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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권의 농업 이야기 ⑦ | 세계시장을 내다보는 한국의 축산, 한우를 중심으로

2025-10-24 김현권

한우 세계시장 진출 전략, 한국 축산업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한우 개량과 사육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AI와 IT 기술을 활용한 축산업 발전 전략을 논의한다.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 제20대국회의원, 농부

김현권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의성농민회 사무국장, 의성한우협회장 등을 맡으며 농민운동에 헌신했고,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되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대외협력위원장, TK특별위원장, 문재인 후보 농어민선대위 상임위원장 등으로 농정 정책 기획에 참여했다.의정활동 중 ‘AI 및 구제역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위한 입법과 방역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법률소비자연맹 등에서 헌정대상과 국리민복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활동,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김현권의 마음모으기』(2011), 논문으로는 「한국의 정예농업인력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2008)가 있다.


지난 기사


이미 축산은 농업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은 어떻게 중진국의 늪에 빠지지 않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을까?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했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한국이 중간재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지정학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스스로 세계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큰 역할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FTA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가장 넓은 경제 영토를 확보하여 자유무역 시대의 혜택을 최대로 보았다. 나는 우리 농업에 노무현의 FTA 정신이 절실하다고 본다. 자신을 믿고 미래를 내다보며 세계로 밀고 나가는 도전 정신 말이다.


한우에 관해 얘기를 좀 더 하자. 지난 글에서 도축과 육가공, 그리고 유통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한우의 개량과 사육을 살펴보자. 한 분야라도 제대로 정책을 세우고 산업적 성공을 하면 다른 분야도 그 특성에 맞게 설계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축산은 농업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우, 한돈, 낙농, 육계, 산란계 등 모두 경쟁력이 있다.


일본 와규에 비해, 한우 산업의 규모화 정도는 매우 낮다


2025년 9월 현재 우리나라의 소 사육 두수는 341만 마리이다. 한우가 328만 마리고 육우가 13만 마리다. 농가는 8만4324호로 대부분 한우다. 일본과 비교하면 사육 두수는 우리가 1.3배 많고 농가 수는 2.3배 많다. 일본은 50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가 전체의 43.9%를 키운다. 농가 비율은 2.1%이다. 한국은 30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에서 전체의 8%를 감당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규모화 정도는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한우가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와규와 경쟁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우산업의 질적 강화를 위한 생산자 조직화가 중요하다. 생산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일은 산업화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번식 기반의 붕괴는 비육농가의 규모화를 어렵게 한다


일본은 비육농가와 번식농가가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 규모화는 주로 비육농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번식농가는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크다. 송아지 생산은 일손이 많이 가서 어미 소 20~30두 이상을 사육하기 어렵다. 다수의 번식농가 기반 위에 대규모 비육농가가 있다. 송아지 가격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하게 유지하여 번식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 많은 번식농가가 있었다. 한두 마리씩 키울 때는 모두가 번식농가였다, 하지만 규모화하는 과정에 몇 번의 소값 파동이 있었고 주로 번식농가들이 문을 닫았다. 고기소에 비해 송아지와 어미 소 가격이 더 내려갔기 때문이다. 2012년 정부는 과잉생산을 하락의 원인이라고 송아지 생산안정제를 없애 버렸다. 송아지 생산 안정제는 송아지 가격이 생산비 아래로 하락할 때 손실분을 보전해 주는 번식농가 지원책이었다. 번식농가는 줄줄이 사육을 포기했고 번식 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육농가는 송아지를 살 곳이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비육농가도 번식을 병행하는 일관 사육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송아지 생산부터 비육까지 한 농장에서 다 하고 있다.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일관 사육 체계는 우선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다. 번식도, 비육도 기술적 노하우가 상당하다. 번식 기반의 붕괴는 비육농가의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비육농가의 규모화도 어려워지고 있다. 한우산업의 성장에 먹구름을 끼었다.


KPN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한우를 개량한다


한우의 생산, 개량과 사육 과정을 살펴보자. 개량은 산업의 뿌리이다. 좋은 밑소가 있어야 번식과 비육의 꽃을 피울 수 있다. 한우와 젖소는 개체를 관리를 한다. 양계, 양돈이 사방 단위로 관리하는 것과 구별된다. 개체 관리는 유전자 정보화에 용이한 특징이 있다.


한우의 개량 사업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우 개량단지도 만들어졌다. 씨수소의 정액은 농협 한우 개량사업소에서 생산하여 일괄 공급한다. 정액에는 KPN 고유번호가 붙어 있다. 도체중(소를 키웠을 때 체중에 관한 기댓값), 등심 단면적(소를 도축하여 판매할 때 가장 큰돈이 되는 등심의 크기). 근내 지방도(마블링 정도, 소의 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값), 등 지방 두께(등 지방은 얇을수록 좋다), KPN은 네 가지 정보를 수치화해 제공한다. 농가에서 KPN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희망하는 어미 소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작업이 개량이다.



전국 암소의 유전자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하자


개량의 성과는 눈부시게 나타났다. 1990년 처음 한우등급제가 도입될 때 1, 2, 3등급으로 표시했다. 개량이 계속되고, 1등급으로 표시할 수 없는 월등한 한우 고기가 등장했다. 1998년 1+등급이 만들어졌고 2004년에 1++ 등급이 신설됐다. 지금은 1++ 등급도 능가하는 고기가 나타나 9번 1++ 등급은 따로 관리하고 있다.


체중도 더불어 비약적으로 커졌다. 한우의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눈부신 개량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과학화하고 인공지능으로 보다 많은 정보를 활용하여 세계 최고의 소고기로 만들어야 한다. 농가가 농장 내에서 확보하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인공지능을 써서 전국의 데이터로 교배조합을 구성하면 개량의 성과는 비약적으로 커진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농협 개량사업소의 씨수소 정보, 축산물 품질평가원의 도축 정보, 종축개량협회의 혈통등록 정보 등을 디지털화해 갖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일단 교배조합의 정확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숨어 있는(열성의) 우수한 유전자도 찾아낼 수 있다. 유전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지금은 무조건 최고 우수한 KPN만 찾는다. 내 어미 소에 최적인 KPN 정액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정액들이 농가의 무관심 속에 사장되고 있다. 특정 KPN을 선호하는 현상은 종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근친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근친은 개량의 최대 적이다. 농협 한우 개량사업소는 씨수소의 후보 송아지를 생산하는 육종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암소의 유전자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면 모든 농장이 육종 농가가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국에 있는 어미 소의 정보를 전산화해 교배조합을 만들고 KPN 정액을 확정해 농가에 공급하고 인공수정하는 것이다. 개량의 성과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한우와 젖소의 이력추적제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가능한 얘기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반을 갖춘 오직 대한민국만 할 수 있다.


개량과 사육 전반에 기술 성과를 전국화할 때


사육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가축을 사육하는 모든 과정에 정보통신 기술의 접목이 가능하다. 번식농가는 수정의 적기를 찾아내고 분만 과정을 영상으로 관찰한다. 송아지의 감기, 설사 등의 질병을 조기에 파악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어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비육농가는 사료를 먹는 양과 시간을 추적하여 건강을 파악하고 위 내의 산도, 온도,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정보화하고 있다.


이제 개량과 사육 전반에 걸친 기술적 성과를 전국화할 때이다. 전국 어느 농장에서나 영상 정보를 자유롭게 내려받고 올릴 수 있는 나라이다. 유럽이나 동남아, 아니 세계 어느 곳에서도 불가능하다. 가서 한번 해 보라. 대한민국이 다시 보일 것이다.


한국 축산이 인공지능 100조 투자를 기다린다


마침, 이재명 정부에서 인공지능에 100조를 투자한다. 현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이 필요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축산이 최적의 분야이다. 이미 정보화의 토대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고 우수 농가들이 기술적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정부 투자는 파괴적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농가의 개별적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농가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반드시 따라야 하므로 기존 농가를 교육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새로운 청년 세대들이 들어와야 한다. 청년과 IT, 미래 축산, 세계시장으로 진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2023년 일본은 8421톤의 소고기를 수출했다. 10년 만에 수출은 1200%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2000% 증가했다. 한국은 2024년에 48톤을 수출했다.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그것도 일본처럼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세계에서 우리만 한우의 가치와 우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정액도 수출한다. 종자야말로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개량, 사육, 도축, 육가공 분야에 창조적 혁신이 필요할 때이다. 기반은 충분히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한국 축산이 인공지능 100조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 차원 높은 축산으로 도약하고 그 힘으로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자.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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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5일 전

우리 축산이 농업 총생산의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다니...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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