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설] 우려 속에 시작된 직매립 금지, 쓰레기 대란을 피하려면

쓰레기 처리는 전력·물·대중교통·의료처럼 중단될 수 없고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공공서비스다



김용만  편집인
김용만  편집인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다. 선별·소각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묻지 못한다. 2030년에는 전국에서 시행된다. 선별장과 소각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정부는 충분히 대비했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에서 처리 못하는 생활폐기물을 지방 민간시설로 보내면 당장의 대란은 모면할지 모른다. 하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민간이나 지방도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국 시행이 4년 남았는데 구체적 선별·소각장 확보 계획은 묘연한 실정이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는 예고된 일이었다. 2021년 ‘생활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부터이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5년이나 되었다. 정부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재 32곳인 공공 소각장을 늘리고 선별장을 신규 확충해야 했다. 쓰레기 처리 시설에 대해서는 주민의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유감스럽게도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반대에 부딪혀 5년을 빈손으로 흘려보냈다. 결국 그 부담은 민간 소각장이 많은 지방이 떠안게 되었다.


서울 강동구는 세종특별자치시와 충남 천안시 소재 민간 소각장 두 곳에 쓰레기를 보내고 있다. 강남구는 충북 청주시, 금천구는 충남 공주·서산시 등의 민간 업체에 쓰레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마포구는 강원 원주시 민간 소각장을, 경기 고양시는 충북 음성군의 민간 소각장을 이용하고 있다. 다른 수도권 지자체도 형편은 비슷하다.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주민들을 설득하고 공정한 절차를 걸쳐 만드는 게 정치다.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전가되었다. 이미 수도권의 산업폐기물 처리를 떠안아오던 비수도권은 생활폐기물까지 감당하게 된 셈이다.


민간 소각장 ‘돌려 막기’를 통해 당장의 쓰레기 대란은 막았지만, 민간 위탁으로 인한 비용 상승과 지역 갈등 등 부작용이 예견된다. 쓰레기는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발생지 처리 원칙’이 흔들리면서, 수도권 공공 소각장 신설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지역으로 옮겨 붙고 있다. 수도권 쓰레기 문제로 인한 환경 부담과 갈등 비용을 지역 주민이 떠안게 됐다. 민간 위탁이 상시화되면 소각 시장의 수익성이 높아져 사모펀드 등 자본이 민간 소각장 건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쓰레기 문제를 책임져야 할 주체는 빠지고,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소각장 입지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이유는 더 이상 안정적으로 묻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공공 매립지는 이미 포화에 가까운 상태다. 사용 기한 연장 역시 주민 반발과 환경 부담으로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매립 여력이 거의 없고, 그동안 특정 지역 매립지에 의존해 왔다. 직매립 금지는 환경 규제가 아니라 물리적 한계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묻는 방식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줄이고·걸러내고·순환시키는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폐기물 문제는 관리 불가능한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소각장 확대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고, 정책적으로도 능사가 아니다. 소각시설은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입지 선정 과정에서 극심한 주민 반발을 동반해 단기간 내 확충이 어렵다. 소각은 매립보다 나을 수는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부담을 줄이지 못해 탄소중립과도 충돌한다. 반면 쓰레기 선별 전처리는 기존 소각·재활용 체계의 효율을 높이면서 처리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전처리를 통해 수분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회수하면, 소각해야 할 양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신규 소각장 건설 없이도 처리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민간 소각장 확대도 직매립 금지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 민간 소각시설은 수익성이 전제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필요하고, 이는 쓰레기 감량·재활용 정책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또한 민간 의존이 커질수록 처리 단가 상승과 시장 집중 위험이 커져 지자체와 시민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건설이나 증설 역시 주민 반대와 환경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엇보다 민간 소각장 확대는 쓰레기 발생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처리 방식만 바꾸는 접근으로, 전처리와 감량 중심의 정책 전환을 지연시킬 위험이 크다.


전처리 시설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규 대형 시설 건설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단계적 확장 전략이 현실적이다. 우선 광역단체가 중심이 되어 기존 소각장·자원회수시설에 전처리 기능을 결합해 증설하고, 여러 지자체가 공동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입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공공이 기준과 관리 책임을 맡고, 민간은 기술과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면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처리 성과에 따른 보상과 표준 계약을 도입해 품질을 관리하고, 분리배출 개선 정책과 연계해 전처리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각장 확대나 선별시설 신규 확충에 앞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감량 정책이다. 먼저 종량제의 실효성을 높여 배출량에 따른 비용 부담이 실제로 체감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일회용품과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다회용기·리필 제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과 포장재에는 생산자 책임을 강화해 기업 단계에서부터 감량을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시민이 실천 결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정보 제공을 병행할 때, 감량은 부담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쓰레기 처리는 전력·물·대중교통·의료처럼 중단될 수 없고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공공서비스다. 수익성과 효율을 우선하는 민영화는 요금 인상, 서비스 격차, 환경 기준 후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쓰레기 처리는 환경·건강과 직결되어 공공 책임이 필수적이며, 감량과 자원순환이라는 장기 목표는 시장 논리와 충돌하기 쉽다. 따라서 쓰레기 처리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라 공공이 책임지고 관리하되, 민간은 제한적으로 보완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의 책임을 직시하고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제3-1매립장)로, 2018년 9월 이후 운영되어 왔다. 폐기물 고객센터의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부터 불연성 생활폐기물(도로진공흡입폐토사, 연탄재, 공사장생활폐기물) 외 종량제 생활폐기물은 원칙적으로 반입이 금지된다고 알리고 있다. 사진_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VR갈무리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제3-1매립장)로, 2018년 9월 이후 운영되어 왔다. 폐기물 고객센터의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부터 불연성 생활폐기물(도로진공흡입폐토사, 연탄재, 공사장생활폐기물) 외 종량제 생활폐기물은 원칙적으로 반입이 금지된다고 알리고 있다. 사진_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VR갈무리

댓글 1개

별점 5점 중 0점을 주었습니다.
등록된 평점 없음

평점 추가
cjlee613
11시간 전
별점 5점 중 5점을 주었습니다.

공공 민간의 상생 방안을 지혜롭게 찾아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아요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