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 박명숙 KIOST 해양위성센터 책임연구원 | 괴물 태풍을 키우는 해양 폭염
- Dhandhan Kim
-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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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3 김복연 기자

박명숙 박사는 해양기상, 위성 지구관측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해군대학원(Naval Postgraduate School)에서 박사후(Post-doc)연구원으로 위성과 항공기 관측을 이용한 태풍 연구를 수행했으며, 나사 고더드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방문연구자로 위성 복사보정 및 위성의 기후 활용 연구를 수행했다. 2017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입사해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천리안 해양위성, 고수온과 태풍 등 연구로 해양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5년 과학의 날 기념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박명숙 박사팀은 최근 한반도 해역 고수온 메커니즘, 한반도 고수온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 위성 해수면 자료를 이용한 시공간 갭필링(Gap-filling) 연속적인 고수온 탐지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고수온 해역에서 태풍 강화 영향 연구도 수행했다. 최근 증가하고 고수온 해역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서태평양과 대서양에서 폭발적인 급강화 현상(Super Rapid intensification)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태풍 연구에서 해양 관측으로 확장된 위성 기반 분석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으로 태풍의 구조와 강도 예측을 연구한 경험이 있다. 이후 위성 자료를 활용한 분석을 통해 태풍과 해양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위성센터에 합류해, 천리안위성과 해외 위성의 관측 자료를 활용해 해양의 열분포, 강수, 플랑크톤 밀도 등 다양한 해양환경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해양 기상과 해양 생태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위성 기반의 다양한 해양 자료를 종합해 분석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해양 폭염과 태풍의 관계에 주목한 연구
이번 연구는 고수온, 즉 해양 폭염(Marine Heatwave)이 태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는 태풍 발생의 기초 조건으로 작용하며, 이와 관련된 연구는 대기 조건과 수온이 결합해 태풍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반면 이번 연구는 이미 형성된 태풍이 고수온 해역, 즉 해양 폭염 구역을 지나면서 얼마나 급격히 강해지는지를 정량 분석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자료를 활용해 38년에 걸친 태풍 데이터를 분석했고, 물리적 메커니즘과 위성 관측 기반 실증 결과를 통해 고수온이 태풍을 강화하는 구체적 경로를 입증하고자 했다.
312개 태풍이 증명한 해양 폭염의 영향력

해양 폭염이 태풍을 어떻게 강화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1982년부터 2019년까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312개의 태풍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마린히트웨이브(MHW) 해역을 통과한 태풍이 평균적으로 약 35% 더 강력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해수면 온도가 1~2도만 높아져도 해양에서 대기로 전달되는 수증기량은 급격히 증가한다. 이 수증기는 강력한 구름대를 형성하며, 태풍의 중심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특히 '보티컬 핫타워(vortical hot tower)'라 불리는 소형 회전 구조는 태풍이 급격히 강화될 때 중심 부근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이었다. 고수온 해역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라, 태풍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요소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분 불균형’이 만드는 급강화 메커니즘
이 강화 메커니즘은 '수분 불균형(moisture disequilibrium)' 개념으로 설명된다. 바다에서 대기로 수증기가 공급되는 것은 바다와 대기 사이의 수증기 농도 차이와 풍속에 따라 증발량이 달라지며, 초기 발달 과정에서는 수분의 불균형이 클수록 태풍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수온 해역은 상대적으로 대기보다 훨씬 많은 수분을 포함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증기가 빠르게 대기로 이동하며 강한 상승기류를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태풍의 구름대가 빠르게 성장하고 중심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태풍이 단시간 내에 급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강력해진 태풍, 예측을 뛰어넘는 재난으로 확산

태풍이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단순히 바람의 세기가 증가함을 넘어서,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채로 내륙으로 접근하면서 강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폭우는 좁은 지역에 집중돼 침수나 산사태 같은 국지적 재난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강풍의 범위도 넓어져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단시간 내에 구조가 발달한 태풍은 예측이 어려워지고, 기존 예보 시스템으로는 경로와 강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응의 공백이 커질 수 있다. 이 급격한 변화는 재난대응 체계에 더 높은 정밀도와 속도를 요구하게 된다.
힌남노와 하기비스, 예측을 벗어난 폭우와 강화의 사례

실제로 2022년 힌남노, 2019년 하기비스 같은 태풍들은 고수온 해역을 지나며 급격히 강화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힌남노는 24시간 내에 중심기압이 30hPa 이상 떨어지는 급강화를 보였고, 하기비스는 일본에 사상 최악의 폭우를 몰고 왔다. 이들 태풍의 공통점은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구름 구조가 빠르게 발달하고 중심 기압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예보 모델로는 예측이 어려운 수준이었고, 실제로 예측 실패의 책임을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성은 해양-태풍 상호작용 이해의 핵심 도구
태풍-해양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위성기반 자료가 필수다. 해양은 연속적이고 넓어서 관측이 어려운 공간이어서 위성은 사실상 유일한 관측 수단이다. 특히 마이크로웨이브 센서를 활용한 강수량 자료와 고해상도 해수면 온도(SST, Sea Surface Temperature) 자료는 태풍의 세력 변화와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비록 이번 연구에 직접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천리안위성 2B호는 해양환경과 대기환경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 복합위성으로서 고해상도 해양관측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며 해양기후 연구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천리안 1호와 2B호의 뒤를 잇는 세 번째 해양관측 위성인 천리안 6호가 개발 중이며, 향후 약 30년에 걸쳐 축적된 고해상도 위성 관측 자료가 인공지능 기반 예보 시스템과 결합될 경우 태풍 예측과 해양기후 분석의 정확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 변화의 조기 진단 가능성
위성 자료를 활용한 연구는 해양의 열분포와 태풍의 구조뿐 아니라, 생태계 변화 탐지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재는 플랑크톤의 계절 변동성과 바다 색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 고수온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위성 관측을 통해 고수온 해역이 지속될 경우 플랑크톤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고수온이 장기화되면 플랑크톤의 농도와 분포가 달라지고, 이는 바다 색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단순한 미적 변화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기본 구조를 흔들고, 탄소 흡수 기능 약화로도 이어지는 중요한 징후로 이해된다. 이러한 변화는 위성 데이터를 통해 이미 관측되고 있으며, 생태계 변화에 대한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한반도 해역에 드리운 경고
이번 해양폭염(MHW) 연구는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 대해 매우 중요한 경고를 담고 있다. 한국 인근 해역, 특히 동해와 남해는 고수온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향후 이 해역을 통과한 태풍이 약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전에는 태풍이 일본 열도를 거치면서 약화되거나, 한반도에 도달하면서 기세가 꺾이곤 했지만, 이제는 고수온 해역을 통과하면서 오히려 더 강해진 상태를 유지하며 상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재난 대응 시스템은 새로운 대응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해양과학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이 시대에 태풍은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 양상은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복합적이며, 강력해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고수온이라는 변수, 즉 바다의 열이 자리한다. 해양은 기후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축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결국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보여 주고자 했던 것도 바로 그 점이다. 해양과학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정책적 투자가 절실하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 영역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그래야만 다가오는 기후 재난에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다.
국제적 활용과 연구의 확장성
이번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허리케인 분석에도 직접 활용되며, 연구의 국제적 가치를 입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허리케인 밀턴과 헬렌이 해양 폭염(MHW) 해역을 통과하면서 급격히 강화된 현상에 주목하며, 해양 폭염이 어떻게 허리케인의 구조를 바꾸고 피해를 키우는지를 조명했다. 이는 한국의 해양 위성 기반 연구가 글로벌 기후재난 대응에 기여함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다.
기상·해양·생태계를 통합하는 시각이 절실하다
최근 전 세계 해역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10년간 상승 속도는 과거보다 현저히 빨라졌다. 이로 인한 변화는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태풍의 특성과 재난 양상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린히트웨이브(MHW)라 불리는 해양 폭염은 단순한 수온 상승이 아니라, 태풍의 강도, 강수량, 재난의 형태를 바꾸는 복합 현상으로 이해돼야 한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생존 조건을 악화시키고 서식지를 위협하면서 해양 생태계 전체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이는 사람이 폭염에 지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바다 생태계도 고온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영향은 해양과 기상, 생태계를 통합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폭염은 바다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육지에서는 그늘을 찾아 피할 데라도 있지만, 바다에는 그늘이 없으니 더욱 심각 해질 수 있습니다. 지구 표면적의 3분의 2는 바다라는 사실을 환기하면 정말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