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이의 급격한 기후변화 | ④ 기후 탄력적 발전으로의 대전환
- hpiri2
- 6월 20일
- 7분 분량
2025-06-20 이준이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5년을 기점으로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까지 허용되는 잔여 탄소예산은 약 1300억 톤에 불과하며, 이는 향후 3년 내에 소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다시 말해, 2030년 이전에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이 순간, 효과적이고 공정한 기후행동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면, 자연과 인류가 겪게 될 손실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후 탄력적 발전 경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 기후 위험을 완화하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확대하는 동시에,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가능하고 효과적인 방안들은 이미 존재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는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준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기후과학자이다. NASA 가다드 우주비행센터 박사후연구원과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기후시스템 예측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는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프로젝트 리더로 재직 중이다.그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4장 ‘미래 글로벌 기후’의 공동 주도 저자로서 기술요약본과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 몬순·기후변동성 부록 집필에도 참여했다.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 ‘기자가 뽑은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하였으며, 2021년부터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WCRP) 계절내~수십년 예측 실무그룹(WGSIP)의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제협력도 이끌고 있다.그의 연구는 기후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IPCC 및 WCRP와 연계한 실질적 기후 대응 시나리오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연재 기사
1.5도 지구온난화까지 잔여 탄소예산은 3년 내 소진
매년 국제 과학자팀은 ‘글로벌 기후변화 지표(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IGCC)’를 평가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최신의 과학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를 포함한 61명의 국제 기후과학자들이 참여한 해당 연구는 2024년 6월 19일, 저명한 학술지 Earth System Science Data에 정식 출판되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 결과는 인간 활동에 의해 유발된 지구온난화가 지난 10년(2015~2024년) 동안 약 0.25°C 더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의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2°C 상승했으며, 육지 평균기온은 이보다 훨씬 높은 1.9°C까지 상승했다. 이는 해양보다 육지가 더욱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온도 상승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역시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6년간(2019~2024년)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26mm 상승했으며, 이는 연평균 약 4.3mm 상승한 셈이다. 이는 20세기 평균 상승률인 연간 1.8㎜의 두 배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로, 해수면 상승이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변화는 해안 도시의 침수 위험 증가, 생태계 교란, 기후 난민 발생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 1.5°C까지 허용되는 잔여 탄소예산(Remaining Carbon Budget)에 대해서도 중요한 갱신을 제공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는 2020년 기준으로 약 5000억 톤의 탄소예산이 남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2025년을 기준으로 남은 탄소예산이 단 1300억 톤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 3~4년 사이에 3700억 톤 이상의 탄소를 이미 배출했음을 의미하며,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급박성’을 상징한다. 특히 지금의 배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 이전에 지구는 1.5도 온난화 임계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극심한 폭염, 홍수, 가뭄, 해양 산성화, 식량안보 위협 등 다방면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효과적인 기후변화 완화 방안 존재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절반으로 감축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안들이 모든 부문에 존재한다”고 평가하며, 즉각적이고 대규모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송, 산업, 농업 등 모든 부문에서의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체를 넘어서 노동시장과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면서도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전환은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다. 과거의 ‘화석연료(fossil fuels)’ 중심에서 태양광과 풍력 같은 ‘날씨 연료(weather fuels)’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으로 점점 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 부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건물과 교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전기화(electrification)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기여한다.
에너지 공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수요 관리와 생활양식의 변화다. IPCC는 걷기, 자전거 이용, 수송 전기화, 항공 여행 축소, 주택 개조 등의 수요 측 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개인 선택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systemic change)를 요구한다. 소비, 이동, 주거 등 일상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현 시점에서 1.5℃ 임시 초과(overshoot)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IPCC는 강조한다. 지금 즉시, 효과적이고 대규모의 전환적 기후행동을 실행한다면 장기적으로 1.5℃ 목표를 다시 달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문제는 오버슛 기간 동안의 위험이다. 이 시기에 접어들면 폭염, 가뭄, 해양 산성화, 생태계 붕괴, 기후 난민 급증 등 기후위기의 충격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이산화탄소 제거(CDR) 기술은 흔히 거론되지만, 이는 보완적 수단에 불과하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대규모 감축을 대체할 수 없으며, CDR에 의존하는 전략은 매우 제한적인 효과만 낼 수 있다. 더구나, 산림이나 토양, 해양 같은 자연 기반 탄소 흡수원이 미래에도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역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다행히도, 비용 효율적이며 실현 가능한 해결책들은 이미 존재한다. 이들 조치는 온실가스 감축과 동시에 빈곤 완화, 건강 개선, 에너지 접근성 향상 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효과적인 기후변화 적응 방안 존재
지구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완화(mitigation)’뿐 아니라 ‘적응(adaptation)’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기후 적응은 단순한 재난 대응이 아니라, 실제 또는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 및 그 영향에 맞춰 사회와 생태계가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모든 대응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 조치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민감성과 취약성을 증가시키거나, 사회적 불평등과 복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잘못된 대응은 오적응(maladaptation)’이라 불리며, 장기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다양한 부문에서 실효성 있는 기후 적응 전략들이 이미 실행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 전략은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온실가스 감축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 관리를 통한 적응은 수자원 확보를 넘어서 생태계 회복, 지역경제 활성화, 식수 안정성 확보 등 경제적·생태적 이점을 제공하며, 기후 취약성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식량 안보 개선을 위한 적응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품종 개량, 농림 복합경영, 농장 및 경관 다양화, 지역사회 기반 적응 등은 식량과 영양 증진, 건강 향상, 생계 기반 강화 등 다양한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효과적인 적응 전략이라도 모든 기후 관련 손실과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적응 가능한 범위는 점점 좁아지고, 그에 따른 비용은 급격히 증가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온난화에 도달하면 인간과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적응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의 최전선, 도시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5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경에는 이 비율이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화는 인구 증가와 더불어 빠르게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도시의 에너지 수요와 자원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 차지하는 물리적 면적은 지구 표면의 단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5%, 에너지 소비의 78%를 차지한다. 산업시설, 고밀도 교통, 냉·난방 에너지 사용 등이 집중되는 탓이다.
또한 도시 지역은 주변 농촌보다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의 영향을 받는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 등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인공 구조물이 집중되면서, 도시의 체감기온은 평균보다 훨씬 높아진다. 이는 여름철 폭염 시 고령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처럼 도시는 단지 기후변화의 피해를 겪는 공간이 아니라,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의 최전선이자 가장 중요한 전환의 공간이다. 도시에서 이뤄지는 정책과 실천은 지구적 수준의 배출 감축은 물론,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직결된다. 특히 도시 내 녹지(green space)와 청지(blue space, 수변 공간)를 확대하는 전략은 단순한 조경사업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도시숲, 공원, 녹지축, 옥상 정원 등은 탄소 흡수 및 저장 기능을 하며, 주변 건물의 냉방 부담을 줄여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기여한다. 또 도로 공간을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도심 재편은 교통 부문의 배출 저감과 함께 대기오염 개선, 건강 증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빗물을 흡수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은 홍수 완화와 도시 물 소비 저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적응 측면에서도 도시 녹지와 수변 공간은 열 스트레스 완화, 홍수 및 폭우 피해 감소, 정신 건강 개선, 생물다양성 회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그늘과 수분을 제공하는 도시 녹지는 기온이 급상승하는 여름철에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결국 도시 공간의 생태적 전환은 단지 미관 개선을 넘어서,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전략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기반이다. 도시는 기후행동의 실행 중심지이며,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전환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장소다. 도시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기후위기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후 위험에서 기후 탄력적 발전으로의 대전환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의 불충분한 적응 역량,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감소와 결합되어 그 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부 대응책만으로는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후 탄력적 발전(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기후탄력적 발전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완화)과 피해 대응(적응)에 그치지 않고, 생물다양성의 보존과 확대, 그리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의 기회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놓쳐 왔다. 기후 탄력적 발전을 위한 ‘기회의 창’은 지금 매우 빠르게 닫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사회 구조의 전환과 총체적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더 나은 기후 탄력적 발전 경로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다음과 같다.
· 포용적 거버넌스
· 다양한 지식과 가치의 통합
· 기후 금융의 확대
· 부문 간 통합적인 접근
· 생태계 중심의 관리
· 기후 대응과 발전 전략 간 시너지 창출
· 정책, 인프라, 사회문화적 요소를 통한 행동 변화 유도
반면, 이러한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도 존재한다.
· 빈곤, 불평등, 기후 정의의 부재
· 제도적·경제적 역량 부족
· 파편화된 대응 전략
· 재정 및 기술적 장벽
· 다른 글로벌 목표와의 충돌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경로는 높은 온실가스 배출, 견고하고 경직된 시스템, 적응 능력의 한계 도달, 오적응(maladaptation), 기후 리스크 증가, 적응 및 완화 수단의 감소, 그리고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위험한 흐름이다. 그러나 기후 탄력적 발전으로 대전환을 이룬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감시키고, 사회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며, 기후 리스크를 줄이고,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며, UN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의 성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학적 경고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결단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기회의 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좁아지고 있다.
참고 자료
결국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결단이 중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