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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정부의 ‘진짜 성장’과 ‘기본소득 사회’

지속가능한 성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김용만  대표 편집인




갈 곳 없는 제국주의 모순이 터져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후 다가 온 ‘냉전(冷戰)’은 인류의 성장을 둘러싼 이념 경쟁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한 자본주의가 승리하면서 냉전은 끝이 났다. 자본주의에 기반 한 끝없는 경제성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본주의가 지닌 탄력성을 믿었고, 그 기대는 어느 정도 만족되었다. 세상은 상당 기간 성장 가도를 달릴 거라 내다보았다.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가 ‘성장의 한계’를 경고할 때도 성장이 멈출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성장에 제동이 걸릴 거라 인지시킨 건 경제전문가들이 아니라 과학자들이었다.


2009년 스웨덴의 환경공학자 요한 록스트룀이 제기한 ‘지구 한계선’은 지구 시스템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탱할 안전한 한계를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과학이 제시한 ‘레드 라인’이다. 아홉 가지 한계 영역을 정했고 이 한계를 넘어서면 지구 시스템이 돌이 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할 거라 봤다. 아홉 가지로 분류했지만 밑에 깔려 있는 공통된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촉발한 지구 한계선은 지구가 갖고 있는 자원이 유한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부활시켰다. 인류는 부산하게 움직였다. 2015년 파리협정이 나왔고 온실가스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목표도 세웠다. 성장의 의미를 다시 짚어 보게 되었다.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로는 끝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니 ‘탈 성장’의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한계를 지닌 지구 안에서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기본적으로 무한성장과 이윤 극대화를 전제로 작동하므로 현재의 조건에서 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으론 ‘지속가능한 성장’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한된 현실 가운데 조건들의 제약이 있지만 일관된 의지가 있고 지혜를 발휘하면 성장이 지속될 거라 믿는다. 자신감의 근저에는 과학과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 사회 주류 입장은 ‘지속가능 성장’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불균등한 세상에서 ‘탈 성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지만 ‘지속가능 성장’은 합의에 도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실 여건과 별개로 성장이 계속 되길 바란다. 어지간한 외부 충격으로는 ‘성장 신화’를 깨기는 어려울 듯하다. 과학과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적 미래에 희망을 거는 수밖에 달리 길이 안 보인다. 지금부터 미래는 과거와 달리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보다 과학자들의 어깨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학자들을 정부가 어떻게 지원 하느냐에 달렸다. 그럼에도 성장의 의미와 목표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놔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 경제 공약 핵심은 ‘진짜 성장’으로 표현된다.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국가경제 전반을 AI 중심의 첨단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기술, 사람, 지역을 아우르는 포괄적 성장과 함께 산업전환과 민생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한다. 지역 균형 성장, 사람 중심 경제, 저탄소 기반 산업구조 전환 등이 정책 목표가 된다. 키워드로 요약하면 기술 주도 성장, 국민 참여 성장, 공정한 성장이다. ‘진짜 성장’이라는 말에는 ‘가짜 성장’이 아니라는 의미와 동시에 ‘좋은 성장’이라는 뜻도 내포한다. ‘진짜 성장’은 국민이 참여하는 공정한 성장이어야 한다.


항간에는 ‘국가주의 성장론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있다. 12.3 내란을 딛고 새롭게 출범한 정부이고 정권 초기인 만큼, ‘진짜 성장’의 진심을 그대로 믿고 싶다. 향후 5년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30년, 더 나아가 100년을 좌우하는 시간이 된다.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대로 지속가능한 진짜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성장이 한계 내 성장이라는 점에서 지속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심화되는 기후위기는 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난제들 앞에 서 있다. 극심한 기후변화, 변화 된 성장 모델 등 말이다.


대부분 그렇지만 재난 피해는 사회 내 약자 계층에 집중된다. 기후 재난의 경우에는 성격상 특히 그렇다. 사회는 흔히 특정한 경우 ‘노동을 멈출 수 있는 사람’과 ‘노동을 중단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래서 인도의 자영여성노동자연합이 행한 ‘폭염 파라메트릭 보험’ 실험은 독특하다. 온도가 40도를 넘는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별도의 피해 증명 절차 없이 바로 보험금이 지급된다. 공식 기상청 데이터만 있으면 조건은 충족된다. 우리나라에도 한번 도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한발 더 나아가 노동을 멈출 수 있는 권리가 일상적으로 주어지는 상태를 생각해 본다. ‘기본소득 사회’의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의 ‘진짜 성장’이 여러 갈래로 나아가겠지만 목표 지점에서는 결국 ‘기본소득 사회’와 만나야 한다. 성장은 더 이상 GDP 수치를 다루는 양적 상승이 아니다. 기술이 목적이 되는 ‘테크노피아’도 아니다. 아프면 쉬고 외부 상황에 따라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으면 자신의 선택에 의해 노동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생활이 가능한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기본소득과 연결되는 성장 모델이 진정한 성장이다. 세상에 돈이 차고 넘치듯 인류가 이룬 생산력은 기본소득을 위해 충분하다. 남은 건 끝이 있는 이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우선순위에 대한 가치관이다.


2017년 성남시장 시절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7.2.15/뉴스1
2017년 성남시장 시절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7.2.15/뉴스1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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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kim
2025년 7월 21일

기본소득은 개헌과 함께 이번정부가 반드시 사회적합의와 구체적 실천을 이루어야 하는 과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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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2025년 7월 18일
별점 5점 중 4점을 주었습니다.

"아프면 쉬고 외부 상황에 따라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으면 자신의 선택에 의해 노동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생활이 가능한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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