 발생한 극한 폭염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1994년의 기록적 더위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인한 전형적인 고온다습한 찜통더위였다. 이와 달리 2016년과 2018년의 폭염은 북태평양 고기압에 더해 서쪽 몽골고원과 티베트고원 상공의 고온건조한 고기압이 동쪽으로 확장되면서 두 고기압이 결합되어 나타났다. 이러한 이중 고기압 구조는 '열돔(heat dome)' 현상을 만들며, 한반도 상공에 2~3주간 지속되는 극심한 폭염을 유발했다.


특히 2018년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지속된 폭염은 28일간의 연속 폭염 일수를 기록했으며, 토양 수분이 급격히 고갈되어 급성가뭄이 발생했다. 보통 장마가 있는 여름철에는 가뭄이 발생하지 않지만,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극도의 증발산 증가로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토양 수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는 대규모 밭작물 피해로 이어졌으며, 여름철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던 산불까지 발생하는 복합재난의 양상을 보였다.

급성가뭄 발생 횟수(노란색), 여름철 산불 발생 횟수(회색). 한국에서 장마 이후 여름철 산불은 잘 발생하지 않았으나, 최근 여름철 산불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미지_정지훈
급성가뭄 발생 횟수(노란색), 여름철 산불 발생 횟수(회색). 한국에서 장마 이후 여름철 산불은 잘 발생하지 않았으나, 최근 여름철 산불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미지_정지훈

유라시아 횡단 폭염-가뭄 파동 열차(TEHD)의 발견


2000년 전후 시기의 폭염 및 가뭄 발생 양상을 분석한 결과, 지난 수십 년간 유라시아 전역에서 폭염-가뭄 발생의 지리적 분포가 근본적으로 변했음이 확인되었다. 과거에는 폭염이 드물었던 동유럽, 러시아, 남유럽, 동아시아 내륙, 중국 남부에서 폭염 발생 빈도가 과거 대비 약 4배 증가했으며, 가뭄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최근 20여 년간 가장 심각한 가뭄은 동부 및 남부 유럽, 중동과 북아프리카, 캅카스, 몽골, 중국 북부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폭염 발생 증가 지역과 시공간이 거의 일치한다. 과거에는 폭염과 가뭄의 주요 발생 지역 간에 뚜렷한 공간적 연관성이 없었으나, 최근 들어 두 극한 현상이 유사한 패턴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하는 동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 내륙 지역에서 증가하는 폭염과 건조화 추세. 이미지_정지훈
동아시아 내륙 지역에서 증가하는 폭염과 건조화 추세. 이미지_정지훈

유라시아 전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폭염과 가뭄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대규모 대기 순환과 지표면 변화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최근 수십 년간 유라시아 대륙의 대류권 상층에서 강화되고 있는 기압계 변화는 동유럽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캄차카 반도까지 이어지는 뚜렷한 파동열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대기 순환 패턴을 '유라시아 횡단 폭염-가뭄 파동 열차(Trans-Eurasian Heatwave-Drought Train, TEHD)'로 정의할 수 있다. TEHD 패턴에서 가장 강력한 중심은 유럽-서러시아 지역과 몽골-중국 북부 지역의 고기압 이상으로, 폭염과 가뭄 발생이 증가한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폭염 발생 총횟수(음영)와 가뭄 발생 총횟수(윤곽선, 회색). 최근, 폭염-가뭄 동시 발생이 강화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_정지훈
폭염 발생 총횟수(음영)와 가뭄 발생 총횟수(윤곽선, 회색). 최근, 폭염-가뭄 동시 발생이 강화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_정지훈

나무 나이테를 이용한 기후 복원 연구를 통해 과거 282년간(1741~2022년) TEHD 지수의 변동을 분석한 결과,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초반부터 뚜렷한 상승 추세가 나타났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최근 20여 년간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는 관측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가장 강력한 TEHD가 관측된 상위 5개 해 중 4개가 2010년 이후(2010, 2016, 2018, 2022년)에 집중되었으며, 이는 유라시아 전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발생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2000년대 이후 TEHD 강도는 지난 300여 년간의 평균과 변동폭을 기준으로 약 3 표준편차를 초과하는 수준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어, TEHD의 강화가 자연 변동성을 넘어선 인위적 기후변화의 결과임을 시사한다.


TEHD 강화의 물리 메커니즘


TEHD의 강화는 근본적으로 전 지구적 온난화에 따른 기후시스템 내 기저 온도 상승이 주요 원인이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폭염-가뭄을 일으키는 고기압성 순환이 집중 강화되는 현상은 별도의 물리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대규모 대기 순환은 해양 위 파도와 같이 수많은 파동이 중첩된 형태를 보인다. 지구 자전에 따른 코리올리 효과가 위도별로 다르게 작용하면서 대기의 대규모 흐름은 구불구불하게 사행하게 되며, 시계 방향 흐름 중심에는 고기압이, 반시계 방향 흐름의 중심에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이러한 대기압 변동이 연이어 형성되는 거대한 파동을 로스비파(Rossby wave)라고 한다.


관측자료 분석 결과, TEHD를 유발하는 로스비파의 강화에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다.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서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대기보다 약 800배 높은 열용량을 가진 해양에서 대기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는 대기 상층에 로스비파의 발생원이 되는 섭동을 만들어 내며, 이것이 동쪽으로 전파되어 유럽에서 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TEHD와 유사한 파동을 형성한다.


둘째, 같은 시기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 강수가 증가하면서 열대 대류가 활성화되었는데, 이 또한 대기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여 TEHD와 유사한 파동을 형성하는 또 다른 에너지원 역할을 했다. 이렇게 형성된 동유럽-서러시아 지역의 고기압 이상 패턴은 흑해-카스피해를 지나 몽골-중국 북부 고지대에 이르러 다시 국지적 고기압 이상으로 강화되었다.


특히 TEHD의 핵심 고기압 영향 지역인 흑해-카스피해 주변, 코카서스, 몽골 일대는 유라시아의 대표적인 반건조 지역으로, 고기압과 함께 급속한 건조화가 진행되면서 지표가 강하게 가열되어 상층 공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다시 고기압을 강화하는 양의 되먹임 작용이 촉진되었다. 결국 지구온난화와 자연변동성이 결합하여 북서대서양에서 출발한 로스비파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전파되면서 이들 지역 위에서 더욱 증폭되었고, 이로 인해 폭염과 가뭄이 수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복합재해와 미래 전망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복합재해(Compound Climate Extremes)라고 한다. 복합재해는 개별 현상의 단순한 합보다 훨씬 큰 피해를 초래하며, 특히 산불과 결합될 때 위험성이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한국의 경우 여름철 산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여름철에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산림청이 휴무를 취할 정도였지만, 2018년부터 여름철 산불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산불은 거의 실화에 의해 발생하지만, 기후 조건이 실화를 대형산불로 확산시키는 환경 요인이 되고 있어 산불 발생 빈도가 지속해서 증가한다.


2020년 4월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극한 기후 현상은 복합재해의 대표 사례이다. 평년 대비 10~15도 이상 높은 이상고온이 발생하면서 토양이 급속히 건조되어 가뭄이 발생했고, 이어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다. 산불로 인한 연기는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도달해 대기질 악화를 초래했으며, 기후재난이 대기질 재난으로 확산된 복합재해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IPCC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TEHD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기후모델들은 TEHD의 공간적 패턴과 이와 관련된 폭염·가뭄 발생 경향을 관측자료와 유사하게 재현했으며, 특히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TEHD의 뚜렷한 강화를 상당 수준 모사했다. 2100년까지의 미래 시뮬레이션 결과, 모든 온실가스 농도 및 사회경제 시나리오에서 TEHD는 지속해서 강화된다고 예측되었다. 다만, 상당한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중반 이후 강화 추세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나타났다. 반면, 온실가스 저감에 실패하여 고배출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는 현재보다 TEHD 강도가 2~3배 더 커진다고 예측되었다.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유형의 폭염


동아시아에서 TEHD 패턴에 의해 폭염과 가뭄이 급증하는 주요 지역은 몽골과 중국 북부에 걸친 내륙 지역이지만, 한국도 이러한 변화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있다. 한국의 여름철 폭염은 보통 장마가 끝난 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남서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될 때 주로 발생한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2016년과 2018년의 극한 폭염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서쪽 몽골고원이나 티베트고원 상공에서 상대적으로 고온건조한 공기를 지닌 고기압이 동쪽으로 확장되면서 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결합하여 나타났다. 이 두 해에는 한국 상공에 2~3주간 고기압이 머물며 소위 '열돔'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토양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켜 단기간에 급성가뭄이 나타났다.


장마가 있는 여름철에는 가뭄이 잘 발생하지 않지만, 기록적인 폭염으로 증발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토양 수분이 급격히 고갈되어 대규모 밭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심지어 여름철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던 산불까지 이어지며 복합재난의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장마라는 뚜렷한 강수 패턴이 있어 가뭄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장마가 여름철 강수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태풍이 추가적인 수분을 공급하여 연간 물 수급의 기반을 마련한다. 최근 장마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극단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장마가 약해지거나 너무 강해지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기존의 물 관리 체계에 도전이 되고 있다.


복합 극한 기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현재 한국의 가뭄 및 폭염 대응은 '발생 후 대응'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급성가뭄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극한 기후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측 기반의 선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3~4주 앞선 기후 예측을 바탕으로 충분한 대비 기간을 확보하고, 예측 정보에 기반한 정책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 기후변화가 지속될 것을 고려할 때, 정확한 장기 예측에 기반한 지자체와 정부의 대책 수립이 중요하다. 과거 통계 데이터에 의존한 대응책이 과학적 접근이라고 알던 관행에서 벗어나, 통계가 아닌 예측을 기반으로 한 적극 대응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가뭄 대응 체계는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다. 기상청은 환경부 산하 외청으로서 기상학적 가뭄 예측을, 농림부는 농업 가뭄을, 수자원공사는 수문학적 가뭄을 각각 다루고 있다. 가뭄의 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모든 가뭄의 기반이 되는 기상학적 예측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계되어 활용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기상청이나 기후 예측 센터의 예측 정보가 실시간으로 다른 부처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기후 모델을 운영하기보다는 기상청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통합 접근이 더욱 효율이 높고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일원화된 가뭄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US Drought Monitor를 통해 현재 미국의 가뭄 상황을 카운티 단위까지 모니터링하고, 아웃룩 시스템을 통해 NOAA(미국 해양대기청)가 농무부 등과 협력하여 미래 가뭄 상황을 예측한다. 여기에는 기상청의 기후 예측 정보가 통합되어 있으며, 토양 수분, 산불 위험, 농업 영향 등에 대한 종합 정보를 제공한다. 국가기관들이 일관된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개인과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사전 대비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매월 발표되는 기후 예측 정보는 에너지와 농산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위험 관리와 헤징 전략(Hedging strategy)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개인과 사회의 기후 감수성 증진이 필요해

개인들도 일기예보를 참고해 일상의 의사결정을 하듯, 기후 예측 정보를 참고해 생활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개인, 사회, 정부 모든 차원에서 과학적인 기후 예측 정보를 활용한 의사결정이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적 역량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도 높여야 한다. 극한 기후 현상이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개인에게 직접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에게 위험을 줄 요소는 많지 않지만, 기후 관련 위험은 예외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상과 기후 예측이 어려운 지역 중 하나이다. 유럽과 함께 복잡한 기후 시스템이 만나는 지역으로, 다양한 극한 기단들이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에서 제트기류가 가장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제트기류가 강하다 함은 남북 간 온도 차이가 크고 변동성이 높다는 의미로, 기후 예측의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후 시스템 속에서 정확한 예측과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는 과학적 접근과 사회적 협력이 필수이다. 기상청에 대한 불신보다는 예측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확률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사결정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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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7월 21일

기후재난은 여려 재난이 한꺼번에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서로 상승작용하는 복합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대책을 세우고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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