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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쓰레기 처리 안일하게 대응하면, 국가 위기 초래할 수도

쓰레기 처리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문제다. 해결책은 갈등을 인정하고 숙의와 합의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쓰레기 처리는 단순한 환경정책 차원을 넘어 선다. 사회적 갈등, 지역 균형, 환경 정의, 기술 혁신, 정치적 책임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최근 우리는 수도권 매립지 종료, 직매립 금지 대응 부족, 소각장 입지 갈등, 폐기물 재활용 시장 불안정 등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20년대 초반 이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증가 추세이고, 코로나19 이후 포장·배달 폐기물까지 급증하면서 기존의 관리 체계로는 한계에 이르렀다.


더는 미룰 수 없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소각장 확충, 매립지 대체지 선정, 감량 정책 강화 등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대부분 제자리걸음이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갈등과 불신으로 정책이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과 절차적 정당성의 영역에 있다. 숙의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이 해결의 선결 조건인 이유다.


수도권에는 하루 약 1만2천 톤의 생활폐기물이 나온다, 상당부분은 수도권 매립지가 감당하고 있다. 2025년 이후 수도권 매립지 사용은 인천시의 요구로 종료된다. 그런데도 서울·경기·인천은 여전히 대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체 소각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기도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전체가 폐기물 대란 위험에 노출된 상황임에도, 지자체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대비 매립 의존도가 꽤 높다. 정부는 2026년부터 직매립을 금지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이를 처리할 소각·재활용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다. 잔재물 소각 능력과 고형연료(SRF) 활용시설 부족은 특히 심각하다. 준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직매립 금지는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환경영향 평가상 안전성이 높아졌음에도 주민들은 소각장·압축장·선별장을 ‘혐오 시설’로 생각한다. 건강 우려, 부동산 가치 하락, 정보 불신이 합쳐져 지자체마다 반대가 극심하다. 균형을 잡아 줘야 할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유권자의 ‘표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시설 1개를 짓는 데 평균 10년이 넘게 걸리고는 한다.


폐비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유가 변동과 국제 규제, 품질 문제로 취약해지고 있으며, 민간 재활용업체의 도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단가 상승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종량제 이후 우리나라 폐기물 감량 성과는 멈춰 있다. 감량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각장과 매립지를 새롭게 지어도 소용없다.


쓰레기 처리 해법은 큰 틀에서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통합·공동관리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개별 기초지자체 단위의 처리 능력이 포화 상태인 만큼, 광역권 단위의 공동 소각·매립 기반시설 구축이 현실적이다. 광역단체가 주도하여 권역별 적정 규모의 소각시설과 장기 매립지 확보 계획을 수립하고, 시설 운영을 공공 주도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광역단체는 폐기물 발생량 모니터링·자원순환 통계 시스템을 통합 관리해 권역별 수급 불균형을 조정하고, 선별·재활용 시설을 표준화해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광역 재활용지원센터, 광역 선별장 현대화 등을 추진하면 중복 투자와 비효율을 줄이게 된다. 또한 광역단위 통합 조달 및 운영 모델을 도입해 재활용 시장 가격 변동 대응, 처리비 안정화, 공동 예산 편성 등이 가능하다.


광역단체는 기초지자체와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순환경제 허브 역할을 맡고, 재사용 체계·표준화된 분리배출 정책·재활용 산업 육성 등 지역 간 연계된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 진다.


결국 대한민국 쓰레기 처리 문제의 핵심은 숙의민주주의 기반의 사회적 합의 형성에 있다. 소각장·매립지 등 필수 처리시설은 기술적으로 모범 답안이 있더라도 지역 수용성 부족으로 좌절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단순 공청회나 설명회가 아닌 시민참여단·공론조사·시민 의회 등 숙의형 시민 참여 절차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와 전문가 설명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쓰레기 감축·재활용 정책 역시 비용 부담과 생활방식 변화가 수반되므로 시민·지자체·기업이 함께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숙의 구조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누가, 얼마나, 무엇을 부담할지’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광역 단위 시설 입지 문제는 지역 간 형평성 논쟁이 크므로 숙의기구를 상설화해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숙의민주주의는 기술적 해법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신뢰를 구축하며, 장기적 자원순환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적 필수 조건이다.


쓰레기 처리 정책의 미래는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적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 주민이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논의에 참여하며, 전문가와 지자체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구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실현될 수 없다. 숙의 과정은 단순히 반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의 요구와 우려를 정당하게 다루면서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만드는 민주적 장치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대한민국의 쓰레기 처리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문제이다. 해결책은 갈등을 인정하고 숙의와 합의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투명성, 신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감량 정책, 소각장 확충, 재활용 혁신, 매립지 선정 등 정책이 현실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폐기물 정책은 기술 발전보다 민주주의의 성숙도, 즉 사회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 더 크게 의존한다. 이는 환경위기 시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다.


지난 11월 26일 경기도는 '경기도 기후도민총회'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의 기후정책 숙의 공론 기구인 '경기도 기후도민총회'가 지난 6월 30일 출범한 이래 5개월간의 숙의 과정을 마치고 기후 정책 20건을 도출했다. 도민 120명을 공모해 소비와 자원순환 등 6개 실무단을 구성해 학습과 숙의 토론, 현장 체험 등을 통해 20건의 정책을 최종 제안한 것이다. 제안 중에는 '31개 시군의 재활용 분리배출 기준을 표준화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사진_경기도뉴스포털
지난 11월 26일 경기도는 '경기도 기후도민총회'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의 기후정책 숙의 공론 기구인 '경기도 기후도민총회'가 지난 6월 30일 출범한 이래 5개월간의 숙의 과정을 마치고 기후 정책 20건을 도출했다. 도민 120명을 공모해 소비와 자원순환 등 6개 실무단을 구성해 학습과 숙의 토론, 현장 체험 등을 통해 20건의 정책을 최종 제안한 것이다. 제안 중에는 '31개 시군의 재활용 분리배출 기준을 표준화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사진_경기도뉴스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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