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리포트12 ④ 폭염(2) | 공공 안전망이 필요한 여름, 자연기반해법으로 그린인프라 확대
- Dhandhan Kim
- 2025년 7월 16일
- 3분 분량
2025-07-16 김복연 기자
폭염 재난 시대, 도심 공원과 약수터가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공원은 기온 저감과 바람길 회복으로 도시를 식히고, 약수터는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쉼터다. 이들이 연결되어 열악한 지역까지 공평하게 녹지를 제공해야 한다.
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 도심 속 공원을 다시 본다
폭염은 이제 단순한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명백한 재난이 되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고,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진다. 에어컨을 켜는 일은 생존을 위해 필수이지만, 전력수급 불안과 냉방비 부담은 취약계층에게는 곧 생존권의 문제로 다가온다. 정부는 무더위쉼터 운영, 냉방비 지원, 살수차 투입 등 긴급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런 단발적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은 도시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다. 도시는 너무 뜨겁게 설계되어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열을 흡수하고 방출을 늦추며, 초고층 건물들은 바람길을 차단한다. 빗물이 스며들 틈 없는 불투수성 포장은 열을 더 많이 가둔다. 이제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 “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답 중 하나가 바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즉 그린 인프라의 확대와 재설계다.
공원은 가장 일상적이고 효과적인 그린 인프라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서울숲의 여름철 한낮 기온은 인접 도심 도로보다 평균 4~6도 낮았다. 서울시 공원녹지국의 조사에서도 근린공원 내부는 도심보다 2~5도 정도 낮았다. 부산연구원의 조사에서는 도심 포장도로 표면 온도가 50도를 넘을 때, 공원의 잔디·토양 표면 온도는 35~40도 수준으로 10~15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런 연구결과는 공원이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열을 흡수하고 방출을 늦추는 냉각 인프라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으로 그린 인프라 확대는 단순히 나무를 심고 공원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기후 위험을 완화하고,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연의 원리를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익숙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근린공원부터 해 보자는 말이다. 나무와 잔디, 흙과 물이 있는 공원은 스스로 기온을 낮추고, 습도를 조절하며, 바람을 유도해 도시를 식히는 데 기여한다.
규모와 연결성이 만드는 냉각 효과
공원의 가치는 단일 면적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결성이 효과를 배가시킨다. 작은 근린공원 하나가 제공하는 그늘과 바람길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서로 이어질 때 도시 전체의 열섬을 완화하는 힘이 커진다.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근린공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단일 대형 공원이 아니라, 동네 곳곳의 소규모 공원들을 산책로와 숲길로 연결해 하나의 녹지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웃동과 이웃동을 잇는 숲길과 연속된 그늘길을 의도적으로 설계해, 주민들이 집 근처 공원에서 시작해 산책로를 따라 다른 공원까지 이동하며 쉼과 만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연결성은 단일 공원이 제공할 수 없는 냉각 효과를 도시 전체로 확산시킨다. 바람길을 만들고, 불투수성 포장을 줄이며, 수분 순환을 회복한다.
서울시와 여러 연구에서는 도심 녹지면적을 10% 늘리면 평균기온이 0.1도~0.5 정도 낮아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1도 높아짐에 따라 농작물 수확량, 유통망, 전력수급, 온열질환 발생률을 크게 좌우하는 만큼 0.1도를 낮추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무엇보다 단일 면적에서 일정 부분을 늘리기보다는 녹지의 배치와 연결성이 온도 저감 효과를 결정하기 때문에, 어떻게 심을지가 중요하다.
약수터가 품은 공공성과 쉼터의 역할
근린공원 속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약수터다. 약수터는 단순히 물을 제공하는 음수대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주민들이 만나 안부를 나누고, 동네 소식을 주고받는 사회적 공간이었다. 새벽 운동을 마친 노인들이 물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물통을 들고 온 주민들이 잠시 앉아 그늘 아래서 숨을 돌린다.
폭염이 재난이 된 시대에 약수터의 공공성은 더욱 소중해진다. 무더위쉼터처럼 특정 자격이나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가난하다”는 낙인을 의식하지 않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주민센터 냉방실이나 관공서 쉼터처럼 문턱이 높지 않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약수터가 품은 공공성이다. 물을 나누고, 열을 식히고, 이웃과 눈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공간이다.
공원도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원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약수터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듯, 공원이라는 그린 인프라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서울연구원의 「녹지서비스의 환경형평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녹지 접근성은 소득 수준과 명확히 연관돼 있다. 고소득 지역일수록 1인당 공원 면적이 크고, 접근성도 좋다. 반면, 저소득층 밀집 지역과 주거취약지는 공원이 적거나 멀리 떨어져 있다. 열섬현상이 심한 지역일수록 녹지가 부족한 역설이 존재한다.
이 불균형은 단순히 “나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계획이 누구를 위해, 어디에 심을지를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정비된 대형 공원이 일부 동네에 집중되는 동안, 다른 지역은 폭염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결국, 이는 건강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기온이 1~2도만 높아도 온열질환 발생률이 급증하고, 냉방비 부담도 커진다. 그린 인프라는 경관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생존을 지키는 공공의 안전망이다. 그 안전망이 가장 필요한 지역일수록 가장 얇고 부족하다.
폭염 시대의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
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지, 누구도 피난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린 인프라의 확대는 폭염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우선 녹지를 배치하고, 골목길과 생활권 안에도 작고 촘촘한 공원을 마련하는 도시 인프라의 철학적 확장을 말한다. 근린공원은 산책로와 숲길, 보행 녹지축을 통해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바람길과 그늘길, 물길을 회복해 도심의 열을 식힐 수 있다. 그 안에서 약수터는 물과 그늘, 안부를 나누는 열린 공공공간이자, 사회적 낙인을 넘어서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이런 공원과 약수터가 도시 곳곳에 촘촘히 연결될 때, 도시는 단발적인 피난처가 아니라, 누구도 피난하지 않아도 되는 삶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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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 고민해야겠지만 인구밀집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