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픽션 '더 체인'ㅣ#12화. 햇빛
- hpiri2
- 10월 3일
- 4분 분량
2025-10-03 정욱식

"미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내일부터 중국이 대만 해협 봉쇄와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철회할 때까지, 중국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또 중국과 교역하고 있는 나라들도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역을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대치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던 2027년 10월 15일 오전, 타럼프가 SNS에 올린 글이다. 관세를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해 왔던 타럼프가 관세를 앞세워 중국의 양보를 강제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대선 후보 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었다. 이 글의 파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중 양측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령관님, 미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식별되었습니다!”
중국 전략로켓사령부 소속 장교가 화급하게 보고했다.
“우리 첩보 위성이 1분 전에 미국의 몬태나 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에서 1발의 ICBM 발사를 탐지했고, 비행경로는 추적 중에 있습니다. 우리를 향해 발사했다면, 도달하는 데에 30분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알겠소.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면밀히 추적하시오. 나는 주석께 보고하겠소.”
“사령관님, 중국의 전략로켓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의 전략사령부 소속 장교가 사령관에게 급히 보고했다.
“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고 사일로를 개방하는 등 ICBM 격납고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랑 핵전쟁이라도 하겠다는 뜻이오?”
“저들의 의도는 아직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처음 봅니다.”
“알겠소. 대통령께 보고하겠소.”
전략사령관은 전략사령부의 중앙 발사 통제센터에 비상 대기를 지시하고는 백악관에 이러한 내용을 급히 보고했다.
“우리가 관세 카드를 꺼내자 중국은 핵전쟁 위협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했다.
“자기들이 말하는 핵심 이익 중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가해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것이죠.”
“포커페이스입니다.”
비서실장이 말을 받았다.
“저들은 여러 모로 우리와 핵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에 즉각 서명하셔야 합니다. 우린 포커페이스가 아니라는 걸 저들에게 보여줘야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중국 외교부장이 말을 이어갔다.
“미국이 관세 폭탄을 던져 놓고선 우리가 반응을 내놓기도 전에 ICBM을 발사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미국이 한 발만 발사하면 우리의 보복을 받을 텐데, 우리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할 수도 없으면서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국방부장의 말이었다.
미국의 ICBM이 사라졌습니다
중국의 ICBM 발사 탐지 5분 경과 후에 전략로켓사령부 사령관이 급히 보고했다. 그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미국의 ICBM이 사라졌습니다.”
중난하이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첩보위성이 잘못 포착한 것 같습니다.”
“아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질책하듯 말했다.
“그건 재고해야 합니다.”
군사위 부주석이 즉각 전략로켓군의 핵전쟁 준비 태세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하자 총리가 반대하고 나섰다.
“지금 우리가 준비 태세를 해제하면 미국은 우리를 얕잡아 볼 겁니다. 저들은 관세를 이용해 난전(亂戰)을 유도하는 수를 뒀습니다. 바로 이때 우린 저들에게 ‘이건 정말 강수네’라고 여길 수 있는 수를 두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맹착(猛着)인 셈입니다. 저들이 대만을 지키기 위해 우리와 핵전쟁을 불사할 수는 없습니다. 핵전쟁 태세를 유지하면서 저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합니다.”
전략로켓군 사령관이 머뭇거리다가 보고했다.
“미국의 ICBM은 더 이상 식별되지 않고 있습니다. 햇빛이 구름에 반사된 것을 우리 위성이 미국의 미사일 발사로 착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한국에선 반중·반정부 시위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극우가 주도하던 집회에 야당 소속 정치인과 보수적 개신교도 합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중국공산당의 야욕에 맞서 ‘자유 대만’을 수호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청와대는 여론 수습의 일환으로 안보실장 주재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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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주]
2027년 중국과 대만의 충돌, 미국의 개입, 그리고 한국·조선·일본·러시아 등이 엮여 있는 동맹의 체인이 맞물려 고조되는 동아시아 전쟁 위기, 위기를 지나 재앙으로 치닫는 기후변화, 그리고 배타적이거나 공유된 두려움…. 이들이 빚어 내는 대서사를 ‘리얼픽션’ 행태로 써 내려갑니다. 리얼픽션 '더 체인(the chain)'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과 곧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필자가 도전해 본 영역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난 줄거리
대만 해협의 포성은 거대한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중 함대가 동아시아로 집결하며 일촉즉발의 상황,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진짜 위기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 순간, 그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함정의 시작이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전쟁 행위'라는 북한의 섬뜩한 선언과 함께 동해에 나타난 러시아 함대. '사라예보의 총성'이 동아시아에서 재현되면서, 일본은 80년 만에 다시 전쟁이라는 악몽과 마주하는데...
북한 김정훈 위원장은 “조중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전쟁의 불똥이 튀지 않게 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미국은 대만 해협이 위기 상황이면 전투기, 핵항모 등 군사력의 입출입을 남한에 요구해 왔다. 최서희 대통령은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분쟁에 연루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순간 최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이 오는데...
중국과 대만의 해상 대치 이틀째. 중국에 가까운 대만의 섬, 금문도에 있는 진먼대 류 교수는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했지만 공항은 폐쇄된다. 대만 라이창더 총통이 내린 비상명령권 발동에 대해 입법원의 승인 선거로 대만 정국은 국민당과 민진당으로 나눠져 혼란스럽다. 대만 전역에 사이렌이 울리고, 수백 기의 드론이...
대만 중국 군사 충돌 위기 리얼픽션. 이 시각, 한 일간지 신문의 편집국장, 기후팀장, 국방팀장이 회사 앞 술집에 모였다. 당초 초대형 태풍 발생 급증을 다룬 기사가 머리기사였다가 급하게 바뀌었다. 중국이 대만 땅 진먼다오에 샤진대교를 연결하겠다는 발표와 대만이 실력 저지하겠다는 소식으로 교체되었다. 중국이 회색지대 전술로 부전승을 노렸다며 중국의 의도, 대만의 응전, 미국의 개입을 조망한다.
평화연구소 소장 이한결이 2005년 미국 펜타곤을 방문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대만 문제를 논의하며, 제주 해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 이전 갈등 속에서 한국의 안보 딜레마를 고민한다.
중국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대만의 국립진먼대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이한열은 ‘민간 차원에서라도 양안의 긴장 완화를 중재하고 싶다’고 발표한다. 이에 대만 쪽은 낙담과 탄식뿐이다. 중국쪽 샤먼대에서도 의견을 밝혔지만 중국쪽은 양안 문제가 국제화되는 걸 꺼린다. 한국 사람 이한열은 왜 이 주제를 꺼냈을까?
중국과 대만의 학자들과 대만 해협을 둘러싼 토론에 이어, 일본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동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군비 증강을 요구하고 있고, 반면 러시아와 중국, 조선은 군비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를 말한다. 2026년 미국, 중국, 대만 모두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로 진입하고 …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돌핀스 포럼’이 개최된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민진당의 ‘대만미래결의문’을 살펴보며, ‘미래 세대의 선택’을 화두로 던지고 중국과 대만의 입장을 알아보고 교류 협력의 타협점을 이야기한다.
양안 문제와 기후위기 군축 필요성. 중국과 대만 양안 갈등으로 군비를 증강시키는 와중에 이한결은 그레이스 리를 COP31에서 만난다. 리는 한국계 미국인 청년으로 군사비 증가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군비통제를 통한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하자고 연설한다.
대만 해협 무력 대치 3일째, 오산 기지에서 미국 대형 전략 수송기 글로브마스터가 이륙했다. 중국의 전투기가 대응 출격에 나섰했다. 미 수송기가 고도를 낮추자, 중국 전투기의 경고가 날카롭다. “미국 전투기가 락온(Lock-on) 했다! HQ, 명령을 내려달라.”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핵과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온,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년 동안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천착한 공로로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과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에게 전하는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2023),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2023),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2022), 『흥미진진한 핵의 세계사』(2020),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공저, 2014) 등 40여 권의 저작이 있다.
점점 흥미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